1. 잃어버린 '시간'입니다. '세대'입니다. 칠흑 같은 어둠, 반딧불의 날갯짓, 개구리 울음, 마른풀 타는 연기, 물 빠진 갯벌…. 뭘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르고 일상을 꾸려갑니다, 물신만 추앙할 뿐. 숫자로 표현될 수 없는 가치는 더 이상 이 땅의 것이 아닙니다. 세상 어느 곳이건 99퍼센트가 1퍼센트에 의해 전복되고, 공동의 것은 소유권의 절대성 앞에 무릎 꿇습니다. 사람들에게 내일이란 없습니다. 우리란 없습니다.
명백한 예외주의입니다. 그랬지요. 녹색평론의 길은 늘 외로웠지요. 마치 무언극 같았지요. 애타게 얘기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 안타까운 목소리였지요. 그래도 바람찬 광야에서 20년을 버텨왔네요. 함께 할 수 있음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존경합니다. -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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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고 앞서가고 성장하는 스포츠와 같은 삶의 주문만을 강요받아 오직 그것만이 삶의 진실이라 여기는 이들에게 왜 사는지, 무엇이 사는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는건 우리사회에서 어쩌면 녹색평론뿐이다.
녹색평론이 창간 20년을 맞았다. 어렵고, 쉽게 읽히지 않고, 낄낄거릴 요소도, 꼼수같은 글도 없지만 그 성실하고 본질적인 질문과도 같은 묵묵한 걸음과 글은 얼마나 소중한가.
2.
날씨가 이렇게 추워지면 시규어로스가 생각난다.
예전에 뉴트롤즈와 첩혈쌍웅과 개같은 내인생으로 '나의 세대'를 정의하는 김연수의 글에,
툴툴거리면서도 내심 부러워 했었다. 나의 세대라니.
하지만 지금은 뉴트롤즈대신 시규어로스가 있으니까.
나중에 나의 세대를 정의할 무엇인가가 필요하면 시규어로스와 소녀시대는 반드시.
이렇게 결론은 시규어로스와 소녀시대는 동급인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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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ð suð í eyrum við spilum endalaust.
"아직도 귀를 울리는 잔향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연주한다”
3.
통합진보정당이 출범했다.
사실 진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어색하다. 종북주사파와 노빠, 금뱃지 페티쉬들이 모여 만든
혼합 잡탕 자유주의 정당.이 가장 적절하겠다.
이제 남한의 의회에 진보정당은 없다.
그들은 아마도 진보의 가치보다 대중의 가치에 맞춘 정치를 할테다. 그러나 그 대중들의 입맛이란 결국 신자유주의의 언어안에서 만들어지는 것. 바깥을 상상하고 탈주를 시도하는 것이 좌파고 진보라면 이제 남한의 의회에 진보정당은 없다.
대중들은 자본주의적 체제 안에서 그 대안을 위해 자유주의를 선택했지만 그건 결국 실패할 공산이 크다. 자유주의가 (대표적으로 안철수같은)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방식은 상식과 도덕이다. 그건 자본주의적 언어에 포섭된 저항, 결국 자본주의를 공고히하게 된다. 이제는 자본주의적 삶의 태도가 총체화되는 시기. 이택광교수는 폴라니의 말을 들어 파시즘이라고. 파시즘 같은 무시무시한 말이 와닿지는 않지만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거다. 이렇게 좌파와 진보는 (일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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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전복과 봉합의 과정에 벌어지는 틈새의 희망을 믿고 발견하려는 노력을 다짐했으니, 사람들은 그래도 저항과 상상의 기억을 더듬어 또다른 언어를 찾으려 할것이다. 물론 나도.
1.
온몸이 꼬이고 꼬인 뒤에 제 집 처마에다 등꽃을 내다 거는 등나무를 보며, 그대와 나의 관계도 꼬이고 꼬인 뒤에라야 저렇듯 차랑차랑하게 꽃을 피울 수 있겠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것. - 안도현, 삶의 비밀
안도현은 좀 오글거리는 것 같아서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 아침 귀갓길에 갑자기 '삶의비밀'이란 말이 번뜩 떠올랐다. 뭐 이유가 있나, 갑자기 떠오른 말에. 도대체 이게 무슨말이냐 생각하다가 난 검색이 생활화된 N세대(?)이므로 구글링, 안도현의 글줄을 발견했다. 뭐 그냥 그렇다고. 난 술은 마셨지만 취하지 않았으므로, 그러니까 이건 헛소리인것.
