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치 얘기

1. 



식당주인이 애초에 밥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해서 항의하러 찾아간 거라고. 이게 그렇게 이해가 안될까. 어떻게든 감싸주고 싶다면 일단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인정하고 시작하는 게 상책. 그게 그렇게 어렵나. 

2. 
386, 깨시민, 노빠, 친문.. 뭐 등등등 등등등. 그들을 어떻게 호칭하든가 어쨌든. 그들은 진보, 인권, 민주주의같은 구호를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삶의 행태는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여성을 혐오하고 노동을 소외한다. 생태를 외면하고 지역엔 무관심하다. 구호는 혁명을 외치지만 삶은 속물적이다. 촛불을 들고 정권을 타도하자고 구태의연한 구호를 외치고선 그 선언적 살풀이가 끝나면 어느 곳에 모여앉아 여성을 혐오하고 성소수자를 비하하며 주식과 부동산 정보를 탐닉하는 그들. 

 아니라고 발뺌하지 마라. 부안, 대추리, 새만금, 대우차, 한미 FTA, 이라크 파병, 김선일, 허세욱, 배달호, 전용철, 이경해. 그리고 또, 그리고 또. 이 이름들 앞에서 당신들과 당신들의 대통령은 이명박이나 박근혜와 다르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나. "착한 FTA", "좌파신자유주의" 같은 말장난은 입으로는 이상을 지껄이면서 삶은 저들과 똑같이 속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분열증을 증거할 뿐이다. 

 내가 그들에게 이토록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건 그들의 정치적 오류보다는 그 분열적 태도가 역하고 혐오스럽기 때문이다. 

3. 
이건 그저 유령들의 싸움이다. 박정희의 관과 노무현의 관을 짊어진 사람들의 싸움이다. 신화 속 영웅의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일단 영웅을 신화 속의 인물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 후일 또다시 영웅으로 소비돼야 할 사람들. 그래서 정치판에 정작 정치는 없다. 어느 순간부터 지겹도록 끊임없이 제기되는 갖은 음모론도 같은 맥락이다. 

 대의제 정치는 정치의 자리에 정치보다 인격신을 만들어 끼워넣는다. 이런 부분에서 스스로 '진보정당'을 자처하고 있는 곳들과 거기에 서식하는 '진보 정치인'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권력의지 같은 피씨방에서 디스크 조각모음하는 소리나 지껄이고 있는데 어디에 진보가 들어갈 수 있나. 

 정치는 삶을 행복하게 할 질문의 축적이다. 진정한 영웅, 도덕적이고 인간적인 초인을 뽑는 천하제일무술대회가 아니라. 게이가 핍박받고 장애인이 불편하고 난방을 하지 못해 얼어죽고 공장에선 노동자가 쫓겨나고 도롱뇽과 도마뱀이 죽어가는 곳에 필요한 것이 정치다. 정치란 권좌가 아니라 일상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노동자와 친한(親努)정치는 도덕적 인격이 아니라 질문의 축적이 이루어낸다. 

4. 
무엇을 할 것인가. 박정희의 유령이 출몰하는 건 구태정치의 과거 잔재들 때문보다는 이 분열증의 사회가 자초한 것에 가깝다. 속물적 삶.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맹목적 구호. 삶의 가치, 인간적 삶에 대한 희구같은 말이 이미 사라져 버린 세상에서 이 유령을 내쫓자고 저 유령을 들여오는 셈. 해야 할 일은 먼저 인간적 삶을 복원하는 일이다. 

약자와 함께 하는 삶, 빼앗는 것보다 나누어 잘 사는 일, 삶에 희망을 드리우는 말과 노래. 누군가의 삶을 앞에두고 감히 '나중에'라고 말하지 않는 일. 그러니까 삶과 정치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를 전복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