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 며칠간 인터넷엔 화제거리도 많지만, 제일 시끄러운건 아무래도 '나는 가수다'에 관한 논란들. 무슨 말들인지는 알겠는데, 그래서 뭐. 실망은 기대가 어긋 났을 경우다. 프로그램의 기획은 고수들이 날 선 노래로 벌이는 진검승부였고, ('날이 선 노래'를 위해 마련된 탈락이라는 장치는 조금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들은 의도에 맞게 노래를 불렀다. 결과물은 기대에 충족했다. 문제는 기대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중들은 언제부턴가 그들을 '공인'이라고 부르면서 그들에게 너무 높은 도덕적 잣대와 이상적 태도를 요구했다. 프로그램의 의도는 애초부터 '인격적으로 훌륭한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가수들이 부르는 훌륭한 노래'에 방점을 찍었다. 그런 기대를 할거였으면 방송태도 좋고, 말 잘듣는 아이돌들 불러다 노래시키면 될 일이다. 어물전에서 고등어도 안팔면야 문제겠지만, 어물전가서 한우 안판다고 화 낼일은 아니다. 이마트가 다 버려놨지 뭐.
2. 내리 며칠을 쉬었다. 때마침 걸린 감기와 아르바이트가 좋은 핑계가 돼주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집으로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후배에게 "너를 객관화 시켜서 볼 필요가 있어. 지금 과잉이잖아."라고 어줍잖게 말했는데 사실 지금의 내가 과잉이다. 도대체 무얼 하고 싶은건지 무얼 할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채 흘러흘러 이 지경까지 온거다. 빈둥거리며 티비를 보는데 한참이나 전에 방송된 무르팍도사에 양희은 아줌마가 나와서 말한다. "자신을 향했죠, 거절이란걸 못하다가 단호해 질 수 있었고, 나를 소중히 여기게 됐어요" 난 아직도 멀었다.
3. 오늘 하루종일 이 글쓰기 창을 열었다 닫았다. 글을 써내려가다 조금이라도 막히면 닫아버리고, 또 다시 쓰다 똑같이. 귀찮아진다. 자꾸. 게으름은 병인줄 알았는데, 천성인갑다.
4. 세번째 만남이란 다큐에 이자람이 나왔다. 브레히트를 원작으로한 창작판소리로 여기저기 공연을 하러 다니더라. 보고싶다. 위로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며칠전엔 책소개 프로그램에서 아감벤이니 지젝이니 하는 사람들을 소개해주는데 눈길도 안가더라(아 이건 좀 뻥이긴 한데.ㅋ) 언젠가 감성을 키우겠다며 영화며 노래며 마치 수험생처럼 먹어댄 적이 있었는데, 다 떨어졌나보다. 역시 뱃속에 저장한게 아니라 입안에 담아두니까 금방 다 삭아버렸어.
5. 감기가 살짝 오길래 가볍게 대처해주려 했더니 옴팡 들러붙어서는 떠나질 않는다. 하도 코를 풀어댔더니 코가 다 헐어버렸.. 머리가 울린다. 아, 집이 더러워서 아픈 것 같다. 정리하고 나면 좀 괜찮아질까. 모르겠지만 일단 정리부터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