2.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08년의 촛불에서 사람들은 거대한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었다. 물론 나도. 다중지성과 창의적인 실천력, 저항의 기억들이 합쳐져서 '대중'들이 계급적, 정치적 각성에 한발 다가설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촛불은 패배하고 아무것도 바꾸지도 바뀌지도 못했다. 그리고 3년, 사람들은 그때와 혹은 그 이전과 똑같아 보인다. 여전히 노빠로 대변되는 깡패들이 설친다. 이제는 박원순.안철수빠로 바뀌었지만. 그들의 광기를 호출해내는 주술사들도 있다. 김어준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주문은 반지성이다. 이 소모적인 놀이의 유행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한다. 대중은 절실한 계급적 각성도 정교한 정치적 각성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못하는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놀이의 기억에 존재하는 틈새에 스미는 희망을 믿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희망을 믿으려는 노력이다. 냉소와 절망으로는 아무런 것도 해낼 수 없는건 명확한 일이니까. 오늘의 놀이와 내일의 놀이 사이에 존재하는 그 아주 작은 차이와 틈새. 그것이 우리가 얘기하는 느리고 확실한 작은 걸음. 그 희망에 걸어야한다. 노력해야겠다.
3.
자기회사의 문제도 1면에 실어버리는 이 패기. 이것이 언론이다.
4.
어제 마신 술이 문제인가, 배탈이 났지만
또 생각나는 술술술. 이거 이제 좀 무섭다.
5.
녹색평론이 20주년을 맞았다. 기념으로 학교후배들 보라고 학생회실에 정기구독을 시켜.......주고싶지만 난 담뱃값 마련도 잘 못하는 백수 날거지. 이런 책이 있다며 슬적 추천해줘야지. 나꼼수 같은거 듣고 낄낄거리거나 학생회실에서 여자연예인들 시스루룩에 하악거리는 일 말고도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 얼마든지 있단다.
6.
조동희 언니의 1집 앨범.
올해는 정말 기다렸던 음반들이. 조동희라니. 이 언니 도대체 몇 년만이야. 소리 지르지거나 울지않고, 일부러 행복하라거나 슬프라고 강요하지도, 자기가 제일 불행하다고 징징거리지도 않는 노래. ++ 누구든 내게 다가와 내얘길 들어줘 휘청이는 이세상속에 혼자하던 노래 지친 나의 맘에 귀를 기울여요
1.
낮잠을 잤는데, 요상한 꿈을 꿨다.
이상비만 동물들이 넘쳐나는 동물원을 구경하는 꿈이었는데, 처음에는 날씨 좋은 날 유유자적한 동물원 산책이었다 나중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산길 사파리 트래킹이 됐다. 집채만한 개나(심지어 이 개는 아프로 펌을 하고 있었다), 살쪄서 게으른 표범이 바다를 배경으로 늘어져 있는 꼴이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꿈에선 좀 무서웠다능. 이거 도대체 뭐임.
2.
끝판왕 원서를 냈다. 아무런 생각도 부담도 없던거라 글도 잘써지고, 뭔가 했다는 느낌만으로 충분해서 기분이 좋다. 심지어 수정없이 원고 분량에 1자도 틀리지 않는 신기까지 보여줬다. 이건 뭐, 나란 남자.
3.
주량은 줄어드는데 술생각은 전보다 더 많이 난다.
=나이먹어 갈수록 돈은 없다.
아, 껍데기에 소주.
4.
엘지가 이택근을 놓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런식으로는 아니다. 엘지는 계약 안할 선수는 자존심 깔아뭉개서 맨탈을 망쳐놓으려는 전략을 프론트 츠원에서 하고있는 듯. 이상훈, 김재현에게 그랬던 것처럼. 야구 얘기나온김에 한마디 더. 당장 성적을 내겠다는 김기태 감독의 말에 코웃음 밖에 안나온다. 그렇게 과단성 있게 결정하면 다 될거 같냐? 김재박과 박종훈은 그냥 좆병신이라서 그랬겠나? 도대체 선후를 몰라.
아, 야구 끊었다 다짐하고 다시 봄되면 잠실로 달려갈 나는 엘지의 노예. 나같은 애들이 몽창 떠나줘야 엘지가 정신을 차릴텐데. 엉엉엉.
5.
