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시간 남짓이면 올해도 지나고, 올해가 지나면 내 나이의 앞글자도 바뀌는데, 어쩐지 아무렇지도 않아서 더 마음이 묘하다.
백투더퓨쳐의 마티가 경험했던 미래는 고작 1년앞으로 다가왔고 원더키디가 우주를 향하기까진 5년밖에 남지않았다.
"서른을 맞지 않으려고 스물아홉에 자살할거"라던 십대시절의 그 기막힌 일기를 곱씹다 서른이란게 그렇게 대단할것도 또 그렇게 역겨울것도 없는 나이라는걸 알게됐다. 그보다는 스무살이 그렇게 뜨겁지만도, 열일곱이 그렇게 푸르지만도 않았다는걸 기억해 냈다는게 더 정확하겠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절대 소모되지 않는 에너지원을 개발해낸 외계생명체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처럼, 그건 아마 그저 막연한 동경이고 상상이고 또 두려움이었다. 단지 환상.
그래서 2013년과 2014년의 사이, 스물아홉과 서른의 사이에는 그 전과 동일한 1초가 있다. 다만, 어렵고 두려운 것은 그렇게 켜켜이 쌓여가는 1초의 무게'들'이다.
여상스러운 것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하는 1초의 무게감. 그것을 지난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을 견뎌내고 바라보는게 어른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하는 축적들.
역겹거나 고단한 삶일 것도 없는 여상한 생활이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하겠다. 발레리의 말마냥 바람이 불어서 살아야겠다. 역겹지도 고단하지도 못한 삶을 견뎌내는 일. '고작' 살아남는 일이 어쩌면 '그렇게도' 살아가는 일이겠다. 서른에도 스물에도 어쩌면 마른이나 그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