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cchio Primavera'에 해당되는 글 123건

100109


1. 용산 참사의 영결식이 오늘에서 열렸다. 요 며칠간에 비해 오늘은 날씨가 좀 따듯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는 산 사람들의 몫이다.

2. 만화책 리뷰를 하나 써야해서 이것 저것을 뒤적거리다 결국 '오디션'을 다시 봤다. 로이 부캐넌을 아버지로 여기는 미소년 기타리스트는 역시 섹시하다. 그러나 역시 오디션 최고의 장면은 '나 득음 안할래 누나'를 외치는 래용이.
무릇 자기가 가진걸 알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다. 힘 빼. 힘 빼.

3. 바야흐로 스물여섯. 이 겨울은 다시 성장의 계절이다.

4. 수다 떠는 새 미지근해진 맥주병을 사이에 두고 담배연기 넘어로 희미한 시선을 부딪히는 즐거움이 그리운 즈음이다. 배경음악은 로이부캐넌도 좋고 김광석도 좋다.

5. 선덕여왕이 끝나고 당분간 드라마와는 작별할 생각이었는데, 실수로 추노를 보고야 말았다. 한동안은 여기에 빠져 살게 될 것 같다. 제길.

6. Vecchia Verna는 낡고 허름한 청춘이다. 본래 청춘은 허름하고 낡았다. 반짝반짝 윤이나는 예쁜 청춘 같은건 없어.


Roy Buchanan - The Messiah Will Come Again

Roy Buchanan - The Messiah Will Come Again from http://athazagora.vox.com/

이렇게 하얀 눈이 내리면~♪


아침에 문을 나서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만큼 눈이 내리더라. 그건 흡사 블리자드.
버스는 오지 않고 지하철은 지옥철이고 길에서는 미끄러져 엉덩이 시리게 미끄럼틀을 탔다.

투덜투덜 눈이 징그럽네 어쩌네를 연발하며 앉아있었지만,
그거야 눈을 기뻐하면 어른처럼 보이지 않을가봐 어른 흉내내느라 그런거고.
사실 내심 기뻤던것 같기도. 눈싸움 하는 상상, 눈사람 만드는 상상.

동네 강아지 새끼마냥 팔짝팔짝 뛰어다니지 못한게 한스럴만큼 신나서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다가 몰래 눈을 한뭉치 뭉쳐서 들었다 놨다.
결국 애꿏은 담벼락 봉변을 당했다.

만약에 이 눈이 내일까지 녹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있다면 내일은 눈사람을 만들고야 말테다.

이렇게 하얀 눈이 내리면~♪ 자꾸만 그대 모습 떠올라~♬



김장훈 - 우리 기쁜날

새해엔 사랑해야지


지난해는 짧고 지루했다. 돌이켜보니 그렇다는 말이다. 무료하고 의미없는 시간의 안쪽은 덧없이 빠른 흐름이다.
괜한일에 혼자 상처받곤 상처받았다고 투정부리는 일만 반복하던 한해였다. 무능력을 무기력으로 위장하는 일에만 급급하던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니 그렇다는 말이다. 어른이 되고 싶다는 중얼거림은 그대로 아직도 어린아이임을 알아달라는 말이었다.

삼재가 끝났으니 우리 이제 좀 행복해지자는 말들로 낄낄거렸다. 그러나 문제는 삼재따위가 아니다.
이쯤되니 우리에게 필요한건 오직 사랑일 뿐이라는 레논 형님의 이야기가 귓가에 맴돈다.
외롭고 지치고 더러운 세상이 싫어졌다고 말하지만 자괴하고 울고불고 상처받지만 우리에게 필요한건 사랑일뿐일지도 모르겠다.

새해엔 사랑해야지. 모든 죽어가는 것들(중에 어느 것이라도).



뿌옇게 보이는.







가끔 이유없이 촛점을 완전히 놓은 사진을 찍을 때가 있다.

보이는 그대로를 찍는 것이라면,
세상은 가끔 저렇게 아무 이유 없이 뿌옇게 보이기도 한다.

누구를 만나서 술을 마시고 즐겁게 떠들면서도
또 한켠이 갑갑하고 외로운 그런날에는.

어제, 눈오는 남도의 저녁이 그랬다.
올 겨울 눈다운 눈을 맞은 첫날이라 그런가보다하며 괜시리 콧잔등만 긁어냈던 밤.