스토브리그 소식 안보는척 훔쳐보다가 이하늘 김창렬 피소 소식에 깜짝. 이 형들 잠잠하더니 또 누구 깠구나. 싶었는데, 해피투게더 나와서 자기 놀린거에 삐진 전 멤버가 명예훼손 크리 작렬. 뭐 그럴수도 있지만 좀 찌질해 보이긴 한다. 명색이 전직 DOC인데. 패기가 없어.
6.
희망버스를 기획했던 송경동 시인이 자진출두했다. 송경동은 김진숙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던 날,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무사히 내려온 것은 다행스럽고 기쁜 일입니다. 그러나 1400일 넘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재능교육과 5년째 정리해고에 맞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 등 수많은 노동자와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야 해요. 지금이 출발점이자 시작점이 돼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의 삶이 시보다 아름답다, 아니 그의 삶이 곧 가장 아름다운 시다.
그러네, 41년만에 처음으로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노동자 대회를 치뤘구나.
하지만, 김진숙은 무사히 크레인에서 내려왔고,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이러쿵저러쿵 말은 많지만 우리는 아주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간다. 이젠 재능에서, 쌍용에서, 도처의 모든 싸움터에서 승리의 소식이 날아들거다. 그렇게 이러쿵저러쿵 한걸음씩 조금씩 앞으로 뒤뚱뒤뚱 걷다가 마침내 '내 마음의 고향,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다가가 전태일과 이소선을 만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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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대회의 핵심은 역시 뒤풀이. 술이 좀 모자랐지만, 피곤한 탓인지 추위 탓인지 적당히 알딸딸. 세상은 안좋고, 기분은 좋고, 술도 좋은데, 사람많은 버스는 싫고. 우리들의 어린시절 이미 지나갔고, 어른이란 이름으로 힘든 직장 갖고, 세월가며 이미 뽀얀 얼굴은 갔고. 으응? (이 농담에 웃고있다면 당신도 DEUX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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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과 지성의 기능에 대한 얘기를 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 없지만, 역시 난 태어나면서부터 냉혹한 피와 표독스러운 눈을 가진 남자이므로 지성의 확장이 곧 감수성의 확장과 다르지 않다고 결론 지었다. 이성과 충만한 지성에 근거, 판단하며 바라보는 세상은 결국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마음, 상호부조하는 태도, 만물에 겸손해지고,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는 삶의 태도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욕심부리며 남의 것 빼앗아 제 것만 찾는 아귀축생들은 뭐냐 물으시면, "걔넨 멍청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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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감벤의 세속화 예찬을 읽고 있는데 도무지 진도가 안나간다. 어렵기도 하지만 도통 책을 읽지 않으니 진도가 나갈리가. 시간나면 저질 무협지나 뒤적이는 잉여로운 생활. 내일부턴 좀 열심히 읽어야지. 지금 읽고있는 무협지 10권까지만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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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시다 영화제에서 일하는 선배랑 올 해 무슨 영화가 좋앗냐는 얘기를 하는데 도통 영화를 보지 못했네. 안되겠으니 어둠의 경로님이라도 의지해서 몰아쳐야겠다. 어, 그럼 아감벤은 또 언제 읽지?
#1
민노당과 국참당, 노심조의 진보통합연대가 출범한단다. 순서대로 55:30:15의 지분으로 합의했다나.
종북주의자들과는 한솥밥을 먹을 수 없다며 떨어져나온 이들이 15%의 지분만으로도 괜찮으니 다시 받아달란 꼴이다. 돌아서지 않겠다는 이들에게 분열주의자니 뭐니 온갖 험한말 을 해대더니. 결국 그때부터 그들이 그렸던건 진보나 운동이 아니라 금뱃지였던게 여실해졌다. 전위당이니 정치세력화니 하는 헛소릴랑은 집어치워줬으면 좋겠다. 그건 그냥 금뱃지 페티쉬다. 자, 이제 다음 차례는 뭔가? 노빠와 주사파도 진보세력이니 민주당하고 합칠 차롄가? 반 한나라당, 집권 저지 이런 말들을 운운하며 진보 개혁 통일세력하고도 똥꼬 맞춰야 뭐라도 하나 주워먹을테니.
