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결산 놓친 영화 몰아보기 Vol.1 - 페스티발, 욕망으로 살아가기











어찌어찌 하다보니 올 해는 영화 한편 변변하게 보지 못하고 지나간다.
보고싶은 영화가 별로 없었어. 라고 하기엔 사실 열의도 정성도 금전도 없어서.
종강하고 다음 일정까지의 며칠동안 잉여력만 키우느니 놓친 영화나 챙겨보려고.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 도 좋겠지만 일단은 어둠의 경로님.

연말 결산 영화보기(연말 결산 영화 순위보다 이게 더 재밌네) 첫 번째는 페스티발.
이해영 감독은 정말 좋은데 그 작명센스는 좀 어떻게 안되나? 김씨 표류기에 이어 이번에도
하마타면 스킵할뻔. 자기 이름을 좀 대문짝만하게 써놓던가.





## 변태나라 정상인

페스티발은 변태영화다. 온갖 변태가 우글우글 득시글득시글.
사실 가학을 즐기거나, 복장에 도착하거나, 갈라테이아에 집착하거나 하는 것들쯤 변태라고 하기 어렵다.
오히려 건전하지 않은 것, 살기 좋은 나라를 방해하는 것들은 죄다 단속하라는 파출소장이나
자신을 남근으로만 증명하려는 남자(그것도 심지어 제복입은), 그리고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함을 변태로 규정짓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진짜 변태일테다.

그러니까 취향, 욕망, 사랑, 해방, 분출 이런 것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바로 우리들. 국격을 위해서 G20기간에는 음식물쓰레기도 버리지 못하는 이 경직된 사회가 변태의 세상. 우리는 변태나라 정상인.



▲ 장배는 등장인물중 유일한 진짜 변태다. 남성, 남근, 제복, 폭력, 허세로 점철된 그는 세상의 경직성과 폭력성 그리고 찌질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 욕망






누구나 자기 안에 넣고 사는 것. 성욕도 식욕도 구지에 대한 욕구도 지배 혹은 피지배에 대한 욕구도.
저마다 제각각인 욕망들이 얽히고 섞여서 만들어내는걸 관계라고 또 그 관계들이 엮이고 꼬여서 만들어 내는걸 세상이라고. 그렇다면 욕망을 이해하는 것이 자아실현의 첫걸음이겠다. 욕망이야말로 구도와 해탈의 길이기도, 생산과 번영의 거름이기도 한 법.

욕망을 제어하는 것을 규범이나 질서라는 말로 강변하고 그 제어가 철저할 수록 예의바르고 도덕적인 사람이 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우리는 재미없다고 그런 사회를 지루하다고. 지루한 사람과 사회는 무엇도 생산해내지 못한다. 아니 생산과 창조따위 어떻게 되든 말든 경직되고 답답한 세상에 살아 남을 수는 있겠지만 살아 갈 수는 없다.

욕망에 충실해야 한다. 사디즘이든 동성애든 양성애든 혹은 근친간의 사랑이든. 사람 아닌 생명과의 사랑도 생명 아닌 사람과의 사랑도.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충실해야 한다. 짧은 생이어서 무엇 하나 이루지 못할 테지만 적어도 내가 무얼 사랑하는지는 알아야 한다. 혹은 사랑하는 걸 사랑해야 한다.

극중 자혜가 말하길,
"제 교복 입은걸 부끄러워 마세요, 못 입고 후회하는 것들 보다는 낫잖아요" 


## 탈주, 해방, 카타르시스. 결국 페스티발



사실 영화의 말미는 너무 뻔하고 교훈적이다. 지수와 장배는 왜 화해를 한건지 도통 이해 할 수 없고, 상두도 세상밖으로 너무 쉽게 나왔다. (물론 백진희가 엄청 예쁘니까 사실 이해는 안되고 공감은 했다.) 결국 건강하고 '정상적
'인 사랑을 하게된 그들의 결말은 아쉽지만

성동일과 심혜진 커플은 그 찝찝함을 날려줄만큼 유쾌하다. 가죽바지와 채찍을 손에 들고 하늘을 날아 휘파람으로 성동일을 부르는 심혜진은. 그리고 햇살이 화창한 대로에 앉아 쇠사슬을 건네고 받아드는 이 중년 커플의 유쾌함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 지는 것, 남의 욕망에 관심을 꺼두는 것. 그리하여 마침내 너와 나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영화에서 이해영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은 그것일까.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사는 하고 싶은 일도 못하게 하는 이 경직된 변태들의 세상에 던지는 말. 좀 재밌게 살자.

## 심혜진



다들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도통 왜 대단한지 모르겠고 예쁜지도 잘 모르겠던 이 여배우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배우다.
억눌리고 인내하고 감추는 엄마.에서 드러내고 즐기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그리고 마침내

"살다보면 변태 엄마도 있는거야"
"우리 지옥 가자"

이 아줌마 멋있는 줄 몰랐어.


## 백진희




그런데 사실 이 영화를 본 가장 큰 이유는 백진희 때문이다. 이해영 감독이나 류승범이나 엄지원 보다 더.
반두비와 비밀의 화원에서 보이던 그 느낌 그대로지만 여전히, 이 어린 여배우는 엄청 예쁘고 똘똘하니까.

앞으로도 백진희 나오는 영화는 꼬박꼬박 챙겨볼거임.

그렇다고 소덕후에서 백진희로 갈아탄 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