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cchio Primavera'에 해당되는 글 123건

단상

1. 엘지트윈스의 십일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축하합니다. 이런 날이 오다니 엉엉엉. 


2. 연휴가 끝나고 어느새 밤이 낮 보다 길어지고 오곡과 백과가 영근다는 추분, 바람이 서늘해졌다.거두어 들이고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계절. 


3.오래된 동네의 집 앞 으슥한 골목길엔 온갖 풍경이 다 있다. 질풍노도의 청소년들과 세상이 고되서 연휴마저 고된 아저씨들과 남들 다 퇴근하는 시간에 비로소 분내 풍기며 출근하는 아가씨. 오늘은 헤어지는게 못내 아쉬운 어느 커플의 사랑의 밀어가. 요놈들아 내가 다 듣고 있다. 얼른 뽀뽀하고 헤어져라. 내일은 출근해야지. 


4. 베란다에서 바라보면 예전엔 우리 학교였던 건물이 보인다. 늘 그런건 아니고 문득 괜히 아쉽고 쓸쓸하고 서늘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그건 아마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시절에 대한 죄스러움 같은거다.


5. 타인에 대해 조금 더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니까 종종 "자니?" 같은 문자를 보내면 이해해 주시길 바람니다. 자니??

복날맞이 주방점거







복날맞이 주방점거. 

돼지 앞다리살 가지말이 찜과 

토마토소스 오징어볶음. 


가지는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고 흥분을 억제하며 혈압을 낮춰준다. 또 성질이 냉하기 때문에 열이 많고 혈압이 높은 사람들이 여름보양식으로 택하면 좋은 음식. 


특히 식욕을 증진시키지만 초저칼로리를 자랑하는 다이어트 음식이다. 


토마토 예찬은 언젠가도 했었지만, 정력과 숙취해소에 탁월한 음식이다. 토마토가 붉어질수록 의사의 얼굴은 파래진다는 속담이 있을만큼 출중한 스테미나 식. 


오징어 역시 대표적인 스테미너 해산물이다. 오징어를 많이 먹으면 정액생산량이 많아진다는 다소 민망한 속설도 


돼지에서도 지방이 가장 적은 편인 앞다리살을 다져 얇게저민 가지로 말아 쪄내고 유자소스와 간장소스로 간했다. 최소염분 최소지방의 건강식. 


반면 토마토소스에는 올리브유와 마늘, 후추를 잔뜩넣었다. 더불어 굴소스도 조금. 그야말로 온갖 스테미나 음식을 다 때려넣은. 


해서 흥분을 가라앉힌다는 가지와 정력제 토마토가 함께 밥상에 오른 오늘의 테마는 음양조화. 건강한 남자가 되겠어요. 


함께 자실 분은 삐삐치세요. 저염(!)하고 저렴하게 모심미다.ㅎ

단상

 

1.

일을 그만두고 며칠 잘 놀다가 처음으로 '스터디'라는걸 해봤다. 또래의 고시생 비슷한 애들이 모여 서로 기죽지 않으려고 겸손한 척 잘난척 하는 모임이었다. 시험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기 보다는 뭐라도 하고 있다는 마음의 위안이 더 큰 도움일 것 같다. 여하간 열심히 해야지.

 

1-1.

스터디 하다보면 상큼한 여대생 만나서 분홍분홍 로맨스도 열리고 할 줄 알았는데 왠걸 나이많은 아저씨들만 우글거린다. 아, 아저씨들이 나한테 반하면 안되는데. 내가 분홍거리는 여학생한테는 인기 없지만 아저씨들한테는 고백도 받고 그러는 남자임.

 

2.

야구가 개막했다. 엘지는 오늘 홈개막전 승리. 무려 두산을 상대로. 봄이니 잘한다며 이죽거리지만 이번 시즌은 정말 좀 잘했으면 좋겠다. 어쨌건 아직까지는 양호한 성적. 넥센보다는 잘해야 할텐데.

 

3.

시간이 많아지니 여기저기 사이트들을 기웃거리는 시간이 늘어난다. 가끔 듀게에도 들어가는데 듀나의 리뷰에 동의 못하는 경우도 꽤 있지만 그보다는 듀게에 오는 사람들이 댓글에서 듀나의 사소한 오타들이나 비문들을 꼬집는 일이 재밌다.. 사실은 좀 거슬린다. 오글거려서. 그들은 얼마나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며 사는 것인지 궁금하다. 대부분의 글에 영화와 리뷰에 대한 이야기보다 맞춤법 지적이 더 많다. 재미있는 건 맞춤법을 지적하는댓글도 틀린 맞춤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는.

 

4.

스터디에 제출할 글을 쓰다가, '최적화'라든가 '정형화', '클리셰' 같은 낱말을 떠올렸다.

 

5.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해킹소식에 친구가 "넌 괜찮냐"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러게, 나 괜찮을까?

 

6.

감기에 지독하게 걸려서 하루동안 두루마리 휴지 두 통을 코 푸는데 썼다. 코가 헐었고 코피가 줄줄 난다. 퇴직이후 정점을 찍은 컨디션이었는데 공부 이틀만에 감기몸살이라니. Born To Be 날건달.

 

7.

시규어로스, 들국화, 조용필, 트래비스가 줄줄줄 공연한다.

시규어로스는 기어이 가야겠고. 

엄마 모시고 용필아저씨 공연을 갈 지, 쌩까고 들국화를 갈지 결정 못했다.

