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21. 14:26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
1.
어제 2년 반만에 용산참사 촛불집회가 열렸다.
남일당은 폐허로 변했고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서울시 주차난 해소를 위해 주차장이 그토록 급히 필요해서 6명이나 사람을 죽였나보다.
2.
두개의 문은 5만 관객을 넘겼다.
개봉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던 영화에 5만의 관객이 몰린건 무엇보다 영화가 갖는 힘이겠지만 타이밍의 적절함과 배급위원회의 노력도 빼 놓을 수 없겠다.
정동영에 문성근 같은 정치인들이 대선정국에 맞물려 영화관을 찾아주고
현병철같은 인사도 비록 쫓겨나긴 했지만 영화관을 찾았다. 심지어는 경찰들도 단체관람을 했다고. 영화가 가진 힘이다.
이 관객 증가추세라면 10만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거기에 공동체 상영이나 상영관 추가확보가 더 진행된다면 어쩌면 더. 더 많은 사람들이 '돈내고' '시간들여' '마음아파'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
이건 용산참사를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보다 '좋은영화'를 사람들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건 정말 잘 만든 웰메이드 필름이다.
3.
어제 촛불문화제에 강허달림 언니님이 왔다.
(팬심돋게) 내가 제일 먼저 알아보고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가수가 아니라 개인 참가한 시민으로 온 그녀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팬심을 제거해서 봐도 그 태도는 정중했다. 인터뷰 신청한 내가 무례해보일만큼)
그녀 2집의 '멈춰버린 세상'은 용산참사를 위무하는 노래다.
++
가느다란 길 같이 걸었던 길
그 길에 내몰린 사람들
벌겋게 달아오른 불꽃에 멈춰버린 세상
내 모든 걸 주고도 남아 바뀔 수 만 있다면
나 아닌 누구의 삶이 유지될 수 있다면야
같은 공간, 같은 눈빛, 같은 웃음소리 나누던
촉촉이 젖은 길 흘린 눈물만큼 비린세상
기자들이며 팬들을 우르르 몰고와서 사진 한 방 찍고 떠나는 유명한 사람들에 비하면
그녀는 확실히 덜 유명하지만 집회의 맨 뒷자리에서 끝까지 집회를 바라보던 그 마음만은 진짜인게 보인다.
늘 얘기하지만 노래는 딱 그만큼만이다. 살아가는만큼 살아본만큼 바라보는만큼.
그녀의 노래가 사랑스러운 이유. 라고하면 너무 팬심돋는 맨트인걸까.ㅋ
4.
강허달림 얘기가 나와서.
그녀는 내가 아직도 붙잡고 끙끙거리고 있는 '레드마리아'의 OST도 불렀다.
(본인은 페미니스트 가수라고 불리거나 규정되는 것을 마뜩치 않아하는 것 같아 그렇게 부를 수는 없지만)
그녀는 경직된 규정, 소외, 허한 마음에 대한 위로.(를 페미니즘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텐데)를 노래한다.
언제가도 얘기했지만 그녀가 부른 '독백'을 듣고서 엉엉 울어버리기도 했었다. 엉엉엉
여하튼 인터뷰를 거절하고 거절받은 그녀와 나는 잠시잠깐의 어색함을 겪어야 했는데
내가 바로 팬심돋게 싸인을 요청했다. 그리고 일전에 그녀가 내 블로그에 방문해서 내 앨범평을 보고선 내가 보러간 공연에서 앨범평을 얘기했던 에피소드도. 그렇게 팬 인증을 하고서야 명함을 받아주셨. 다음에 또 어딘가에서 만나면 기어이 인터뷰 해주셨으면. 이번에도 자기이름 검색하다 또 이 글을 봐주셨으면.ㅋ
5.
이것도 언젠가 얘기했던 것 같은에 난 모든 예술가는 좌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좌파를 있는 그대로만을 긍정하지 않고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상상하고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면
모든 예술가는 가장 근원적인 좌파일 수밖에 없다.
사실 모든 삶이 늘 새로운 것을 상상하는 일이라면 살아가는 모든 이가.
그래서 모든 삶이 곧 예술이라는 거잖아.
7.
김석기를 비롯한 이들에게 고발운동이 시작됐다. 이른바 '나는 고발한다' 에밀졸라의 유명한 경구에서 빌려온 이름이다.
역사의 공범과 역사의 목격자. 두 개의 문이 다시 앞에 있다.
경찰특공대에게 두 개의 문은 혼란이었지만 우리에게 두 개의 문은 용기다. 진실이고 선언이고 다짐이다.
8.
남일당이 있던 곳은 공터로 변해 주차장으로 쓰인다.
그리고 그 흉물스러운 주차장 바리케이트 한 귀퉁이에도 꽃이 피었더라.
밟아도 밟아도 살아나 다시 피는 꽃.
2012. 3. 21. 18:18 당신의 노래에 관한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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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7. 21. 00:55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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