#2
진보정당은 필요하다. 하지만 진보정당의 집권이 곧 완성은 아니다. 진보정당은 정당이 아니라 진보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정당은 그저 운동의 일환이다. 다방면에 걸쳐 만들어진 수많은 진지중에 하나인 것이다. 오직 그것만을 위해서 많은 가치를 포기하거나 돌이킬 수는 없다. 게다가 진보정당과 의회주의에 많은 것을 부여하는 순간 운동과 정치는 타자화된다. 민중 개개인의 삶과 괴리되는 것이다. 박원순을 뽑아 놨다고 서울시정이 민중의 것이 되는건 아니다. 진보정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한다고 이 사회가 진보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의회주의에 빠진 정치인과 대중들의 사회에선 진보정당의 원내진출과 집권은 어불성설이다. 모르지 않을 이들이 저리 매달려 있는 여의도엔 도대체 젖과 꿀이 얼마나 흘러넘치는걸까.
#3
진보정당은 좀 더 자유롭고 아나키적이어야 한다. 국가, 조직이라는 한계 안에선 상상력이 제한되는 법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소외가 발생한다. 만물과 관계를 맺고 상호부조하며 누구(무엇)도 소외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을 상상하는 정당이 진보정당이다.
#4 "나의 코뿔소는" 하고 그는 말했다. "너무 느리게 생각하고 너무 성급하게 돌진하는거야. 그것이 정말 사실이야" 그러면서 그는 이상 더 알고 싶지 않아서 모든 것을 알고자 했던 것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그는 옛날이나 마찬가지로 살아갔다.
페터빅셀 - 책상은 책상이다, 아무것도 더 알고 싶지 않았던 사람
#5
슈퍼스타K를 열심히 봤다. 울랄라세션의 우승은 이 사회에 아직은 원칙과 정의, 법과 도덕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쉽다. 투개월을 돌려줘 엉엉엉.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탑11부터 그렸던 내 가상 시나리오에 대해 얘기해야지. 사실 내가 생각해도 엄청난 시나리오였고, 탑3까지는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에 난 자신이 있었지만,
난 투개월을 지켜주지 못했어. 예림아. 엉엉엉
#6
마봉춘에서 새로 시작한 '나도 꽃'이 생각보다 괜춘한 듯.
이지아는 '소통부재'로 인사고과에서 물먹었지만, 사실 그 드라마의 누가, 또 이 사회의 누가 소통을 하며 살까. 이지아의 말처럼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는데. 아무리 우겨봐도 어쩔 수 없는 개똥벌레같은 외로움. 할아버지하고 대화하는 시퀀스는 좀 뻔했지만 사실 그런 뻔한게 계속 쓰이는 이유는 좋기 때문이다. 좋았단 얘기다.
이지아는 예쁘고 연기도 잘해서 좋아하는데, 계속 비호감 연예인처럼 취급당하다(내 주위에서만 그랬나?) 서태지와의 이혼사건(이게 사건이 되는 이 개똥벌레같은 사회가 너무 싫다)이후로 급전직하. 고심해보니 그동안 이지아가 착하고 순수하기만 한 캔디역할만 줄기차게 해와서 그런 듯 싶다. 태왕사신기에 베토벤바이러스에 스타일까지 주구장창. 사실 그녀가 뿜어내는 간지가 그 쪽은 아니잖아. 여튼 이번 역할은 참 괜찮을 듯. 상식적이지만 세상이 비상식적이어서 외롭고 뒤틀려서 아픈 역할. 이거 요즘 그녀 상황이랑도 얼추 맞을것 같은데.
근데 왜 보려는 드라마는 죄다 수목에 몰려있는거냐. 방송 3사 원샷 통합논의 해서 월화 수목 주말로 옮겨 배치해주면 안될까?
#7
투개월이 떨어진 이유는 선곡의 문제였다(고 생각하련다) 장필순 언니 노래를 불렀으면 참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는데.
1.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노는 일에 빠져선 블로그는 쳐다보지도 않았네. 덕분에 140자 이상의 언어를 상실한 듯하다. 함축된 언어와 간결한 표현이, 그리고 빠르고 용이한 정보의 소통이 주는 미덕이야 잘 알고 있지만 세상은 그렇게 짧은 언어로 이해되고 표현될 것이 아니다. (물론, 긴 글이라고 세상을 삶을 표현 할 건 역시 아니지만.) 블로그에 좀 더 성실해야겠다. 사람들에겐 블로그에 글쓰기가 좋은 작문공부라고 추천하면서 정작 난 한동안 글이라곤 쓰지도 않았네. 자신이 없네 어쩌니 하는거 사실 다 허세거든. 글 열심히 써야겠다.
