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노래에 관한 소묘'에 해당되는 글 122건

반두비 - 타인과 관계맺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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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들리지 않아 수술 날짜를 받아 놓고 기다리고 있을 즈음, 시시껍절한 농담 한마디를 끼적인 적이 있었다.
'내가 귀가 들리지 않는 이유는 뇌안에 대화 뉴런이 망가져서 그런거다' 라는 자학쯤 되는 우스개.

우스개였지만 웃기지도 않았던 그 끼적임은 어쩌면 은연의 진심이었겠다.
'대화'란 그렇게 쉽지 않은거니까. 하물며 마음과 마음이 부닥쳐 영그는 소통이야 말해 무엇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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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
대화와 소통이 어려운 이유도 가능한 이유도 나와 네가 서로 다른 존재 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대화하고 소통해야 하고,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대화와 소통이 쉽지 않다.

소통은 벽에다 문을 내는 것이다. 하여 문을 내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벽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다.
벽이 무언지, 얼마나 두꺼운지. 벽을 이루는 것이 인종인지 계급인지 성별인지 나이인지. 아니면 그 모든 것들인지. 무엇이 나와 너를 가로막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벽을 인정하는 것부터 벽을 허물어 문을 만드는 일이 시작되는 법이다.

결국 소통은 타인과 하는 것. 중요한 건 벽을 부수어 통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말이 아니라.
그러니까, [난 숟가락으로, 넌 손으로 하지만 이 음식이 네게 맛있었음 좋겠어.] 같은 마음이랄까.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텔지어에서 허물어진 벽에 홀로 남은 문이 계속해서 남는다. 문이 온전하려면 벽도 온전해야 하는 법. 벽은 허물어지지 않는다. 허물려 해서도 안되고. 소통이든 연대든 그 전제는 타인. 타인으로서 온전해야 소통도 온전 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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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이주노동자
세계시민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음에도 짙은색 피부와 두꺼운 쌍커풀의 외국인들에게 내보이는 시선은 싸늘. 세계화를 외치는 이들이 인식하는 '세계'란 고작 북반구의 하얀색 코쟁이들.

이 곳은 즐거운 나라 대한민국에서 한국사람들도 잘 모르는 택껸을 배우는 미국인과 떼인 돈을 받으러 주소 한 장들고 골목골목을 누벼야 하는 방글라데시인의 동석만큼 우스꽝스러운 곳.
이 곳은 지주에게 핍박받는 마름이 소작농을 학대하듯, 지배받는 개인이 타인을 학대하는 곳.
분노한 만큼 서러울 밖에, 서러운 만큼 포기할 밖에 없는 곳.
제가 노예인것도 모르는, 어쩌면 모른 채하는 사람들이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곳.
답 대신 눈물이 먼저 흐르는 곳.

## 노골적이어서 재미없는

민서의 가방에 달린 촛불소녀 뱃지, MB수학학원, 한겨례21, 조선일보, 돌발영상, 불탄 남대문..
너무 노골적이어서 가끔 극을 향한 집중을 방해할정도.
위트와 풍자와 해학은 언뜻언듯 보일락말락이 정도인 것을.

감독은 전작에서도 똑같이. 전작 '방문자'에 비해 훨씬 더 재치있고 부드럽고 유연한 진행이었지만, 그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풍자는 여전히. MB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에 있어 MB는 풍자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목에걸린 밥알처럼 까끌까끌.

##  백진희

예쁘고 잘한다.
처음 만난 카림에게 입맞추고 돌아서는 장면에서의 그 눈빛은 아주 '정확해'보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예뻐서 잘해보일 수도 있는거다. ;;
박보영, 정유미와 함께 주목하고 싶어지는.
 

## 청소년 관람불가

분두비 이미지를 찾으려고 네이뇬에서 반두비를 검색하자 영화에 달린 온갖 악플들이 쏟아져 나온다.
'외국인(피부색 짙은)이 우리나라 여고생을 강탈하는 쓰레기영화'라는 평을 보다 생각했다.

청소년 관람불가는 청소년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치부를 감출때 쓰는 요령이구나.
사기꾼 약장수가 애들은 가라고 말했던 것도 같은 이율까?

우익청년 윤성호




은하해방전선에서 재기발랄이 무엇인지 보여준 윤성호 감독의 단편.
풍자, 해학이란 이런것이다.

임꺽정




강물처럼 흘러서
티끌같은 세상 이슬같은 인생

- 장사익




매일 오후, 케이블티비에서 임꺽정을 방송한다.
항상 식사때와 얼추 맞물려서 꼬박꼬박 보게 됐는데 이게 예전엔 미처 몰랐던 재미가 쏠쏠하더라.
벽초의 원작을 꺼내어 들......려다가, 이두호 아저씨의 만화책으로 급 선회.

