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어느새 열두시가 넘었지만, 여튼 오늘은 전태일 열사의 44주기다. 

그리고 대법원은 2심을 뒤집어 쌍용자동차의 해고가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씨앤앰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미터의 전광판 위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고 때마침 한파주의보와 칼바람이 불어닥쳤다. 

언론은 십 몇년 만의 수능한파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내 보기에 어쩌면 그 수험생들은 모두 예비 비정규직이다. 그들은 어쩌면 조작된 회계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고 6년을 거리에서 지내게 될지 모르고 어쩌면 파리목숨 같은 고용을 두려워하다 어느 철탑 위로 올라가게 될지 모른다. 

평화시장의 어린 시다들을 가슴 아파하던 전태일은 언제고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했지만, 오늘 여전히 구천을 떠돌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 어린 시다들은 지금 비정규직, 정리해고, 간접고용, 알바노동. 그런 말들로 여전히 있다. 44년동안. 

오늘의 대통령은 전태일 시대의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해 수많은 돈을 쓴다. 
이 윗줄, 우리시대의 대통령이라고 적었다가 이내 오늘이라고 바꿨다. 우리시대가 전태일의 시대와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44년, 대한민국은 무엇이 달라졌나. 무엇을 했나. 그리고 나와 당신, 우리는 무엇을 했고 또 무엇을 할 수 있었나. 그리고 이제 무엇을 해야하나. 

오늘, 대법원에서 하염없이 울었을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전화를 걸어 지금 심정이 어떠냐고, 그래서 앞으로 어찌 할거냐고 물으려 했다. 

다행인지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아서, 그 그악스럽고 무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안도했다. 

아.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이렇게 시시껍절 아무 의미도 없는 낙서나 끄적이는 게 전부라서 서럽고 미안하다. 

다시 또. 무엇을 해야하나.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