근데 용필아저씨 공연은 볼만한 자리가 15만원쯤 한다. 아.. 괜히 가왕이 아니라능.

 

8.

얼마전에 어느 신인 만화가가 자기 블로그에 올린 재밌는 웹툰을 발견해서 링크하려고 봤더니 네이버에 정식연재된다고. 현재는 비공개. 벌써 어느정도 유명해졌지만 '수업시간 그녀' 아, 수업 듣고 싶다.

 

9.

D.O. 컴백한다고. 히비리디비립 힙합.

레전설.

아르헨티나니 군대니 하는 찌질한 소리는 좀 안했으면.

이제 유승준도 얼른 돌아왔으면.

사실 유승준이 계속 한국에 있었으면 비 같은애는 게임도 안됐는데 말이지.

 

 

 

단상

 

 

1.

사유리의 개념발언이라기에 뭔가 봤더니, 성상납하는 여성들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탓이라고. 말이냐 방구냐.

권력과 구조에 의한 착취, 폭력을 그렇게 개인의 이기심, 욕심으로 치부해 버리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그건 어쩌면 직접 폭력을 가하고 성적 착취를 일삼는 것 만큼이나 나쁘다. 비뚤어진 구조를 납득하게 하며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일. 그건 마치 성폭력을 당한건 네가 행실을 조심하지 않아서야.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말이 나왔으니, 고은태의 성추행이 밝혀져 트위터가 시끄러운데 고종석이 피해 여성이 과거에 포스팅한 일명 '섹드립'을 알티하면서 피해여성의 책임으로 사태를 몰아가고 있다. 평소에 짧은치마 입고 다니면 "니 엉덩이를 만지고 싶어"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는 의미일까. 인권이니 진보니 하는 말을 쉽사리 뱉어내던 식자들의 태도가 이렇다. 고종석은 무려 소설가.

 

당신의 글줄에서는 똥냄새가 날 것 같다. (뭐 이것도 고종석과 비슷한 논리다. 당신이 평소에 뱉어내는 트윗에서 똥냄새가 나니 당신 소설에서 똥냄새가 날 것 같다는. 물론 이 논리가 성립하기 위해선 난 고종석의 글을 하나도 읽지 않았어야 한다.) 

 

2.

잉여생활은 충분히 즐겁다. 내일은 인디다큐 페스티벌을 가야겠다.

 

'왕자가 된 소녀들', '닭의 마을', '차르 - 국경위의 섬', '이빨- 다리- 깃발- 폭탄'.

 

3.

잉여생활의 활력소는 만화방. 어젠 제목만 듣고 보지 못하고 있던 '은수저'를 보았다.

강철의 연금술사를 그린 아라카와 히로무의 신작이다. 어쩐지 이 책을 사서 누군가에게든 꼭 선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4.

제주도엘 다녀오는 것으로 모든 업무를 종료했다. "원래 예정된 일정이었으니 부담 없이 다녀오라"는 말이 사실 더 부담이었지만, 다행히 개념을 챙겨가지 않아서 부담없이 3일간 잘 놀다왔다.

하지만 제주에는 이제 오분자기가 '거의' 없고(제주에서파는 오분자기는 자잘한 전복이라고 하더라), 유채도 별로 없다. 돈이 안되기 때문에 농민들이 유채를 거의 심지 않고, 지자체에서 지정한 관광지에만 지원을 받아 조금 심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남쪽부터 스물스물 올라오는 봄바람과 꽃봉오리.

 

동문시장에서 고사리와 감귤초콜릿을 좀 사왔다.

 

5.

토익책을 꺼내봤는데 먼지가 뽀얗더라.

 

6.

탑밴드 시즌 1 준우승에 빛나는 포의 물령곈이 신보를. 내가 이리 좋을 것을 진즉부터 알아봤다.

 

 

물렁곈 - 이상한 토끼를 위한 왈츠

 

단상


1. 

회사를 그만뒀다. 상사와의 불화, 잃어버린 꿈을 찾기 위한 용기, 더 나은 곳으로의 이직. 같은 이유는 없다.

누가 '왜?'라고 물어보면 딱히 정확한 답변이 마땅치 않지만, 그냥 내 역량의 부족도 실감했고, 그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이 상황이 앞으로 나아질 것 같지도 않았다. 임금문제도 당연히 있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누적된 피로감이 체력적으로도 나타났다. 뭐 이래저래 때가 됐다고. 예전에도 그랬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더욱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지 못한 시간들을 자책하고 부끄러워하게 될테다. 음. 당장은 휴가인 상태다. 조금 시간을 줄 테니 천천히 생각해보고 다시 얘기하자더라. 결과는 달라지지 않겠지만, "지난 시간을 정확히 돌아보는 평가의 과정"을 중요하게 말해주는 그 선배들이 고마우면서도 얄밉고. 그렇다.


2.

집 앞에 만화방을 발견한게 다행이다. 다섯시간 동안 죽치고 앉아서 만화를 봐도 5천원. 어제는 오후 느즈막히 목욕탕을 들렀다 만화방으로 갔다. 그동안 밀려있던 만화책을 몰아치고 있자니.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일정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이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영 어색하다. 이게 더 익숙해지기 전에 짧게 바짝 쉬고 다시 무언가를 해야지.


3.

근데 빌리배트 엄청 재밌다. 점점 일이 커지는데 (심지어 아인슈타인도 등장했다) 잘만 마무리 되면 우라사와나오키의 최고작이 될 수도. 이거 사모을까...??ㅋ


4.

