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1.

오늘의 심야조깅(을 빙자한 산책)은 9.64Km.

브금으로 아이돌 댄스를 주로 듣는데, 갑작스런 변박으로 혼란의 카오스에 빠졌던 아이야를 무사히 넘겨서 기쁘기 한량없다. 하지만 최고의 러닝브금은 역시 로드파이터와 컴백. 역시 젝키가 짱.


2.

엘지의 플레이오프 광탈이후 야구소식을 단호박 자르듯 단호하게 끊었다. 박펠레 박동희가 두산의 승리를 점쳐서 당연히 엘지가 이길줄 알았는데. 기왕 이렇게된거 두산이 드라마마냥 코시를 우승해줬으면 싶..을리가 있냐. 드라마고나발이고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진리를 삼성이 막강 전력으로 증명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미 두산의 2승.


강제강판 같은 어지간해선 고교야구에서도 안나올 진기명기를 보여주는 두산은 정말 드라마의 팀. 그러니까 삼성 이겨라. 홍홍호옹.


3.

트위터에서 모집하는 공부모임을 신청했다. 인문사회과학과 미학공부. 일단 내주까지 앙띠오이디푸스를 읽어야 하는데 책도 아직 못구했다. 현 총체적 난국의 원인은 일단 내 근본없는 무식함.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무식함보다는 대책없는 게으름이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 그니까 일단 뭐라도 하겠다구요.


4.

김현식 아저씨의 미발표 곡들을 모은 앨범이 나왔다. 버스안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그 소식을 발견하곤 기사아저씨의 목을 졸라 차를 돌려 핫트랙스로....향하진 못하고 내려서 버스 갈아타고 갔다. 그리고 아, 목소리. 마침 그 날은 주찬권 아저씨가 죽은 다음날. 얄궃게.


'그대 빈들에'는 김현식 아저씨의 마지막 목소리라고 한다. 2013년 시월에 듣는 90년 시월의 목소리. 그렇게 노래가 남아 사람을, 시절을 돌이켜주는 것. 노래를 불러야지. 죽을때까지 하염없이.


++

세상이 모두 다 내것 같을 때, 나는 저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았네 

세상이 모두 어둠으로 덮힐 때, 나는 또 어둠을 걸었네

이젠 떠나야할 시간이 되었나봐 이젠 잊어야할 시간이 되었나봐


5.

이제 여간해선 무협지를 잘 읽지 않는다. 그나마 환상문학이 팔리는 장사가 되니까 우후죽순처럼 온갖 허섭스레기들이 양산됐고 내용은 차치하고 비문투성이에 쉬운 맞춤법도 지키지 않는 무협지가 태반이다. 영웅문이나 천룡팔부를 읽으며 철사장을 연마하고 땅에 떨어진 강호의 도의를 가슴 아파하던 시인묵객들은 어디로 사라졌나.


여하튼, 이제는 거의 끊어낸 무협 중독에도 끝내 끊어내지 못하는 무협지가 하나 있는데, 한백림 작가의 한백무림서. 한백무림서가 책 제목은 아니고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 속 세계관에 등장하는 책 이름인데, 작가는 이 한백무림서가 완성되는 이야기를 10여 개의 독립된 시리즈물(그러니까 주인공이 10여 명쯤)로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란다. 한 시리즈가 보통 10권정도 되니까 완성되면 총 100권이 넘는 대하소설이 되는 것. 무협지가 재밌다기 보다는 이 원대한 계획의 진행을 지켜보는 맛이 있다.물론 소설 자체도 소소하고 쏠쏠한 재미가 있다. 


작가가 현직 의사라던데, 그래선지 극악할 수준으로 연재진행이 더디다. 지난 권을 읽고 군대에 갔다는 독자가 제대를 했는데도 다음권이 나오지 않더라는.... 그런 수준.... 하지만 요 극악한 작가의 만행에도 기다린 보람이 있어 신간이 나왔다는 첩보를 뒤늦게 입수했다. 내일은 간만에 만화방가서 짜장면을 먹어야겠다.


6.

아, 춥다.

기온이 얼마나 내려갔을 때면 보일러를 틀어도 부끄럽지 않다는 가이드라인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