2. 벌써 11월이다. 11월엔 김현식 아저씨의 기일이 있고,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 300일을 맞았고, 여전히 완전히 손을 떼지 못한 학교 선거가 있고, 노동자 대회가 열릴 것이다. 어쩌면 첫 눈이 내릴 수도 있고, 어쩌면 또 누군가 내 곁을 떠날 수도,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11월이 가을이 올 해가 끝나간다.
3. 예전엔 나이를 먹기 싫다는 언니들의 푸념을 들을때마다 사실 코웃음을 쳤다. '되게 나이 많은 척하네'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요즘 나이 먹기 싫다. 그 만큼 세월의 더께가 쌓이면 쌓인만큼 병신이 되가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나아지는건 하나도 없는 삶. 시간이 지날수록 병식력(力)이 증대되는 느낌이랄까. 어느 날부턴가는 병신오브 병신이 되어서 그레고리력 대신 병신력(曆)을 사용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2011년을 병신 원년으로 선포합니다. 병신 100년이 되는 해에 우리는 강성조국 건설을..." 으응??
4. 어제는 간만에 만난 후배와 술을 마셨다. 그 친구는 NL주사파.(헉, 아직도? 라고하면 헉, 그러게. 라고밖엔) 학교 운동을 재건해야 하지 않겠냐며 학교의 각 단대와 각 진영을 아우르는 중앙집중적 조직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열변을 토한다. 서로다름을 인정하는 태도와, 각자의 다름이 틀리지 않다는 태도, 그리고 그 다음을 그려내는 상상력이 운동을 뻗어나가게 하는 동력이다. 모으고 모여서 강력한 힘을 갖는 일? 그건 운동도 진보의 방식도 아니다. 하긴 막판엔 말로는 설명 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민족이라며 어떻게 민족을 부정하냐며 울분을 토하더라만.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참 착하다.ㅎ
5. 티스토리 관리페이지가 많이 변했네. 그러면서 방문자 수를 보니 고작 5명. 이글루 시절엔 그래도 꼬박꼬박 2~300명씩 찍어주던 파워 블로거였는데. 뭔가 서운하고 서럽다. 스킨을 바꿔볼까? 아님 잉끼 블로그에 가서 공개적으로 깽판을 좀 칠까??ㅋ
에니어버드 테스트. 심리를 새에 비유해 표현해주는 테스트라던가.
난 보헤미안 갈매기. 좋은 듯, 나쁜 듯, 맞는 듯, 다른 듯.
어쨌건 이 심리테스트 매니아.
그나저나 흑색종마라니...ㅡㅡ;;
보헤미안 갈매기
기본 성격
창조적이며 자신의 감정과 내향성에 독창성 결합하는 특징을 가진다. 지휘나 인정받는 것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자기표현이 개인적이고 독특하며,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창조성을 발취한다. 습관과 권위에
도전하는 타입이며, 자기표현을 위해 때때로 규칙을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창조성과 야망, 자기 성장 목표 달성 욕구가 강하며
사교적이고 성공적, 남들보다 두드러지는 것을 원한다. 자신과 자신의 창조성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며 표현형식이 신중하다.
자의식이 강하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하고, 자기표현노력, 사치스러운 경향이 있으며 상류층의 삶을 살기를 원한다. 개인주의자,
낭만주의자, 예술가, 독특하다는 평을 듣는 이 유형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몇몇 행동과 겉모습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좀 더
세밀한 관찰을 필요로 한다. 꽤나 까다롭고 예민한 감수성의 소유자로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몇 번씩 오고 갈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정서적 근원은 결핍과 상실감이다. 평범한 것, 진부한 것, 남들이 하는 것 등을 극도로 꺼리며, 자기만의 고유함이나
특별함을 갖고 싶어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자신만의 세계를 갈망하고 표현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특이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래서 이 유형은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위대한 예술가가 많으며 예술가의 삶이 잘 어울린다. 이
유형이 예술가적 삶을 살지 않더라도 현실에 잘 적응해서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전문가 수준의 취미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부일 경우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는데 이것이 고집스러운 경우도 있다. 갈매기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유명해지고, 시선을 모으고, 부러움을 받고 싶어하는 특징이 성공하는 삶을 살도록
이끈다. 감정에 치우치기 보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게 되면서 감정을 적절하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 될
수 있다. 혼자라는 것에 더 쉽게 견딜 수 있고 일어나는 일을 침착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더 소심하고, 내향적이며
동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사랑
자유를 주고 센스와 품위를 갖추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좋다. 갈매기는 심적 경제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상대와 결혼을 원한다. 또한 배우자 혹은 애인이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도록 자기 관리를 했으면 하고 바란다.