지난 시즌에는 야구를 거의 못봤고, 간만에 WBC를 봤는데 보자마자 탈락. 그러나 WBC 탈락 소식보다 LG선수가 아무도 WBC에서 못뛰었음에도 LG 유니폼을 입고 응원석을 찾은 패기의 LG팬들이 자랑스럽...다기 보다는 부끄럽다. 적어도 국제대회는 5위쯤 한 다음에 응원가자 우리. 


5.

올 시즌은 야구를 좀 봐야지. 시범경기 중계는 못봤고, 라인업만 좀 봤는데 내야엔 모르는 이름이 많더라. 정현욱도 비싼 돈 내고 먹튀시키는 엘지 FA의 전형을 그대로 밟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고. 꼴찌 3년 더 할 각오하고 유망주들에게 지속적으로 기회를 주는 운영이 되면 좋겠다. 사실 엘지에 유망주 자원은 차고 넘친단 말이지. 어쨌든 올시즌의 목표는 이대형의 도루왕 탈환과 우규민의 10승. 박용택 이병규의 삼할


6.

요즘 가장 열심히 보는 예능은 인간의조건. 쓰레기 배출 편부터 알아봤다. 일상에서 생태주의(환경보호랑은 엄연히다르다)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어보인다. 보면 볼수록 김준현과 양상국의 매력에 흠뻑. 역시 개콘은 뚱뚱한 형들이 갑. 내가 유민상도 엄청 좋아함.


7.

얼마 전, 웰랑뜨레이를 만든 김태일 감독을 인터뷰하려고 웰랑뜨레이 프리뷰 DVD를 받았다. 집에 DVD 플레이어가 없어서 동네 DVD 방으로 갔는데, 아뿔싸 영어 자막이었다. DVD방 주인 아저씨가 아직 출시도 안된 캄보디아 말 나오는 영화를 영어자막으로 보면서 노트북과 노트를 꺼내는 날 보고 갑자기 경외의 시선을 보냈다. 뭐 딱히 뭐라고 대꾸해 주지 않은 채 우수에 찬 눈빛만 쏴줬다. 엄청 멋있어 보였을거야.ㅋ


8.

우리 지은이의 새 드라마 제목은 '최고다 이순신' 이 제목가지고 말이 많은 모양이다. 이순신에 대한 모독이라나 뭐라나. 뭐 그럼 세종로에서 총격씬 찍은 아이리스는 세종대왕 모독한거고 JFK공항 테러한 다이하드는 미국 네오콘의 음모냐. 내가 우리 지은이 때문에 흥분한게 아니다 정말.


9.

4월엔 아마도 이자람밴드 컴백공연과 앨범출시, 5월엔 시규어로스 내한공연, 그보다 앞서는 들국화 아저씨들 공연. 내가 지금 고정수입을 발로 찰 때가 아니었는데 말이지.


10.

꿈을 꿨는데, 엄청 재밌는 줄거리였다. 꿈에서도 이게 지금 꿈인줄 알아서 이걸 얼른 메모라도 해놓고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꺴다. 그러나 메모하고 싶다는 느낌적인 느낌만 남았을 뿐 줄거리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OTL


11.

조동진 아저씨의 항해. 아저씨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단상



1.

음반결산에 이어 올 해의 영화도 결산하려 했으나 도저히 귀찮고 힘들어서 포기. 그냥 '남쪽으로 간다'와 '백야', '서칭 포 슈가맨', '다른 나라에서', '미드나잇 인 파리' 정도가 가장 인상적이었단 말만. 귀찮아서 영화보고 감상문도 하나 쓰지 않은 한 해였네. 2012년의 키워드는 '태만'으로 해야겠다.


2.

살면서 1년이나 일을 한 건 처음이고 몸과 마을을 움직인 총량은 어느 해보다도 많을텐데, 2012년은 태만의 해. 그만큼 2012년의 나는 귀찮아하고 게을렀다. 기껍지 않았다는 뜻. 태만의 기준은 그렇게 양이 아니라 질로 결정되는 것. 기본적으로는 근성부족. 아마 난 갑자원은 죽어도 못갈거야.


3.

우울감이 다시 몰아치는 계절. 지난 가을을 무사히 넘긴다 싶었더니. 이 지루하고 외로운 가난과 우울함을 끊어내지 못하는 한 난 평생 연애따위는 하지 못할거야. 아마.


4.

가만히 앉아서 생각했는데, 이 우울한 날 같이 술마실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다기 보다는 이리 따지고 저걸 재느라 걷어내고 나니 남는 이름이 없어지는. 내가 멀리두지 않으면 모두가 가깝다는 말은 진리. 하지만 멀리두고 싶은 사람 투성인걸. 혼자 술마시면 팔자가 기구해지겠지만, 팔자가 기구해서 혼자 술을 마시는 법. 


5.

하지만 술 값도 아깝다. 

그러니 동정할거면 돈으로 주세요.


6.

트위터 팔로우를 대대적으로 바꿔야겠다.

용산이고  강정이고 현대차고 쌍용이고 한진이고 그밖에 이리저리. 

세상이 얼마나 엄혹한지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괴로운지.

이제는 분노보다는 피로감이. 그걸 한 번 다 훑고나면 심신이 피로해진다. 


7.

성유리, 이주승 주연의 누나를 봤다.

성유리 엄청 예쁘다. 영화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보다 오래된 동네 중국집에서 먹는 짜장면과 탕수육이 더 인상에. 심지어 그 중국집은 삶은계란도 올려주더라. 지금은 무려 2013년인데 말이야.