0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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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사람에 대한 갈구'를 부끄러울 만큼 칭찬해주는 친구의 얘기를 듣다  부끄러움과 창피함에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하마터면 사실을 고백할 뻔 했다.

"걍 무식한게 들통나지 않고 싶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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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 사이에서 두려워하고 있다.
'살아가는 것이란 그렇게 만만치 않더군'이란 말은 괜히 나온게 아닌가봐.

간절하거나, 절실하거나, 긴장하거나 하는 삶을 앞으로도 수십년간 살아야 하나고 생각하니 가슴이 뻑뻑하다.

여전히 어린애.
만만치 않음에 익숙한 어른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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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은 위대하다.
만들어진 것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일이야 입가진 자라면 누구에게든.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모든 이들에 대한 경외를 잃지 않겠다는 다짐도 동시에.

상상하고 그려내는 일에 대한 경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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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 카메라. (中 하나)
크게 무리가 없다면 내년 봄소풍땐 X-370으로 찍은 사진을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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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지금 일은 안하고 농땡이 부리고 있는 것이다.



QVL - Il Tempo Della Gioia

091203



책상 위 달력이 아직도 11월에 멈춰있는걸 보고 달력을 넘기려다가 그만뒀다. 멈추어라.


그저 필요했던건 위로였어. 그리고 그녀는 눈물을 글썽였다. 까지 듣고 나도 눈물을 글썽였다.
난 가끔 위로받기 위해 상처받는다.


첫눈이 왔으면 좋겠다. 첫눈이 내리는 날 눈을 보면서 따끈한 오뎅국물과 술을 마실거다

 


The Czars - Val

0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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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책을 읽다가 '하이쿠'가 멋스럽게 느껴졌다. 가끔 하이쿠를 뒤적거린다.

반딧불이 반짝이며 날아가자 ´저길 봐´하고 소리칠 뻔했다 나 혼자 인데도 - 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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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읽을 만화책도 없는데 잠이 오지 않으면 백석을 읽기도 한다.
가을이라 그런가.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위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 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 인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끼며, 무릎을 꿇어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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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어오면 따스했던 호빵이 몹시도 그리웁게 되므로 호빵을 찐다. 이사하면서 전자렌지를 처분하여서 냄비에 물을 붓고 찜기를 올리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전자렌지로 데운 인간미 없는 맛보다는 훨씬 맛있고 따듯한 호빵을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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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허황, 허영, 오만같은 것들.에서 벗어나고 싶다. 항상.
솔직하고 겸손한 사람을 말하면서 정작 살아가는 모양은 그야말로 잉여.
아, 잉여라는 말은 참 가슴아프다. 너무 적확해서. 채 소모되지도 못한 인간.
그 찐득거리는 수렁에서 벗어나 바삭하게 살아가는 꿈을 꾼다. 그러나 이또한 허황. 잉여의 특징.
바삭거리는 삶 따위 없다는거 알고 있다. 바스라지는 삶이라는건 있겠지만.







Rufus Wainwright - Going To A Town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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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1월이다.
바람은 달력을 보기나 한듯이 어제와 다르게 차가워진다. 하루저녁 서울을 떠나있었을 뿐인데 돌아온 서울은 겨울이다. 마치 남반구로의 먼여행이나 다녀온듯이. 가을은 그렇게 찰나의 계절이다. 변화하고 영글어가며 마침내 사그라든다. 발아해서 영글고 사그라드는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사는 일도 마찬가지라 생기고 영글고 사그라드는 일은 순리와 같은 것이다. 하여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엔 없다. 영그는 가을은 찰나기 때문이다. 여름에 가장 뜨거운 빛을 받은 열매가 가장 향기롭다.
여행갔던 곳에서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다 어느집 마당에서 모과를 몰래 하나 따왔다. 향기가 좋다. 여름에 빛을 많이 받은 놈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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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달력은 일년중 가장 지루하다. 빼빼로데이같은 억지스러운 날말곤 뭐하나 주워먹기 힘든날이다. 계절도 마찬가지다. 11월의 날씨라는 것이 가을이라기엔 스산하고 겨울이라기엔 어설프다. 이미 낙엽은 다 떨어져서 오곡백과의 풍성함보다 앙상한 가지의 불안함이 더 어울린다. 눈이 내리지 않으니 포근하지도 않고 김장을 담그기엔 뭔가 이른듯하다.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그런 얘기를 했다.
그저 솔직하고 건강해서 초롱초롱한 눈만으로도 반짝반짝 빛나는 시기는 지나버린것 같지만, 세월을 담은 엷은 미소를 띄우기엔 아직 덜 여문. 불타오르자니 식었고 잔향을 남기자니 설익은.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주변인. 주변인은 자고로 질풍노도라고. 2차성징따위 이미 지났지만 여전한 주변인.

