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대하여


1. 

며칠동안 미세먼지가 최악이었다. 고들 얘기한다. 사실 미세먼지 대책으로 온 나라에 공포가 떠돌고 있고, 이런 불안함은 예전의 신종플루나 메르스 때처럼 공포를 통한 어떤 '단결'을 유도했다. 


요즘은 다들 만나면 미세먼지 이야기를 했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거리에 나섰다. 공기청정기를 샀다거나 어떤 공기청정기가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 나도 그래서인지 두통이 평소보다 조금 심한 것 같았고 목이 칼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딱히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마스크가 영 불편해서 잘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온다는 그 믿음에 대해서나, 미세먼지의 정체에 대해서 더 관심을 보이는 편이다. 내 건강의 문제야, 마스크로 해결될 것이 아닌 것 같아서 말이지. 


1-1.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범이 중국이라는 믿음은 여름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들면 죽는다고 여기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낭설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사람들이나 언론이 최악의 중국발 미세먼지를 운운하는 기사에서 위성사진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 위성사진이 아닌 경우도 많고, 애초에 먼지 농도는 위성사진으로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다. 시간대별로 먼지 농도의 위성사진을 찍어서 중국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하지만 실제로 한시간 전의 그 먼지가 지금 이곳의 이 먼지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정황에 대해서도 얘기하더라만. 중국이 동해안 지역에 화력발전소와 중공업 공장단지, 쓰레기 소각장을 대규모로 건설하면서 그 유해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되고 있다는 주장.


그러나 중국은 오히려 엄격한 환경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수도 부근의 도시들에서뿐이 아니라 문제라는 중국 동해안, 한국의 황해 부근의 도시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강력한 환경규제로 인해 생산량의 감축이 일어나고 산업 구조가 재편되며 중국의 산업을 후방에 두고 있는 한국의 산업들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반도와 가까운 산동성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감소하고 있다. 베이징을 비롯한 화베이 지방은? 더 엄격한 규제에 의해 더 많이 감소하고 있지.


1-2.

한국의 오염물질 배출량은 정말 줄어들었을까? 중국이야 예의 그 대륙의 기상을 잔뜩 발휘한 엄격한 조치로 (겨울엔 기숙사에 난방도 틀어주지 않는다는 유학생의 이야기를 전해듣기도 했다) 화끈한 저감을 이뤄내기도 하지만 한국은 공포에 떠는 것 만큼의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 화내고 마스크 사재기나 하고 있지.


중국 공업지대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줄어드는 동안 한국은 화력발전소를 더 지었고, 남동임해 지역을 중심으로 오염물질 배출량은 더욱 늘어났다. 당진을 중심으로 화력발전소와 제철소, 공업단지가 밀집한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경이다. 


공기청정기를 돌리기 위해 소모하는 전기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진다. 공기청정기를 사서 배달시킨 택배 차량은 디젤 차량이겠지.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를 만드는 공장은 중국에 있다. 중국이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한국의 미세먼지가 심해진다며?


1-3.

다 떠나서 한국의 미세먼지가 정말 '중국발'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들이 중국에 화를 낼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의 산업 발달은 '저렴한 비용'을 기반으로 한다.  인건비가 싸고 무엇보다 환경규제가 약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시도하면서 중국의 고도 산업 성장이 가능했다. 7~80년대 한국이 싼 인건비와 저렴한 환경규제로 대기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한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거기에는 한국 기업, 한국 소비자의 지분도 상당하다. "앞으로의 세계는 중국이 주도할 것이다"같은 고리타분한 조언이 90년대와 2000년대를 관통하며 당시의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주입됐다. 중국으로의 사업 진출이 활발해지던 시기의 얘기다. 말인즉슨, 중국의 산업을 지탱하는데 한국의 소비도 한 몫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으로 이식된 수많은 한국 기업.


다시 말하면 한반도에서 발생했어야 할 수많은 오염물질이 중국에서 발생해서 한국으로 다시 건너오고 있는 셈이라는 말이다. 화를 내야 할 것은 오히려 중국정부와 중국의 인민들일 수 있다. "왜 너희나라에 뿌려야 할 똥을 우리나라에 헐값에 팔아넘겼냐"고.


2.

애초에 '미세먼지'라는 용어 자체도 이해가지 않는 측면이 많다. 어떤 물질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고 미세한 입자의 오염물질을 미세먼지라고 통칭하면서 오해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정확한 진단과 규명, 원인분석과 해결책 마련도 어려워지는 일이다. 


그 효과는 오직 공포를 더 쉽고 빠르게 확산시킬 때만 용이하다. 난 여전히 미세먼지가 뭔지 알 수 없다. 


미세먼지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면. 그래서 재난을 선포해야 한고 정부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표할만큼 중요한 일이라면 언론이든 정치권이든 해야 할 일은 화를내고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