8.

주로가는 영화관은 시네큐브와 인디스페이스. 제일 좋아하는 영화관은 인디스페이스.

멀티플렉스에서 트는 대형 배급사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즐기지 않는 이들이 찾는 극장은 좀 한정적이다. 시네큐브나 서울아트시네마, 스펀지하우스 등등일텐데, 극장마다 걸어주는 스타일은 또 다 다르다.

백두대간이 운영하던 시절부터 예술영화를 틀어주던 시네큐브나 일본/프랑스 영화를 주로 걸던 스펀지 하우스.가 가장 고상해 보이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건 인디스페이스에 걸리는 국산 독립영화들. 그 찌질한. 


우연히 들었다 마음이 먹먹해졌던 '아스라이'같은 영화가 고프다. 


9.

수요일 기나긴 일과시간을 한 허리 베어내어 잘 말린 이불속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술마시는 금요일밤 막차시간 다가오면 굽이굽이 펴낼테요.

 

단상


1.

살아가는 일이란 고난과 해소, 다시 역경과 안도가 중첩되는 일이다. 

게임 퀘스트처럼 해결과 고난이 명확히 구분되고 상승과 하락의 변곡점이 분명할리가 있을까.


말은 쉽지, 죽겠다.


2.

예기치 못한 폭설에 자빠링 연타 달성. 다친데는 없냐는 후배의 물음에 '마음을 다쳤다'고 답했다. 여고생들이 나 보면서 키득거려서 엄청 쪽팔렸다고.


사실 산동네 사는걸 원망했다. 가난을 이토록 서러워하는 일은 처음이다. 문득 점차 별로인 사람이 돼가고 있다 생각했다. 요즘 예전만큼 멋있지 않은 엄마를 보면서 안타까워 하던게 우스워졌다. 가난은, 혹은 살아가는 일은 이렇게 내바닥이 얼마나 야트막한지, 내 심지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드러나게 한다.


3.

'냉소' 혹은 '체념' 같은걸 한다.

철탑 위 노동자들을 바라보면서 울컥울컥 뜨거운 마음을 먹지 못한다.

그들을 보기보다 그들을 보지 않는높은 빌딩을 보면서 울컥울컥 서러워진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할거야. 


누가 말해줬었다. 희망을 갖지 못하면 패배하는거라고. 그럼, 지금 난 삶에 지고 있다.

바닥을 알지 못해 희망이나 앞으로를 보지 못하는 거였다면 좋겠다. 고 생각했었다.

그랬었다. 바닥을 알게되면 더 훌륭한, 똑똑한,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바닥을 혹시 보게될까봐 무섭다. 바닥이라니.


4.

영화를 많이 봤다. 꼬박꼬박. 다운을 받아서든, 영화관을 찾아서든.

서울독립영화제는 찾지도 못했는데 그럼에도꽤 많이봤다. 

영화 속의 삶. 같은걸 바라게 됐다. 두 시간쯤 지나면 꿈인듯 끝나버렸으면.


5.

말 나온김에 올 해의 영화는 (올 해도 거의 끝나가니까) 남쪽으로 간다.

술에 취해 서글피 춤을 추는 그림자.에서 눈물을 쏟을 뻔 했다.


6.

아끼는 후배가 지난 달부터 연락두절이라는 소식을 한 달만에 알았다. 

대학 입학후 쭉 단짝으로 지내던 친구에게만 "다신 연락할 일 없을 거"라는 메시지만 남긴 채 잠수했다고.

걱정된다. 부친상을 당하고 오직 저 혼자 살림을 떠맡은 가난한 집의 장녀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사실 짐작은 간다.


말은 좋아하고 아낀다면서 정작 한 달이나 소식도 몰랐던 이 무심함에 미안하다. 사실 지난 여름 그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선 얼굴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다. 조의금도 제대로 못냈는데.


소재나 알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아무것도 못해주겠지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거나 그러고 싶다는 생각같은건 하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위로가 되주지 못할거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그 녀석도 내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걸

서로 알게만 돼도, 그 얘기만 서로 하더라도 조금쯤 힘이 되지 않을까.


7.

이 와중에 티비에선 김장훈 아듀 원맨쇼 광고가. 

아, 저 양반한테서 스마트폰을 뺏어야 하는데.


8.




눈오고 추운 날에는 오뎅빠.

작고 허름한. 유리문엔 김이 잔뜩 서린.

앞에 앉은 사람이 좋든 싫든 상관없어요.


9.



그리고 이런 노래.
조용필 - 그 겨울의 찻집


단상




1. 올 것이 왔다. 추위. 그리고 코 찔찔. 마땅한 겨울옷이 없어서 옷을 사야겠다. 고 생각했지만, 텅텅빈 지갑.


2. 총체적 난국. 이래저래 일이 왜 이 모양이냐고 투덜투덜 거리다

밤에 혼자 술마셔서 팔자가 기구해지는 것이란 가름침을 받고야 말았다. 역시 생명의 말씀.





3. 꿈을 참 많이도 꿨던 것 같다. 그렇게 인생을 설계했고 그리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삶이란 그렇게 대단치도 호락호락하지도 않은 지루한 반복이다.


4. 어제는 첫 눈이 왔다. 길바닥을 헤매고 있을 때였다. 먼지같은 것들이 날리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첫 눈. 황망히도 첫 눈을 바라보다 이윽고 달음박질을 시작했다. 첫 눈의 낭만에 젖기엔 막차시간이 너무 가까워서, 택시비 따위 없거든. 알량한 한떨기 낭만도 허락치 않는 얄팍한 지갑.