어중간하고 이러지도 못하는 11월의 달력을 바라보다가 빠르게만 흘러가는 시간을 생각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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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다시 안들리기 시작한다. 불안하구만.




어떤날 - 11월 그 저녁에

꿈이야기, 용산,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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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넘쳐나는 신종플루 뉴스때문인지 병에 걸린 온갖 동물들이 돌연변이가 되어 인간들을 역습하는 스펙타클한 꿈을 꿨다.

집채만한 개구리와 탈모증상이 온 말만한 흑염소, 사람을 잡아먹는 돼지와 용이 되기 직전의 잉어까지.
동물들로부터 한참을 도망치다 동물들을 전멸시킬 병균을 퍼뜨리기로 했는데, 직접 사람이 들고가서 뿌려야 한다고. 바이러스를 뿌리기 위해 나서는 예쁜언니에게(?!) 걱정의 인사를 던지자 언니가 하는 말이.
  "모든 생물에게 최악의 바이러스는 인간 그 자체인걸요." 참, 스펙타클했다.

생각해보면 최악의 바이러스는 인간임에 틀림없다. 이제와 인간을 위협하는 모든 질병은 오직 인간이 만들어 낸것. 육식과 게으름. 모두 인간의 욕심을 소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패악들이다. 생명조차도 소유하려고 감당못할만큼 소, 돼지, 닭을 키우다 만들어낸 질병들, 물과 공기와 나무를 썩게 만드는 오염들. 정말 인간은 바이러스다.

혹시나해서 꿈해몽사이트에 가보니 집채만한 개구리나, 흑염소, 돼지 잉어는 모두 길몽이란다. 근데 이게 길몽이 맞긴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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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들의 유죄로 재판이 끝났다. 7개월간의 지리한 법정공방의 끝에 남은건 검찰의 기소내용을 붙여넣기 한 재판부의 판결문 낭독이었다. 오열과 서러움과 분노와 그리고 이젠 광기만 남았다. 피해자가 살인자가 되는 기묘한 광경을 보고 있다.

자본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느낌이다. 백신은 아마 인간.
아니 어쩌면 인간이라는 바이러스와 자본이라는 백신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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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인이 졌네. 감상은 그것뿐.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결국은 똑같은 것들. 민주당의 승리라니. 훗.
금뱃지 바이러스엔 몽둥이 백신이 그저 약이다. 흥

0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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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살랑살랑, 콧구멍은 벌름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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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은 자유지만, 자유는 상상이 아닌 법.
게으른 자에겐 상상할 자유조차 주어선 안됩니다. 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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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30분이면 정확히 청소기를 돌리는 옆집때문에 잠을 설치고 있슴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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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이 지쳐있단 느낌. 아프거나 상했다기 보단 지쳤단 표현이 더 정확할 듯.
본래 내장이란 소모품이니 좀 아껴써야 하는데. 내장 쉬게 하는덴 단식이 최고라니 나도 단식이나 해볼까. 뭐 어디 싸울거리 있으면 이 김에 단식을. 하는 되먹지도 못한 상상을. 역시 게으른 자에겐 상상할 자유를 주어선 안됩니다. 땅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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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을 아~주 오래간만에 열었는데 책 사이에서 바퀴벌레 데칼코마니가.
무릇 활자에 짓눌려 죽은 가련한 생물은 너뿐이 아니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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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시월도 반이나.
참말 세월은 살같이 흘러라.
세월이 흐르는 만큼 삶도 흘러가주면 좋으련만. 역시 시월엔 잊혀진 계절.




이용 - 잊혀진 계절

090921



지금은 새벽 5시. 밤을 새워 뭘 끼적거리고 있는데, 난데 없이 옆집에서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가 난다.
이동네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방음이 전혀 안되는 관계로 늦은 시간엔 작은 소리도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내 착한마음을 뭉개버리는 저 청소기 소리에 피식 웃음만 난다.


