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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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줍지 않게, '삶은 본래 혼자야'.라는 거창하지도 않은 말을 거창하게 해버린 나는 돌아서는 순간부터 내내 후회다.
사실 친구에게 필요했던건 말 뿐인것도 알고 있는 '다독임'이었을거란걸 난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자면 그건 잘난 척에 지나지 않았다. 난 이미 그걸 알고 있어.

무협지를 읽다보면 천혜의 영약을 벅고도 무공을 잃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나오는데, 그건 영약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영약을 복용하다 폭발한 내공이 몸에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 준비되지 않은 상태를 알아보는 일이란 쉽지 않지만, 무시해선 안될일이다.

내일은 사과해야겠다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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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히 알면서도 괜한자리에 찾아들어 몸도 마음도 지갑도 상처만 입고 돌아왔다. 바보같이.
당연한것을 받아내듯이 요구하는 그들과 자신들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없는 그들의 태도에 질려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언덕배기 모퉁이에서 왈칵 모든걸 쏟아버렸다.

난 외로움을 달래줄 무엇을 찾고 있었겠지만, 그들이 내 외로움을 달랠 수 없다는 것쯤 이미 알고 있었다. 바보같이.
이런 주제에 누구에게 감히 충고질이야.

마지막 남은 정마저 이렇게 아프게 떼어야 하는 거라면 이제 누구에게도 정을 붙이고 그 정으로 살아가는 일따위 하고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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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일은 용기다.
하지만 관계를 확실히 하지 않은 채 어영부영 하다간 이도저도 아니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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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예전엔 굉장히 자주였는데..ㅋ) 만나 한바탕 쏟아내고 또 주워오면 그걸로 또 한동안 살아간다.
이렇게 고마운 사람이 있는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