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에 처음 가입할 때는 '녹색가치의 설파'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사회에서 생태주의적 감수성을 찾기란 소녀시대에서 결점을 찾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니까.
하지만 막상 총선이 다가오고, 녹색당 후보들을 지켜볼수록 욕심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다. '창당할 때 미처 선거를 생각하지 못해서 돈이 없으니 특별당비를 보태달라'는 정당 사무처장이라면 상상도 못할 얘기를 하는 사무처장의 아마추어리즘과 순수함, 솔직함도 기껍다. (상근비 들어오면 바로 낼께요...ㅋ)
다만 의회진출에 실패하거나, 당을 해산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실망하거나 주눅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승리를 믿고 뛰는 정열과 훗날을 대비하는 현숙함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님도 알았으면 좋겠다.
강령에도 있지만, 녹색당은 반정당적 정당.
주인집을 부수려고 주인집에 망치를 빌리러 온 사람들.
우리 모두 의회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쯤 알고 있다. 다만 중요한건 가치, 그리고 그 가치의 공유. 그것만 잃거나 잊지 않는다면 당이든 동아리든 무슨 상관일까.
여하튼, 정당투표는 11번, 녹색용지엔 11번, 11일엔 11번.
ps. 아무리 그래도 생애 첫 당가입인데, 당비 두 번내고 당이 해산당하는 수모를 겪고 싶진 않아요.ㅋ
2.
어제 오늘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다 잊어버렸다.ㅋ
윤석호 감독은 70년대의 감수성을 오글거리는 유치함으로 정의한건지 도대체 견딜 수가 없을만큼 유치한 드라마지만, 윤아와 장근석이 하니까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이런 오글거리는 표현이 드라마 내내..ㅋ)
윤아가 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오직 옳다.
윤아가 이명박을 지지하면 난 새누리당에도 가입할 수 있을 듯.ㅋ
(근데 정말 그러면 안되는데....;;)
3.
취재를 하다 결국 눈물을 흘려버렸다.
대단히 딱한 사람을 만난 것도 아니고, 비장하고 거창한 집회에 간 것도 아니다.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인 김순자 후보의 얘기를 듣던 중이었다.
식자들의 거창한 담론과 이도 아니고 현학적이고 멋들어진 수사가 가득한 명문장도 아니었다.
사투리가 잔뜩 들어간 여느 '아줌마'의 얘기였다.
다만 그녀의 언어에 실린 그 '삶'이 진짜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미사여구로 뒤범벅한 레토릭이 아닌 진짜 '언어'
그렇게 삶을 담은 사람을 만나면 내가 한없이 부끄럽다.
난 무엇을 하고있는거지.
4.
일이 바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니까 능력이 부족해 한가해졌다.
무척 기분 나쁜 일이다.
잘난척은 아니지만, 살면서 한번도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아, 나는 얼마나 좁은 세상에 살고 있었던가.
5.
여하튼 내일은 영화나 봐야겠다.
6.
Red Hot Chili Peppers - Give It Away
오늘의 노래는 윤영배였는다. 날씨 좋은 봄날에. 그러다 시청광장앞을 지나는데 와이낫이 이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는.
그냥 입에, 귀에 계속 맴돌아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