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거나 운동을 하거나 몸을 혹사시키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 무엇이든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을 청소하고 설거지를 깨끗하게 하고 빨래를 돌리며 커피를 내렸다. 자리에 앉아 되는대로 이것저것을 쓰고 있다. 연필을 깎았고, 새 공책을 열었다. 블로그에도 무언가를 주저리주저리 써내리고 있지만 딱히 기분이 나아지진 않는다.
누워서 음악을 들었다. 이상은을 들었고 못이나 스왈로우, 이소라를 들었다. 가만 돌이켜보니 어느 시절에 즐겨 들었던 플레이리스트였다. 기분이 문득 더 나빠져서 치웠다. 비투비를 들었지만 마음에 닿지는 않았다.
다시는 울지 않으리.
누군가를 생각했고, 어떤 일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돈이나 집,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읽을 책과 만날 사람, 볼 영화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다만 살아가는 일이란 그런 것들의 종합이겠구나. 그래서 별 것 아니겠구나. 살면 또 살아지는 일이다. 하루씩 하루씩. 뭐 ㄱ렇게 대단한 하루가 있겠나. 다 별 거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