5. 007은 왠만하면 보지않는데, 하비에르 바르뎀의 영화는 반드시 보자는 주의라 스카이폴을 봤다. 하비에르 바르뎀이 멋있는거야 진즉에 아는 일이지만, 다니엘 크레이그가 이리 괜찮은지는 미처 몰랐네.


6. 그럼에도 스카이폴에서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아델의 노래가 나오던 오프닝 시퀀스. 입 벌리고 쳐다봤다. 하악하악.


7. 문득문득 생각한다. 내 삶은 두 시간의 러닝타임이 끝나면 쫑나는 영화가 아니라고. 꾸역꾸역 또 살아야하고, 이건 오로지 내 삶이라는 것을. 문득문득 떠올려야한다. 내 삶에 너무 무책임하다. 마치 스크린 밖에서 내 삶을 바라보는 관객처럼.


8. 사실 그래서 영화를 본다. 내 삶은 너무 무겁거든.


9. 영어로 노래하는 언니 중에선 당분간 아마 아델이 1등.




단상

1.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이 모두 모인자리에 쌍용차 노동자들이 다가서 "살자"고 얘기했으나 경찰은 그들의 입을 막고(은유적 표현이 아니다. 진짜로 입을 막았다) 광장 밖으로 쫓아냈다. 대선 후보 아무도 그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2. 

이 내용을 기사로 쓰고 있던 텅빈 카페에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어느 대학의 선후배 간담회란다. 자리까지 옮겨달라며 시끌시끌. "전화 인터뷰는 다 했군"이란 생각보다, 그들이 내 등 뒤에서 나누는 대화가 더 거슬린다. 94학번이라는 어느 선배가 10학번 대학생들에게 취업 잘하는 법과 조직에서 살아남는 법을 설명한다. 경쟁에서 이기려면...을 운운하면서. 스물 둘을 갓 넘겨 정장이 아직 어색한 어린 친구들은 눈을 빛내며 그 이야기를 듣는다. 


이름과 나이에 앞서 다니는 회사 이름으로 자기를 소개하는 자리.


3.

요즘 영화를 좀 봤다. 대부분 좋았는데, 기억이 나는 건 강철대오와 늑대소년. 

강철대오는 어떻게 봐도 영화의 만듦새가 뛰어나지는 않았던 것 같고 억지로 이어가려는 개그코드도 거슬렸지만 그래도 어쩐지 모를 우직함이 돋보이던 장면들.이 좋았다. 다분히 클리셰적이기까지 했던 장면들.

소녀의 동화같았던 늑대소년이 오히려 영화적 재미는 더. 늑대소년이 나오지만 사실 이 영화는 괴기물보단 로맨틱 코메디에 가깝다. 그리고 박보영과 송중기의 자태는 그야말로 그림. 여하간에 영리한 감독과 배우들이 만든 정확한 영화라는 느낌. 좋다는 뜻이다.


4.

'눈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걸 좋은 배우를 일찌감치 알아보거나 좋은 술집을 잘 찾아내는 형태로 발현하고자 한다.ㅎ 강철대오와 늑대소년에 나온 유다인과 유연석이 그런데 일찌기 혜화, 동을 보고 유다인의 대성을 예견한 선견지명 있는 남자다 내가. 아, 송중기도. 트리플 첫 회를 보고 송중기 관련 장문의 포스팅을 올린 유망주계의 매의 눈. 결론은 유다인은 정말 예쁘더라는 거.


5.

영화를 좀 봐야겠다. 어지간하면 007은 보지 말자는 주의지만 하비에르 바르뎀의 영화는 무슨일이 있어도 보자는 주의이므로 007을 보러가야지.


단상


1.

가끔 멀쩡한 문장을 편집실에서 비문으로 만들어 놓는다. 뭘 수정하고 싶었는지 알겠으니 차라리 그냥 나한테 수정하라고 말해주는게 더 좋겠다. 그래도 도움 받은 일이 더 많으니 패스....같은 쿨한 척은 도저히 못하겠다. 좀 짜증난다.


2.

이정희의 대선출마가 올 해 본 뉴스 중에서 가장 웃기다. 사람이 아니므니다.

사실 어차피 기성정치판에서 대의니 정당성이니 하는 말들을 찾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차라리 이건 정치적 감각의 문제다. 이정희와 경기동부는 요단강을 건넜다. 


3.

쌍용차 사태해결을 바라는 삼천배를 지켜봤다.

어릴적 엄마따라 간 절에서 받은 내 수계명은 '반야'다. 반야는 불교적 지혜를 의미한다.

속세의 지식과는 다른, 모든 사물에 대한 무분별의 지혜. 성불의 시작.

정말 내가 조금 더 지혜로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한문 분향소에선 백일간 매일 천배씩 10만배 기도가 진행중이다.

하루쯤, 나도 할 수 있는 만큼, 힘을 다해 빌어야겠다. 


4.

응답하라의 영향인가 곳곳에서 90년대 노래들이 들린다. 저번 놀러와에는 공일오비가 나와서 이젠안녕을 부르더라.

왜 지금은 그런 문화적 풍요가 없을까.라고 안타까워 하려다가, 이십년쯤 지나면 다시 지금을 그리워 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리운건 그 노래가 아니라 그 시절이었다.


5.

그래도 내 청소년기를 가장 많이 함께 해준 노래는 아무래도 김장훈이다.

