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9. 02:38 Vecchio Primavera
1.
블로그를 너무 오래동안 방치해 놓은 듯 싶어 스킨도 좀 조물딱 거리고 사진첩도 뒤적거려 새롭게 단장해봤다. 얼마전엔 티비에서 SNS의 짧은 대화에 지친 사람들이 다시금 블로그로 회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던데 (실제로 주변에 싸이월드나 네이버 블로그로 돌아가는 친구들이 몇몇 있기도 했다) 꽤 오래도록 챙겨놨던 블로그가 퍽 소중한 자산이겠단 생각이 들었다.
2.
블로그를 처음 열었던 건 2007년, 이글루스. 그보다 앞서 고등학교 때 블로그인이나 싸이월드 블로그 같은 걸 쓰기도 했지만 제대로 블로그를 만들고 운영을 했던건 아마 그 때가 처음이겠다. 싸이월드에 난무하는 사이좋은 사람들 틈에서 벗어나서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사이좋은 사람들한테는 차마 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끼적거렸다. 어께에 힘을 잔뜩 준 정치이야기가 태반이었고 사는게 어쩌니 사람이란 무엇이니 하는 어줍잖은 이야기나 영화와 노래 이야기같은 잡다하고 읽는 사람에겐 별 영양가도 없는 이야기가 즐비한 그런 블로그였다.
지금도 가끔씩 잠궈놓은 이글루스 블로그에 들어가서 그 때 지껄인 이야기들을 들춰보는데 손발이 오글거리고 얼굴이 빨개지지만 그 때는 분명 진심이었고 진지했던거다. 지금에는 도대체 왜 저런 말들을 지껄였을까 싶은 이야기도 있는가 하면 여전히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이야기들이나 음악, 영화 취향들도 있다.
친구나 후배들, 혹은 이제 몇 명 찾지도 않는 내 다락 골방같은 블로그의 독자들이 혹여 내 글이나 내 생각에 동의할 만한 면이 있다고 여긴다면 그건 오로지 그 시시껍절한 포스팅과 가끔 개싸움같고 가끔은 진지했던 그 토론들의 공이다. 여튼 앞으로는 조금 더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는 이야기.
3.
얼마전에 트위터를 돌아다니다 "요리 잘한다며 파스타 해주는 남자는 다 가짜며, 진짜 요리를 하는 남자는 나물을 잘 무치는 남자"라는 요지의 트윗을 읽고 대오각성, 집에서 오이지를 좀 무쳤다. 사실 여름 나물이라고 하면 고구마순이나 열무, 가지, 비름나물 같은게 진짜지만 일단은 집에 묵어가고 있던 오이지부터.ㅋ
오이는 냉한 음식이라 몸의 열기를 내려주고 갈증을 해소한다. 거기다 이뇨작용과 해독작용이 있어 술독을 푸는데도 매우 좋다. 등산을 할 때 물대신 오이를 먹고, 한 때 오이소주가 유행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는거다.
좋아하는 오이지무침은 소금으로만 살짝 간을하고 참기름과 다진마늘만 조금 넣은 것이지만 반찬 할만한 음식이 따로없어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넣은 짭조름하고 시뻘건 오이지와 소금간만 한 오이지 두 개를 뚝딱뚝딱 무쳤다...지만 헐 사진을 찍어놓지 않았다. 비주얼이 썩 훌륭했는데. 사진은 다음 기회에 첨부.
여튼 내가 이렇게 밑반찬과 나물무침에도 능숙한 남자. 파스타만 졸여대는 그렇고 그런 남자가 아님니다.
4.
친구들이랑 정치나 철학같은 주제로 수다를 떨다보면 언제나 내 이야기는 "크로포트킨을 보라고, 만물은 서로돕는 법이야"같은 말로 매조지된다. 사실 내가 무슨 거창한 아나키스트나 생태주의자도 아니고 실은 들먹일만한 식자가 그 뿐이라서 그런거지만 실제로 만물에겐 서로돕고 살아가는 본성이 있으며 우리는 본성대로 서로를 짓밟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우정을 나눌 본성을 억누르며 서로를 적대하고 있다 여기는게 훨씬 행복하고 희망적이지 않을까. 희망따위가 완전히 거세된 세계관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희망을 줄 수 있겠나. 뭐 그렇다고. 그러니 맨큐의 경제학을 덮고 이반일리치와 크로포트킨을 읽으라.
내가 공부모임 발제문 준비하느라 눈알빠지게 혼자 책 읽은게 억울해서 그럼니다. 엉엉엉.
5.
열대의 밤, 잠도 안오고 땀이 삐질삐질 날 때는 우당탕탕 시끄럽고 소리지르는 노래를 들어야 합니다. 할로우잰을 좋아하지 않으면 여름을 제대로 나고있는게 아니에요. 흥, 쿨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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