따라서 자기 관리와 품위 유지비를 인정하고 할당해주는 것이 좋으며, 아름답고 세련된 것을 좋아하여 복장이나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을 이해해 주는 것이 좋다. 그들이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부드럽고 따뜻하게 배려한다면 더 없이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이
유형은 제멋대로이고 별나고 감정 기복이 심하지만 복잡한 내면을 포용해준다면 이들은 상대를 진심으로 아끼고 힘들어할 때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잘못을 말하기 보단 당신의 곤란한 입장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귀를 기울여줄 수 있는 사람이다.
1. 요 며칠간 인터넷엔 화제거리도 많지만, 제일 시끄러운건 아무래도 '나는 가수다'에 관한 논란들. 무슨 말들인지는 알겠는데, 그래서 뭐. 실망은 기대가 어긋 났을 경우다. 프로그램의 기획은 고수들이 날 선 노래로 벌이는 진검승부였고, ('날이 선 노래'를 위해 마련된 탈락이라는 장치는 조금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들은 의도에 맞게 노래를 불렀다. 결과물은 기대에 충족했다. 문제는 기대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중들은 언제부턴가 그들을 '공인'이라고 부르면서 그들에게 너무 높은 도덕적 잣대와 이상적 태도를 요구했다. 프로그램의 의도는 애초부터 '인격적으로 훌륭한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가수들이 부르는 훌륭한 노래'에 방점을 찍었다. 그런 기대를 할거였으면 방송태도 좋고, 말 잘듣는 아이돌들 불러다 노래시키면 될 일이다. 어물전에서 고등어도 안팔면야 문제겠지만, 어물전가서 한우 안판다고 화 낼일은 아니다. 이마트가 다 버려놨지 뭐.
2. 내리 며칠을 쉬었다. 때마침 걸린 감기와 아르바이트가 좋은 핑계가 돼주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집으로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후배에게 "너를 객관화 시켜서 볼 필요가 있어. 지금 과잉이잖아."라고 어줍잖게 말했는데 사실 지금의 내가 과잉이다. 도대체 무얼 하고 싶은건지 무얼 할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채 흘러흘러 이 지경까지 온거다. 빈둥거리며 티비를 보는데 한참이나 전에 방송된 무르팍도사에 양희은 아줌마가 나와서 말한다. "자신을 향했죠, 거절이란걸 못하다가 단호해 질 수 있었고, 나를 소중히 여기게 됐어요" 난 아직도 멀었다.
3. 오늘 하루종일 이 글쓰기 창을 열었다 닫았다. 글을 써내려가다 조금이라도 막히면 닫아버리고, 또 다시 쓰다 똑같이. 귀찮아진다. 자꾸. 게으름은 병인줄 알았는데, 천성인갑다.
4. 세번째 만남이란 다큐에 이자람이 나왔다. 브레히트를 원작으로한 창작판소리로 여기저기 공연을 하러 다니더라. 보고싶다. 위로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며칠전엔 책소개 프로그램에서 아감벤이니 지젝이니 하는 사람들을 소개해주는데 눈길도 안가더라(아 이건 좀 뻥이긴 한데.ㅋ) 언젠가 감성을 키우겠다며 영화며 노래며 마치 수험생처럼 먹어댄 적이 있었는데, 다 떨어졌나보다. 역시 뱃속에 저장한게 아니라 입안에 담아두니까 금방 다 삭아버렸어.
5. 감기가 살짝 오길래 가볍게 대처해주려 했더니 옴팡 들러붙어서는 떠나질 않는다. 하도 코를 풀어댔더니 코가 다 헐어버렸.. 머리가 울린다. 아, 집이 더러워서 아픈 것 같다. 정리하고 나면 좀 괜찮아질까. 모르겠지만 일단 정리부터 해보자.