얼마전 다녀온 클럽공연에서 들은 그의 노래가 좋았다. "이번 생은 이렇게 가기로했다"던 그의 말이 참 좋았다.

"오빠 앨범자켓을 디자인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다"던 소녀에게 "오빠는 이제 디지털만 낼거"라고 대꾸하는 그도 참 좋았다. 무엇보다 그의 노래가 무척 좋았다. 그의 노래가 좋으니 그의 노래를 듣고 있는 이 시절도 그대로 좋은거다.


6.

들국화 아저씨들이 나온 놀러와를 봤다. 쌈싸페 티켓을 미리 질러놓길 잘했던거다. 흥, GMF 따위.


7.

별로 예뻐하지 않는 수습 후배가 "언제까지나 여기 계실건 아니잖아요"라고 물었을 때 뭐라 답하지 못했다. 

내가 그래서 널 별로 예뻐하지 않는거란다.


8.

더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 


9.



김장훈 - 그대로 있어주면 돼


아무것도 하지마 눈 뜨고 있으면

여전히 우린 다시 살아갈거야.


단상


1

자기 감정에 대한 불신은 비겁하지만, 확신은 오만하다. 언제나 그 중간쯤 어디에 존재해야한다. 의심하면서도 용기내는 것. 혹은 확신하면서도 톺아보는 것. 안일해서도 집착해서도. 그 중간 어디쯤에 존재하는 것. 그런걸 균형감각이라거나 삶의 지혜라거나 경험과 연륜이라거나 하는 이름으로. 혹은 진심이라는 이름으로.


2

내 글에 대해 겸손한 척했지만 사실 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3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 같은 건 아직 못봤다. 호들갑에 비해 (적어도 내 주위는) 비교적 평안했기에 그 호들갑이 못마땅했다. 방재 시스템을 '개개인의 준비'정도로 때우려는 안이함과 정작 재난에 대비한 어떤 준비도 하지않는 정부와, 그걸 알면서도 굳이 문제제기하지 않고 호들갑에 입을 맞춰주는 언론에 진절머리가. 


4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했는데, 세상은 너무 평온하다. 

이럴거면 귀찮게 뭐 하지마라 쫓아다니기도 지친다.


5

정보석이 지붕킥에서 했던 대사가 기억났다. 

"내 사랑은 언제나 적자에요"


서로 나누는 감정의 총량이 일정하다면 어느 한 쪽은 적자일 것이고 어느 한 쪽은 흑자일 것. 

주는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그 설움의 고백. 

내 사랑은 언제나 적자에요. 방바닥을 벅벅 긁으면서 오늘도 내 사랑의 마이너스 체크만.


6

트위터를 둘러보다가 이 문장을 읽었다. 김유진의 소설을 읽어봐야겠다.


너는 누굴 싫어해?/사람들. 거의 모든 사람들./그럼 누굴 좋아해?/나는 너를 좋아해. 

숨은 밤 - 김유진


7

네 삶을 지켜주는 건 내가 아니다. 너다.


8

응답하라 1997을 보다가 문득 울컥했다.


 "누구든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내 모든 것을 걸었던"


그것이 90년대라면, (혹은 다른 이름의 그 무엇이든) 내게도 응답하라.


9


이승환을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오늘 이노래를 귀에꽃고 있다가 나도모르게 흥얼흥얼. 사람들이 쳐다보더라.


단상


1.

강정 평화 대행진에 참가중이다. 하필이면 오늘 제주는 10년만의 무더위. 

발바닥과 사타구니가 난리도 아니다. 어그적 어그적. 누가보면 똥 싼 줄 알겠다.


2.



이 아름다운 소녀 덕분에 더 힘들었다.

생태와 평화와 아빠와 무엇보다 '걷기'를 사랑하는 이 소녀는 이 불볕더위에도 칭얼거림 한 번 없이 웃는 얼굴로 행진을 했다. 덕분에 나도 힘들다는 말 한마디 못했....ㅠㅠ

하지만 아름다우니까 용서, 패스.


3.

올레길의 성공 탓으로 제주 어디를 가나 관광객을 만난다.

오늘 숙영지였던 표선 같은 해수욕장은 더욱 그렇다.

망중한을 즐기던 그들은 행진단이 나타나자 깜짝 놀랐고, 이내 조금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해할 수 있다. 소중한 여름휴가지의 호젓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해친것만은 분명하다. 시큼한 땀냄새와 저녁식사가 풍긴 음식냄새도 반갑진 않았을테다. 그들을 탓하지 않는다. 


다만 느껴지는 것은 허무함이다. 이런 허무함은 오랜 감정인데,

치열한 투쟁의 현장에 있다가 고개만 조금 돌렸을 뿐인데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마치 세상이 끝날 것처럼 싸우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혹은 집에 돌아가는 버스를 탔을 뿐인데 라디오에선 연애상담과 우스개와 오늘도 또 뉴스들이. 무한도전이. 1박2일이.


그 치열함과 평화로움 어느 쪽도 탓할 수 없고 마음의 무게를 실을 수 없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건 그런 허무한 우울감 뿐이다. 그래서 그토록 애타게 뒷풀이를 주창하는지도. 


사타구니와 발바닥의 통증에 어그적 어그적 마을회관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괜시리 우울해져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낄낄거렸다. 나도 낄낄거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옆자리에 앉은 여고생은 내 몸에서 냄새가 나는지 얼굴을 찌푸렸고, 앞자리에 앉은 올레꾼 커플은 소근소근 사랑의 밀어를 나눴다.


