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1. 올 것이 왔다. 추위. 그리고 코 찔찔. 마땅한 겨울옷이 없어서 옷을 사야겠다. 고 생각했지만, 텅텅빈 지갑.


2. 총체적 난국. 이래저래 일이 왜 이 모양이냐고 투덜투덜 거리다

밤에 혼자 술마셔서 팔자가 기구해지는 것이란 가름침을 받고야 말았다. 역시 생명의 말씀.





3. 꿈을 참 많이도 꿨던 것 같다. 그렇게 인생을 설계했고 그리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삶이란 그렇게 대단치도 호락호락하지도 않은 지루한 반복이다.


4. 어제는 첫 눈이 왔다. 길바닥을 헤매고 있을 때였다. 먼지같은 것들이 날리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첫 눈. 황망히도 첫 눈을 바라보다 이윽고 달음박질을 시작했다. 첫 눈의 낭만에 젖기엔 막차시간이 너무 가까워서, 택시비 따위 없거든. 알량한 한떨기 낭만도 허락치 않는 얄팍한 지갑.


5. 007은 왠만하면 보지않는데, 하비에르 바르뎀의 영화는 반드시 보자는 주의라 스카이폴을 봤다. 하비에르 바르뎀이 멋있는거야 진즉에 아는 일이지만, 다니엘 크레이그가 이리 괜찮은지는 미처 몰랐네.


6. 그럼에도 스카이폴에서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아델의 노래가 나오던 오프닝 시퀀스. 입 벌리고 쳐다봤다. 하악하악.


7. 문득문득 생각한다. 내 삶은 두 시간의 러닝타임이 끝나면 쫑나는 영화가 아니라고. 꾸역꾸역 또 살아야하고, 이건 오로지 내 삶이라는 것을. 문득문득 떠올려야한다. 내 삶에 너무 무책임하다. 마치 스크린 밖에서 내 삶을 바라보는 관객처럼.


8. 사실 그래서 영화를 본다. 내 삶은 너무 무겁거든.


9. 영어로 노래하는 언니 중에선 당분간 아마 아델이 1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