할 일들이 다섯수레쯤 쌓여있는데도 손대지 못하고 있다. 날씨가 좋아서 일거야, 암.


이시간쯤 되면 배가 고프다. 아침 먹는 셈 군것질을 할까 고민하고 있다. 매운 떡볶이 국물에 야채튀김이나 오징어 튀김을 찍어먹고 싶은.


저녁먹으면서 오빠밴드를 보는데, 엠티를 갔더라. 악. 놀러가고 싶다.

090918







크라잉 넛 -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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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서류전형에 낙방했다.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없자, 사실 꽤나 낙심했다. 아닌 척 했지만 내심 기대했었나보다.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 한참을 멍하니 누워있다 일어났다.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일이다. 별다른 준비도 마음가짐도 갖지 않고 덜컥 응시한 시험에 합격했다면 그것도 도둑질. 오랜동안 성심을 다해 준비해온 사람들에게 미안할 일이다. 겸손한 척 얄팍한 재주나 있다고 여겨온 내 오만에 날개를 달아줄 뻔.

어쩐일인지 마음이 좋다.
아쉬움이나 실망이 없는건 아니지만 오히려 이 아쉬움과 실망이 에너지가 되는 기분이다.
찾던 느낌, 그러니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두리번 거리게 되는 느낌. 이 돌아온 듯하다.

연필을 깎고 방을 청소하고 책상서랍과 책장을 정리했다.
웃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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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있다 생각해보니 엄마랑 술마신지도 오래다.
"골뱅이 무쳐서 맥주 한 잔 할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끔 이렇게 집에서 별 것 아닌 안주를 성의껏 만들어 엄마와 수다떨며 술마시는 일이 좋다.
내 제일 좋은 술친구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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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마시며 보던 슈퍼스타K에서 한 도전자가 노래한다.
"내 노래가 따뜻했으면 좋겠어"

그 냥반에게 투표하고야 말았다.




시사인, 클럽공연, 가을




김광석 -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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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 글들을 천천히 곱씹어 본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그렇듯이, 마음을 쓰고 중요한 일들은 오히려 설렁설렁 하게된다.
며칠을 취재하고 밤을 새워 글을 썼는데, 다시 읽어본 글들은 서두른 티가 역력하다. 사실 그 글들은 마감 직전에서야 겨우 써진것이라보아도 무방하다. ㅡㅡ;;;;

두근두근하고 있어서 혹시 1차라도 합격하면 하늘의 도우심이라며 감격할 준비도, 역시 처음부터 떨어지면 아닌 척 실망할 준비도 돼있지만, 사실 이번 응시는 응시 그자체로도 이득이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시간 끼적거린 글줄들에 내 이야기는 얼마나 될까.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생각도 표현도 방식도 누군가의 것.
차피 글이야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쓰는 일이지만 글을 가장 먼저 읽는 사람은 자신임을 망각한 허세, 자기기만이다. 자신을 속여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글로 누구에겐들 감응을 유발할까.

내 것이 아니라면 한 줄도 쓰지 않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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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클럽공연에서 노래를 듣다가 괜히 울컥.
정말로 괜히 울컥.ㅎ
신청하지 못한 신청곡이 있었지만 괜찮다. 어차피 어떤 노래를 들어도 마찬가지로 울컥했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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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고 이제 가을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아무것도 붙잡지도 버리지도 않고.

가을이 오면 역시 김광석.








090911



Paolo Pavan - Slow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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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하지만 한걸음 한걸음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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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말을 여전히 굳게 믿고 있다.
난 여전히 답보보다는 차라리 악화를 선호한다. 그건 사실 발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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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도 써지지 않으면 한 줄도 쓰지 않겠다.
한 모금도 들어가지 않으면 한모금도 마시지 않....을수 있을까??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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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고. 라고 거짓부렁 했지만 그건 어차피 불가능하니,
두근두근 기대하고 있다. 상처받을 일마저도.


0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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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오는 동안 한편의 글을 다써내렸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어쩔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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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것을  또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느끼진 못했을테다. 난 여전히 보이는 것만을 믿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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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른다. 닿지 않아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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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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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는 다시는 돈문제로 얽히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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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고 간만에 취했다.
할일이 있지만 외면한다.
난 이렇게 무책임한 남자다. 별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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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스미스의 어메이징을 따라부른다.
무슨말인지 난 결코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