기사도 다 썼고. 혼자 뒤풀이하러 가야겠다.


4.

복학했다. 이게 몇번째냐.

일은 계속한다. 아마 출석부에 이름만 올려놓고 학교는 안나가서 선배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는 '소문의 그 선배'가 될 것 같다. 

그래도 우리엄마 머리에 학사모는 꼭 씌워줄거다. 내 대학졸업의 유일한 목표는 그거다.


5.

새로생긴 스마트콘을 쪼물딱 거리다가 무료 타로카드 어플을 하나 받았는데, 이게 신기하다.ㅎㄷㄷ

신나서 이것 저것 막 해보려니 그때부터 유료. 역시 점괘는 복채가 있어야 성립하는 법. 걍 지웠다.ㅋ


6.

서울로 돌아가면 바로 휴가다. 가까운데로 바람이나 쐬러가야지.


7.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을 살께 - 창고


난 김창기 아저씨의 동물원보다 창고가 더 좋다.

동물원은 너무 예쁘기만 하잖아.


가벼운 여행 생각을 하니까 이 노래가 가장 먼저 생각났지만,

사실 난 요즘 동물원이 더 좋아지고 있기도 하다. 우훗.


8.



중화항공이 팬더에게 자리를 제공했다. 

팬더는 기저귀를 차고 14시간동안 비행했다.



 



단상



1.

유령이 생각보다 재밌다.

소간지와 이연희의 외모보다는 곽도원이 더 좋다. 다들 그렇다고 하니까 난 아닌척 하려고 했지만 좋은걸 어떡해.

임지규도 독립영화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지명도를 쌓아가는 좋은 케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좋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악역들에 끌리게 되는데, 추적자에서 박근형과 김상중을 은연중에 응원했던 것이나,

유령에서 엄기준을 대놓고 응원하게 되는 것. 하긴 난 원래 압도적인 나쁜놈을 좀 동경했었다.


2.

안철수의 사실상 대선출마선언 이후 말들이 많다.

난 안철수에게 거는 사람들의 과도한 기대가 싫다.


그건 어쨌거나 성공신화를 뒤쫓는 또 한 형태임에 틀림이 없는데,

그가 남한에 그동안 있어왔던 '상식 밖 수전노형 자본가'들과 뭔가 다른 듯 보이기(혹은 그렇게 보이려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에게서 '다름'과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


그건 다시 한탕주의다. 그가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건 아니건 

그에게 이처럼 막연한 희망을 걸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는 또 투표말곤 아무것도 안 할 생각이라는 뜻.


거기다 난 안철수가 그 자본가들과 그다지 다르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란 착취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본주의의 수단에 불과하다.

괜히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을 것이라고 말하는게 아니다. 


여하튼 안철수의 책이 어디서 생겨서 읽었는데, 그의 문장력도 난 영 별로. 

뭐 하나가 맘에 안들면 다 맘에 안들어보이는 거랄까. 

그런 의미에서 외모도 별로.ㅋ 정치와 프로야구 선수에게 제일 중요한 요소는 외모라니까..ㅋ


3.

탑밴드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더라만 뭐 그럴수도 있는거지. 다만 김경호가 심사위원인게 영. 누가누굴 심사하니.

탑밴드는 꼭 이렇게 납득 안되는 심사위원을 한 명 올려놓더라. 지난 시즌에선 노브레인. 송 아저씨의 쿨하고 냉철하고 잔인한 심사가 아쉽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송 아저씨가 없으니까 신대철을 견제할 만한 이가 없어. 정원영 아저씨는 어쩐거야.)


이번시즌에서 난 로맨틱펀치를 응원하기로. 아, 악퉁도.


4.

제주 평화대행진 취재를 간다. 그것만으로 좋았는데, 심지어 들국화 아저씨들이 온단다. 올레.


5.




지난번에 해먹은 초계탕과 토마토소스 마파두부.

중복엔 닭강정 ㄱㄱㅆ

아직도 내 요리실력을 의심하는이가 있다면 아오지로 보내버리리.


6.

냉면먹고싶다. 

유명한 냉면집이라는데를 어지간하면 가보는 편인데,

신천의 해주냉면이나 동아냉면 다 별로. 특히 동아냉면은 학교 앞에 점심먹으러 가던 집인데 왜 저게 저리 유명한 맛집이 됐는지. 줄 안서면 먹기도 힘들더라. 건방지게 선불을 받고 말이야..


냉면은 역시 동네 중국집에서 시켜먹는 팅팅뿔은 중국식 냉면이 짱이다.

유명한 집 가봐야 어차피 조미료 넣고 끓인 인스턴트 육수인거다. 그러려면 차라리 둥지냉면을 먹고말지.


7.

핸드폰 액정이 망가져서 불편하지만 좋다.

걸려오는 번호는 외부화면에도 뜨기 때문에 익숙한 번호는 바로 알아볼 수 있지만, 

모르는 번호는 누굴까 두근두근하는 맘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쪼임맛은 문자메시지가 왔을 때 최고조. 

은연 설레이다 보도자료 발송했다는 문자면 김이 확 새지만, 그건 또 그 나름의.


여튼 보고있나 언론노조? 문자 좀 작작보내. 


8.

6개월만의 무한도전이랑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동시에.

뭘 봐야하지....는 무슨, 그 시간에 집회현장에서 일한다. 콜트콜텍 2000일 문화제.

사실 무도나 프로야구만큼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밴드, 콜밴도 좋다. 