중학교때 학원에 다니기 싫다고 떼를 쓰자 엄마는 학원에 찾아와 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이렇게 다니기 싫어하면 차라리 안다니는게 나을거란 선생님의 말(지금 생각하니 그 선생님도 참 용자다. 아니면 내가 진짜 싫었거나.ㅋ)에 엄마는
"고작 공부보단 세상엔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때가 얼마든지 있다는걸 알려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여성주의에 관련된 텍스트들을 몇 개쯤 읽었을때 엄마와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얘기를 했다. 성매매가 얼마나 나쁜지 성매매 근절과 그녀들의 재사회화에 대해 열변을 토했을 때 엄마가 말했다.
"넌 그녀들에게 어떤 색안경도 끼지 않을 자신이 있어? 지금 네 말이 정말 그애들에게 위로가 될까?"
학교에서 도망쳐 나와서 며칠간 집에 잠수를 탔을 때 엄마가 말했다.
"넌 공부도 그러더니, 운동도 하나 똑바로 못하냐?"
양희은 아줌마의 공연에서 아줌마가 '내 어린날의 학교'를 부를 때, 엄마는 웃으면서 펑펑 울었다. 솔직하게 가감없이.
어느 곳에선 정권의 업적을 기리는 200억원짜리 영화가 기획되던 날, 어느 곳에선 젊은 작가가 굶어 죽었다. 이 곳은 2011년의 서울이다. 격정의 소나타.
#2
명절내내 시뻘건 한우를 걸고 뛰어다니고 춤추는 아이돌들을 보고나니 현기증이 난다. 그 절정은 "이럴 때 일수록 고기 소비량을 늘려야 한다"는 자막.
한 곳에선 수백만마리의 소들이 산 채로 땅에 묻혀가고 어느 곳에선 그 시체를 소비하려고, 또 소비하라고 소리를 꽥꽥 질러댄다. 뭐가 문제인지 정말 모르는걸까?
#3
김진숙 위원은 크레인에 올라있고 홍대는 여전히 투쟁중이다.
도처는 싸움터다.
#4
생일이다. 낯 부끄러 말도 못했는데 어떻게 알고 케익이며 선물이며 술이며.
고맙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더욱 사랑하면서. 더 살아야겠다. 더 살아야겠다.
1. "스파르타 입시학원 - 자녀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습니다" 어제 길에서 발견한 한 학원의 실제 광고문구다. 이걸 대문짝만하게 차에 써붙여놨더라.
2. 머리가 나빠지는 것 같다. 이런저런 문장들이 종종 떠올랐는데, 정작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메모하는 습관에 대한 교훈이랄까.
3. "내가 알던 형들은 하나 둘 날개를 접고 아니라던 곳으로 조금씩 스며들었지 난 아직 고갤 흔들며 형들이 찾으려 했던 그 무언가를 찾아 낯선 길로 나섰어"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친구가 물었다.
"제목이 뭐야?" "스무살"
왠지 모르게 둘이서 빵하고 터져선 한참을 낄낄거렸다. 스무살이라니.
4. 엄마가 구입한 스마트폰의 위력을 절감하고 있다. 난 지금 침대 위, 이불 속에 누워서 넷북으로 인터넷에 접속중이다. 아 신기해.
5. LG의 설레발이 시작됐다. 겨울쥐, 엘레발 따위의 조롱을 들으면서도 두근거리고 설레게 만들다니. 엄청난 마케팅팀. 엘지 프론트는 겨울에만 일하는거다. 겨울에 너무 열심히 일해서 정작 시즌중엔 노는 프론트. 리즈, 우리를 가을의 야구장으로 인도해줘.
6. 독하게 살자라고 새겨놓은 후배의 핸드폰 배경화면을 멋대로 바꿔버렸다. '그래도 괜찮아' 그건 차라리 나에게 하는 다짐이었을까. 위로랍시곤 던지는 말들은 차라리 허세다. 누구도 누구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까? 다만 위로가 되고 싶단 마음은 진심이다. 그건 그들을 아겨서라기 보단 위로가 되어주는 훌륭한 사람에 대한 동경. 난 여전히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괴롭다.
7. "아무도 없다면 혼자 아무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 대충 살다가 대충 죽어버릴텐데" 이 말도 진심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입신양명을 바라는 특별할 것 없는 사람. 마이너 취향은 아마 특별하고 싶은 욕망인가보다.
#1
선거에 졌다.
현명하신 엄마 말씀이 넌 관여하고 지지하는 모든 선거에서 패배하니 이기고 싶으면 신경을 아예 끊으라고.
