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07 일기


1.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노는 일에 빠져선 블로그는 쳐다보지도 않았네. 덕분에 140자 이상의 언어를 상실한 듯하다. 함축된 언어와 간결한 표현이, 그리고 빠르고 용이한 정보의 소통이 주는 미덕이야 잘 알고 있지만 세상은 그렇게 짧은 언어로 이해되고 표현될 것이 아니다. (물론, 긴 글이라고 세상을 삶을 표현 할 건 역시 아니지만.) 블로그에 좀 더 성실해야겠다. 사람들에겐 블로그에 글쓰기가 좋은 작문공부라고 추천하면서 정작 난 한동안 글이라곤 쓰지도 않았네. 자신이 없네 어쩌니 하는거 사실 다 허세거든. 글 열심히 써야겠다.

2. 벌써 11월이다. 11월엔 김현식 아저씨의 기일이 있고,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 300일을 맞았고, 여전히 완전히 손을 떼지 못한 학교 선거가 있고, 노동자 대회가 열릴 것이다. 어쩌면 첫 눈이 내릴 수도 있고, 어쩌면 또 누군가 내 곁을 떠날 수도,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11월이 가을이 올 해가 끝나간다.

3. 예전엔 나이를 먹기 싫다는 언니들의 푸념을 들을때마다 사실 코웃음을 쳤다. '되게 나이 많은 척하네'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요즘 나이 먹기 싫다. 그 만큼 세월의 더께가 쌓이면 쌓인만큼 병신이 되가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나아지는건 하나도 없는 삶. 시간이 지날수록 병식력(力)이 증대되는 느낌이랄까. 어느 날부턴가는 병신오브 병신이 되어서 그레고리력 대신 병신력(曆)을 사용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2011년을 병신 원년으로 선포합니다. 병신 100년이 되는 해에 우리는 강성조국 건설을..." 으응??

4. 어제는 간만에 만난 후배와 술을 마셨다. 그 친구는 NL주사파.(헉, 아직도? 라고하면 헉, 그러게. 라고밖엔) 학교 운동을 재건해야 하지 않겠냐며 학교의 각 단대와 각 진영을 아우르는 중앙집중적 조직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열변을 토한다. 서로다름을 인정하는 태도와, 각자의 다름이 틀리지 않다는 태도, 그리고 그 다음을 그려내는 상상력이 운동을 뻗어나가게 하는 동력이다. 모으고 모여서 강력한 힘을 갖는 일? 그건 운동도 진보의 방식도 아니다. 하긴 막판엔 말로는 설명 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민족이라며 어떻게 민족을 부정하냐며 울분을 토하더라만.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참 착하다.ㅎ

5. 티스토리 관리페이지가 많이 변했네. 그러면서 방문자 수를 보니 고작 5명. 이글루 시절엔 그래도 꼬박꼬박 2~300명씩 찍어주던 파워 블로거였는데. 뭔가 서운하고 서럽다. 스킨을 바꿔볼까? 아님 잉끼 블로그에 가서 공개적으로 깽판을 좀 칠까??ㅋ



어떤날 - 11월 그 저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