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책 10권


유행하는 인생의 책 열권 꼽기에, 어쩌다 지명돼서.



1. 오래된 미래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은 역시 오래된 미래다. 라다크는 여전히 언젠가는 가보고싶은 곳 1위다. 생명과 공동체라는 말을 생각해보게 된 건 오직 이 책 이후다. 책 열 권을 꼽는 건 좀 어려웠지만 한 권을 꼽는다면 단연 이 책이다.


2. 자본주의 공산주의 - 이원복

; 지금은 이원복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여튼 내게 공산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단어가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사실을 알려준 건 이 책이다. 어린 나이에 훔쳐 본 삼촌 방 책장의 살짝 빨간 책들 중에 유일했던 만화책.


3.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니체

; 해결의 책. 아무렇게나 펼쳐서 막 읽어도 좋아요. 해결의 책처럼.


4. 만물은 서로 돕는다 - 크로포트킨

; 무릇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본성이란 서로를 적대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부조하며 공존하는 것이라는 입증. 혹은 입증이 아니라 단지 바람일 뿐이라도, 

우리가 본래 가진 우정과 사랑을 다시 되찾자는 것, 인간 본래의 삶을 복원하자는 말이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인간들보다는 훨씬 좋아보인다. 희망을 갖는 것.


5. 검은 고독 흰 고독 - 라인홀트 매스너

; 박민규는 자신의 소설에 라인홀트 매스너를 등장시켰던 적이 있는데,

그 소설의 등장인물 중 라인홀트 매스너는 지구에 유일한 '안주하지 않는 인간' 이었던 것 같다. 홀로 고독하게 어떤 것의 도움도 없이 낭가파르밧을 오르던 남자의 고독한, 하지만 그 고독이란 자신을 갉아먹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자신을 긍정하게 하는. 뭐 그런 이야기. 몇 번이고 밑줄 그어가며 읽었다. 그리고 종종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친구들을 보기도 하고.


6. 노마디즘 (과 꼬뮨주의를 비롯한 이진경이 들뢰즈를 말하던 책들)- 이진경

; 사실 두꺼워서 가방에 넣기도 힘든 이 책을 그대로 다 이해했다는 건 아니고. 들뢰즈와 노마디즘, 차이와 반복, 주름 같은 말들에 내 멋대로 붙인 해석은 "그럴 수도 있지 뭐". 경직되지 않은 채 무한히 확장되는 욕망, 그리고 반복되는 그러나 완전히 동일하게 재현되지는 않는 세계에 대한. 구조에 끼워맞추고 분석하고 예측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이야기.

여전히 어렵지만, 들뢰즈를 한국말로 이해시켜주는데 큰 도움이었던 이진경. 사실 이진경의 사사방도 내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줬지만, 뭐 그건 차치하고.


7. 사회생태주의란 무엇인가 - 머레이북친

; 무슨무슨 주의자라고 불리는 게 달갑지도 않고 사실 뭐 그런 거창한 주의나 주장도 없지만 굳이 꼽으라면 사회생태주의자. 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말을 발견한건 다 머레이 북친의 책에서.


8. H2 - 아다치 미츠루

; 내가 살며 배워야 할 건 전부 만화책에서 배웠다. 이제는 대사까지 줄줄 외워버린.

내 이상형은, "내 이상형은 히까리야"라고 하는 말을 알아듣는 여자.


9. 우리글 바로쓰기 - 이오덕

; "말을 마음대로 마구 토해 내는 사람, 그렇게 토해 내는 말들이 모두 살아 있는 구수한 우리 말이 되어 있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반갑다. 우리는 이런 사람의 말에서 비로소 잊었던 고향으로, 우리의 넋이 깃들인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 이오덕.

글을 잘 쓰고 싶다고 했더니 이 책을 선물해줬었다.


10.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 한 그루씩 나무를 심자. 공사말고 농사짓자. 이윤보단 생명을. 언제고 꼭 다른 세계는 가능할 겁니다. 이 얘기들이 모두 나무를 심은 사람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