생각해보니 정말이다. 노무현 이래로 대선 총선 지자체 총학생회 선거 할 것 없이 내가 지지하고 관여하고 활동했던 모든 선거는 패배했다.
이러니 내 패배주의도 납득이 갈 지경이다.
이번만큼은 눈물따위 흘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좀 옹색하긴 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어 뛰어든 선거였기 때문이다.
난 성취의 기억이 갖고 싶었다. 돌이켜보니 살며 무엇하나 성취해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늘 지거나 납득하거나, 그리고 대부분 체념하거나 포기하며 살았다.
성취의 기억이란 승리의 기억과는 또 다르다고 생각했다.
모든걸 다 소진하는 기억. 포기하거나 납득하지 않고 끝까지 가진 모든걸 소진하는 기억을 한번쯤 가져보면, 정말로 'Quantum Leaf'같은 성장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제 모든게 다 끝난 지금에 고백하자면 이번에도 난 모든걸 소진하지 못했다. 선거엔 졌고 패인으로 분석되는 것들중엔 내 노력으로 극복 가능했던 요인들도 있다. 성적은 다시 예전만큼 떨어질것 같고 몸도 많이 축났다.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힘들었던 순간들도, 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도, 고민이 넘쳐 머리가 터질듯하던 순간도, 몸이 너무 아파 어쩔줄을 모르던 순간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순간들을 그리고 그 모든 계산과 고민과 바람들을 다 잊어버린 순간들.
그건 아마 '진심'이라는 진부한 말로밖에는 표현 못할 그런 것.
이제와 성장이니 하는 것들 따윈 의미가 없다. 개표가 끝나고 예년과는 다르게 화기애애했던 그 술자리에서 다시 궁상맞게 훌쩍거리면서 말했다.
"이렇게 진심으로 움직였던 적이 없어요"
어쩌면 그 진심이 성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
돌이켜 보니 혼동하고 있었다.
학교를 떠나오던 07년의 겨울엔 그랬다. 진심의 영역과 그렇지 못한 영역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현실의 영역과 어른의 영역, 낭만의 영역과 철 안든 아이의 영역이 다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애써 어른 놀이에 치중했다. 그러다 마침내 어른 놀이가 어려워지고 겁나고 두려워져서 그저 안으로 안으로 침잠하려고만 했다. 그리고서는 인생은 외롭고 고독한 법이라며 관계 따위 더욱 부질없고 의미 없다며. 죽어버릴테야.란 말을 너무 쉽게 입에 올리면서.
어떤 한가지 요인 때문만은 아닐거다. 물론 이번 선거를 같이 하며 만났던 사람들 어려움들 고민들 얘기들이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아이들이 가장 큰 요인일테지만 그것만은 아닐테다.
여전히 혼란스럽고 잘 알지 못하겠지만, 진심이니 현실이니 운동이니 하는 것들은 계획잡고 도식화해서 그림그리고 집짓듯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수학공식처럼 명징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아마 그건 뒤죽박죽이고 그래서 그 정체도 알기 어렵고 또 가려졌다 드러났다 헛갈리는 것들이겠지만 그래서 이렇게 가끔 문득 드러나보일때, 더욱 소중한 것인가보다.
#3
애초의 계획에는 차질이 많다. 짐이라고는 결코 부르고 싶지 않은 숙제를 떠 맡았고, 그 숙제로 다시 앞으로의 계획들을 세워야겠지만 나쁘지 않다. 그 숙제들에서 다시 이렇게 문득문득 진심이 드러나는 희열이 있겠다란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정리를 하고 싶다고 다시 돌아왔던 우리는 정리인지 아니면 다시 처음인지 모를 것들을 안고 올 가을을 마무리했다.
#4
누가 다시 오늘의 나를 보면 어쩌면 한심해 하거나 변명하지 말라고 말할 것 같다. 그럼 아마 난 또 이런저런 말들로 그 사람을 납득시키력 애쓰거나 변명하거나 나를 치장하거나 할지도 모르겠다. 그거야 그 순간이 닥쳐봐야 알겠지만 지금의 마음은 '상관없다.'
사람의 삶이야 저마다 각각이고 그들도 나도 그렇게 말하던 현실을 딛는 발, 그건 명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 다시 몽상의 세계로 들어간 것이 아니다. 이건 인지부조화가 아니다. 그렇게 치부하기엔 오늘의 내가 느끼는 행복이 너무 거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