한, 설움, 그리움, 사랑, 증오같은 것들.
삶, 또는 인생이라 불리는 것들은 모두 그런 것들.
강물처럼 흘러갈 것들.




우리가 가는곳 어딘지 몰라도 
강물처럼 흘러 흘러서 가야하리
물방울이 모여서 내를 만들고
시냇물이 모여 큰강을 이루듯
우리도 가야지 그렇게 가야지
강물처럼 흘러 흘러서 가야지


++
드라마를 보면서 노래 참 서글프다. 라고 생각했는데 크레딧을 보자니 장사익 아저씨.
역시 어익후.

++
사극을 좋아하는 편인데, 임꺽정은 근래들어 본(어쩌면 그간 봐온 모든) 사극 중 단연 으뜸이라 하겠다.

쌈싸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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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대비 성능으로 봤을때 올핸 GMF보다 쌈싸페.
그나저나 임진각까지 어찌가나.

내가 갖고 싶은 건



김창완밴드 - 내가 갖고 싶은 건



말할 것도 없이.
꿈에도 그리는 건.

Travis - Driftwood




나뭇조각이 되어도 계속 흘러가.

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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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만 봐도 대충 알것같은 내용이라 기대는 오직 최강희의 미모에만.
아니나 다를까, 뻔한 설정 진부한 소재. 어색한 사투리와 설득력없는 캐릭터.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엄마'는 눈물나.

내도록 덤덤하다 죽은 엄마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결국 울컥.
웃긴건 영화관 안에 있던 모든 남자들이 기침을 하기 시작한 것.

++
시사회라 인사하러 온 강짱의 미모를 기대했지만,
맨뒷줄이라 전혀 볼 수 없었다. 젝일. 그래도 맨뒤까지 풍겨오는 오오라는존재했음.

Amazing - Aerosmith




[걷는 법을 배우기 전에 기는 법부터 배워야 해]



GMF 2009 2차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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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라인업도 나와봐야겠지만  일단 둘째날에 눈이 가는구나.
언니네 장기하 이장혁 굴&재주소년 달빛요정까지.하악하악

그나저나 휘성은 또 뭐라니.

강허달림



친구와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라디오에서 그때 그사람이 흘러나왔다.
"잠깐, 이거 강허달림 목소리 아니야?"

그 때부터 친구 얘기는 듣는둥 마는둥. 모든 신경이 그리 향한다.

노래에 이렇게 자기를 싣는 목소리를 일찍이 들어본일이 있을까.
그녀의 노래는 말 그대로 내던진 모든 것이 그대로 날아와 몸통에 박히는 느낌.
달림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빼곡히 들어찬 숨결조차 버거우면
살짝 여밀듯이 보일듯이 너를 보여줘
그럼 아니. 또 다른 무지개가 널 반길지.


내가 생각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은


밖은 봄철날 따디기의 누굿하니 푹석한 밤이다
거리에는 사람두 많이 나서 흥성흥성 할 것이다
어쩐지 이 사람들과 친하니 싸다니고 싶은 밤이다

그렇것만 나는 하이얀 자리 위에서 마른 팔뚝의
샛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것과
내가 오래 그려오든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도 살틀하든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

또 내가 아는 그 몸이 성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
즐거이 술을 먹으려 다닐것과
내 손에는 신간서(新刊書) 하나도 없는것과
그리고 그 '아서라 세상사(世上事)'라도 들을
유성기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내 눈가를 내 가슴가를
뜨겁게 하는 것도 생각한다





아주 가끔 백석을 읽는다.
그리고 아주 가끔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눈가를 뜨겁게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새내기때 처음 노래를 들었다.
가난한 우리의 사랑을 위해 노래하던 그녁의 목소리에 폭삭 젖었다.

조금 시간이 흘러 그들이 다시 부른 노래를 듣고서 어줍잖은 말과 글을 주절거렸다.
'그들의 노래가 뜨겁지 않아.'

며칠전 어느 술자리에서 말이 없어진 틈사이, 다시 노래가 흘러 나왔다.
산다는 것은 위대해. 아, 나는 살고 있잖아.

