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1.

담백하게 살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차 더 찐득거려.

천성이라기보단 상황, 상황이라기보단 핑계.


2.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일간지의 경제부.에 다니는 선배를 길바닥에서  만났다.

커피나 한 잔 하자고 마주앉아서, 학교 때부터 늘 그랬던 것처럼 민주주의가 어쩌고 인과율이 저쩌고, 결과를 무시하는 과정이니 과정을 배반하는 결과니. 시시껍절 되도 않는 얘기나 주절주절. 그런데 사실 그 때가 제일 그립기도하다.


3.

살아가는 모든 일이 곧 정치행위이며 또 운동. 이라고 생각하거나 말했지만, 사실 꼭 그렇지는 않다. 

열심히 생을 다바쳐 운동하는 이들이 엄연히 있는걸. 마찬가지로 그 반대에 있는 이도 있고.


난 늘 그 중간 어디쯤을 배회한다. 회색의 비겁함. 

하지만 사실 이건 다 변명거리다.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없어서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 척. 현명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척. 


4.

어제는 대학 동기 결혼식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반갑지만 또 정확히 그만큼 어색한.

삶의 반경이 달라진다는 것은 관계의 질감도 달라지는 것인가보다.  괜히 쓸쓸해지지..도 않아서 사실 더 씁쓸했다.


5.

친구가 손학규 캠프에서 일하는데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캐치가 좋았다고 말해주니 기고만장해선 당장 대선승리라도 할 것처럼 군다. 꼴보기 싫어서 어차피 문재인이 후보가 될거고 대통령은 박근혜가 될거.라는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나의 냉철한 정세 분석을 들려주려다가. 참았다. 열심히 하는 친구한테 굳이 재를 뿌릴것 까지야. (내가 이렇게 착한 사람인데!!) 


6.

밀려있던 탑밴드를 주말동안 몰아치고 있는데, 아직 마땅한 팀이 없네. 괜찮다 싶으면 떨어지고. 결국 화제성 있고 유명한 팀들만 살아남아 밴드판 가요톱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보이지만 관전평은 뭐 그래도 끝까지 지켜보고 난 후에.


7.

출장을 빙자한 외유와 엠티와 휴가를 잘 엮으면 8월 한 달동안 20일을 놀 수 있을 것 같다. 


8.

최근 드라마며 영화를 꽤 봤는데, 감상문이 너무 밀렸다. 이젠 다 쓸 엄두도 안나네. 짧게라도 한 줄씩 남겨놔야지.


9.

요즘 제일 많이 듣는건 가장 보통의 존대.

이런 이런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