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1. 

회사를 그만뒀다. 상사와의 불화, 잃어버린 꿈을 찾기 위한 용기, 더 나은 곳으로의 이직. 같은 이유는 없다.

누가 '왜?'라고 물어보면 딱히 정확한 답변이 마땅치 않지만, 그냥 내 역량의 부족도 실감했고, 그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이 상황이 앞으로 나아질 것 같지도 않았다. 임금문제도 당연히 있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누적된 피로감이 체력적으로도 나타났다. 뭐 이래저래 때가 됐다고. 예전에도 그랬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더욱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지 못한 시간들을 자책하고 부끄러워하게 될테다. 음. 당장은 휴가인 상태다. 조금 시간을 줄 테니 천천히 생각해보고 다시 얘기하자더라. 결과는 달라지지 않겠지만, "지난 시간을 정확히 돌아보는 평가의 과정"을 중요하게 말해주는 그 선배들이 고마우면서도 얄밉고. 그렇다.


2.

집 앞에 만화방을 발견한게 다행이다. 다섯시간 동안 죽치고 앉아서 만화를 봐도 5천원. 어제는 오후 느즈막히 목욕탕을 들렀다 만화방으로 갔다. 그동안 밀려있던 만화책을 몰아치고 있자니.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일정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이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영 어색하다. 이게 더 익숙해지기 전에 짧게 바짝 쉬고 다시 무언가를 해야지.


3.

근데 빌리배트 엄청 재밌다. 점점 일이 커지는데 (심지어 아인슈타인도 등장했다) 잘만 마무리 되면 우라사와나오키의 최고작이 될 수도. 이거 사모을까...??ㅋ


4.

지난 시즌에는 야구를 거의 못봤고, 간만에 WBC를 봤는데 보자마자 탈락. 그러나 WBC 탈락 소식보다 LG선수가 아무도 WBC에서 못뛰었음에도 LG 유니폼을 입고 응원석을 찾은 패기의 LG팬들이 자랑스럽...다기 보다는 부끄럽다. 적어도 국제대회는 5위쯤 한 다음에 응원가자 우리. 


5.

올 시즌은 야구를 좀 봐야지. 시범경기 중계는 못봤고, 라인업만 좀 봤는데 내야엔 모르는 이름이 많더라. 정현욱도 비싼 돈 내고 먹튀시키는 엘지 FA의 전형을 그대로 밟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고. 꼴찌 3년 더 할 각오하고 유망주들에게 지속적으로 기회를 주는 운영이 되면 좋겠다. 사실 엘지에 유망주 자원은 차고 넘친단 말이지. 어쨌든 올시즌의 목표는 이대형의 도루왕 탈환과 우규민의 10승. 박용택 이병규의 삼할


6.

요즘 가장 열심히 보는 예능은 인간의조건. 쓰레기 배출 편부터 알아봤다. 일상에서 생태주의(환경보호랑은 엄연히다르다)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어보인다. 보면 볼수록 김준현과 양상국의 매력에 흠뻑. 역시 개콘은 뚱뚱한 형들이 갑. 내가 유민상도 엄청 좋아함.


7.

얼마 전, 웰랑뜨레이를 만든 김태일 감독을 인터뷰하려고 웰랑뜨레이 프리뷰 DVD를 받았다. 집에 DVD 플레이어가 없어서 동네 DVD 방으로 갔는데, 아뿔싸 영어 자막이었다. DVD방 주인 아저씨가 아직 출시도 안된 캄보디아 말 나오는 영화를 영어자막으로 보면서 노트북과 노트를 꺼내는 날 보고 갑자기 경외의 시선을 보냈다. 뭐 딱히 뭐라고 대꾸해 주지 않은 채 우수에 찬 눈빛만 쏴줬다. 엄청 멋있어 보였을거야.ㅋ


8.

우리 지은이의 새 드라마 제목은 '최고다 이순신' 이 제목가지고 말이 많은 모양이다. 이순신에 대한 모독이라나 뭐라나. 뭐 그럼 세종로에서 총격씬 찍은 아이리스는 세종대왕 모독한거고 JFK공항 테러한 다이하드는 미국 네오콘의 음모냐. 내가 우리 지은이 때문에 흥분한게 아니다 정말.


9.

4월엔 아마도 이자람밴드 컴백공연과 앨범출시, 5월엔 시규어로스 내한공연, 그보다 앞서는 들국화 아저씨들 공연. 내가 지금 고정수입을 발로 찰 때가 아니었는데 말이지.


10.

꿈을 꿨는데, 엄청 재밌는 줄거리였다. 꿈에서도 이게 지금 꿈인줄 알아서 이걸 얼른 메모라도 해놓고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꺴다. 그러나 메모하고 싶다는 느낌적인 느낌만 남았을 뿐 줄거리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OTL


11.

조동진 아저씨의 항해. 아저씨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