용산에서 사람이 죽어나간지 200일이 되던날 용산역 광장 귀퉁이에 쭈구리고 앉아 나는 노래를 불렀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Antifreeze


─ 긴 세월에 변하지 않을 그런 사랑은 없겠지만, 그 사랑을 기다려 줄 그런 사람을 찾는거야.
Antifreeze - 검정치마


쌓아놓은 책들을 뒤적거린다.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튀어나와 내 마음과 꼭 같은 말로 토닥여줄 위로를 찾는거다. 하지만 '내 마음과 꼭 같은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조건이 붙은데다 독서량마저 극심히 빈곤하니 그런 주옥같은 문장을 만날 수 있을리가. 애꿏은 책장만 너저분해지고 있다. 이렇게 무엇으로든 나를 위로하고 치유해주고 싶을때가 종종 있지만, 그럴때마다 적절한 무엇인가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지각 직전의 아침, 이어폰을 꽃을 생각도 못해서 퇴근할때까지 내내 재생된 엠피삼을 퇴근길에 꽃았다. 배터리가 달랑달랑하더니 몇 곡 연주하지 못하고 이내 꺼져버린다. Antifreeze.

그래, 그렇게 거창하고 불같은 사랑을 바라고 있진 않다. 대개의 경우 거창하고 불같이 뜨겁고 아름다운 것들은 너무 빨리 사라져버리니까. 다만 조금 더 평범하고 소소하고 나른하지만 그래서 더욱 생명력있고 끈질기고 소중한 그런 사랑을 찾는거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지하철에 앉아 어디 갈데 없이 홀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종종 외롭고 쓸쓸하다.
남들보다 이른 퇴근시간에 일과를 마쳤음에도 머리위에 쨍쨍한 햇볕은 아주 잔인하다.


청춘의 문장들 - 김연수



─ 삶의 한쪽 귀퉁이에 남은 주름이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주름이나 흔적처럼 살다가 사라진다. 목이 메고 마음이 애잔해지는 것은 모두 늦여름 골목길에 떨어진 매미의 죽은 몸처럼 자연스럽게 생기는 여분의것에 불과한데, 지난 몇년간 나는 거기에 너무 마음을 쏟았다. 이젠 알겠다. 역사책의 갈피가 부족해 거기까지 기록하지않은 게 아니었다. 마음 둘 필요없는 주름이나 흔적이기 때문이다. (p51)

─ 그날 밤, 내 머릿속에는 뒷산에 꽃아두고 온 모종삽이 떠올랐다. 어둠 속에서 비스듬하게 땅에 꽃혀 있을 모종삽. 그 모종삽처럼 살아오는 동안, 내가 어딘가에 비스듬하게 꽃아두고 온 것들. 원래 나를 살아가게 만들었던 것들. 그런 것들. (p80)

─ 그해 겨울, 나는 간절히 봄을 기다렸건만 자신이 봄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만은 깨닫지 못했다.(p131)

─ 인생이란 취하고 또 취해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직 해가 지지 않는 여름난 같은 것. 꿈꾸다 깨어나면 또 여기.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곳.(p164)

─ 이슬이 무거워 난초 이파리 지그시 고개를 수그리는구나. 누구도 그걸 막을 사람은 없구나. 삶이란 그런 것이구나. 그래서 어른들은 돌아가시고 아이들은 자라나는구나. 다시 돌아갈수 없으니까 온 곳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것이구나. 울어도 좋고, 서러워해도 좋지만,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해서는 안되는 게 삶이로구나.(p242)


청춘이라니. 아. 이 손발이 오그라드는 제목이라니.
하지만 아. 청춘, 이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후덜거리는 낱말이라니.

청춘은 마치 흑백필름 같다며 우리 청춘의 이야기를 흑백으로 찍어버린 어느 영화 감독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사실 그렇다. 청춘을 마치 신록과 5월과 강렬한 햇빛과 예쁘고 고운 기억들로 치장하는 이 있다면, 장담컨데 그는 청춘을 살아보지 않은 자일테다.

청춘은 무채색이고 괴롭고 또 외롭고 아무일 없이 무료하고 무기력하며 작은 일에 분노하고 기뻐하며 자신의 사랑만이 오직 세상에 유일한 사랑이라 여기는 오만하고 어리석고 여리고 가여운 시절이다.

하지만 살아가며 어느 한 순간이라도 오만하고 어리석고 여리고 가엽지 않은 순간이 있을까. 그래, 우리는 늘 청춘의 가운데를 살고 있다. 아니 삶은 곧 청춘일지도 모른다.


삐뚜루 보면야 암것도 아닌 얘기들이지만 김연수의 스무살 시절들에 적잖이 위로받는건 사실이다. 허겁지겁 밑줄까지 쳐가며 읽은 책을 덮고나니, 이렇게도 허망할수가. 남는게 없다.
그야말로 청춘의 문장들.

오늘은 이런 노래 하나




Spain - Nobody Has To Know

물폭탄이라고 불리는 비가 주룩주룩내리네요.
비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이번 비는 참 반갑습니다.
작열하는 태양의 드거움은 뜨겁지 않은 사람에겐 견디기 힘든 것이거든요.
비가 그치고나면 다시 더 뜨거워지겠으니 비가 내리는동안 조금이라도 뜨거워질 준비를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