우윳빛깔 콜밴. 연주력 따위 중요하지 않아요 가사만 틀리지 마요.ㅋ

   

9.

설렘과 우윳빛깔을 연달아 언급했더니 자연스레 떠오르는건 아이유.

내게 너 뿐인걸 니가 알았으면 좋을텐데.




단상


1.

담백하게 살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차 더 찐득거려.

천성이라기보단 상황, 상황이라기보단 핑계.


2.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일간지의 경제부.에 다니는 선배를 길바닥에서  만났다.

커피나 한 잔 하자고 마주앉아서, 학교 때부터 늘 그랬던 것처럼 민주주의가 어쩌고 인과율이 저쩌고, 결과를 무시하는 과정이니 과정을 배반하는 결과니. 시시껍절 되도 않는 얘기나 주절주절. 그런데 사실 그 때가 제일 그립기도하다.


3.

살아가는 모든 일이 곧 정치행위이며 또 운동. 이라고 생각하거나 말했지만, 사실 꼭 그렇지는 않다. 

열심히 생을 다바쳐 운동하는 이들이 엄연히 있는걸. 마찬가지로 그 반대에 있는 이도 있고.


난 늘 그 중간 어디쯤을 배회한다. 회색의 비겁함. 

하지만 사실 이건 다 변명거리다.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없어서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 척. 현명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척. 


4.

어제는 대학 동기 결혼식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반갑지만 또 정확히 그만큼 어색한.

삶의 반경이 달라진다는 것은 관계의 질감도 달라지는 것인가보다.  괜히 쓸쓸해지지..도 않아서 사실 더 씁쓸했다.


5.

친구가 손학규 캠프에서 일하는데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캐치가 좋았다고 말해주니 기고만장해선 당장 대선승리라도 할 것처럼 군다. 꼴보기 싫어서 어차피 문재인이 후보가 될거고 대통령은 박근혜가 될거.라는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나의 냉철한 정세 분석을 들려주려다가. 참았다. 열심히 하는 친구한테 굳이 재를 뿌릴것 까지야. (내가 이렇게 착한 사람인데!!) 


6.

밀려있던 탑밴드를 주말동안 몰아치고 있는데, 아직 마땅한 팀이 없네. 괜찮다 싶으면 떨어지고. 결국 화제성 있고 유명한 팀들만 살아남아 밴드판 가요톱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보이지만 관전평은 뭐 그래도 끝까지 지켜보고 난 후에.


7.

출장을 빙자한 외유와 엠티와 휴가를 잘 엮으면 8월 한 달동안 20일을 놀 수 있을 것 같다. 


8.

최근 드라마며 영화를 꽤 봤는데, 감상문이 너무 밀렸다. 이젠 다 쓸 엄두도 안나네. 짧게라도 한 줄씩 남겨놔야지.


9.

요즘 제일 많이 듣는건 가장 보통의 존대.

이런 이런 큰일이다



단상


1.

녹색당에 처음 가입할 때는 '녹색가치의 설파'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사회에서 생태주의적 감수성을 찾기란 소녀시대에서 결점을 찾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니까.

하지만 막상 총선이 다가오고, 녹색당 후보들을 지켜볼수록 욕심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다. '창당할 때 미처 선거를 생각하지 못해서 돈이 없으니 특별당비를 보태달라'는 정당 사무처장이라면 상상도 못할 얘기를 하는 사무처장의 아마추어리즘과 순수함, 솔직함도 기껍다. (상근비 들어오면 바로 낼께요...ㅋ)

다만 의회진출에 실패하거나, 당을 해산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실망하거나 주눅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승리를 믿고 뛰는 정열과 훗날을 대비하는 현숙함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님도 알았으면 좋겠다.

강령에도 있지만, 녹색당은 반정당적 정당.
주인집을 부수려고 주인집에 망치를 빌리러 온 사람들.
우리 모두 의회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쯤 알고 있다. 다만 중요한건 가치, 그리고 그 가치의 공유. 그것만 잃거나 잊지 않는다면 당이든 동아리든 무슨 상관일까.

여하튼, 정당투표는 11번, 녹색용지엔 11번, 11일엔 11번.

ps. 아무리 그래도 생애 첫 당가입인데, 당비 두 번내고 당이 해산당하는 수모를 겪고 싶진 않아요.ㅋ


2.
어제 오늘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 장면을 보는 순간 다 잊어버렸다.ㅋ

윤석호 감독은 70년대의 감수성을 오글거리는 유치함으로 정의한건지 도대체 견딜 수가 없을만큼 유치한 드라마지만, 윤아와 장근석이 하니까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이런 오글거리는 표현이 드라마 내내..ㅋ)

윤아가 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오직 옳다.

윤아가 이명박을 지지하면 난 새누리당에도 가입할 수 있을 듯.ㅋ (근데 정말 그러면 안되는데....;;)



3.

취재를 하다 결국 눈물을 흘려버렸다.
대단히 딱한 사람을 만난 것도 아니고, 비장하고 거창한 집회에 간 것도 아니다.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인 김순자 후보의 얘기를 듣던 중이었다.

식자들의 거창한 담론과 이도 아니고 현학적이고 멋들어진 수사가 가득한 명문장도 아니었다.
사투리가 잔뜩 들어간 여느 '아줌마'의 얘기였다.
다만 그녀의 언어에 실린 그 '삶'이 진짜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미사여구로 뒤범벅한 레토릭이 아닌 진짜 '언어'

그렇게 삶을 담은 사람을 만나면 내가 한없이 부끄럽다.
난 무엇을 하고있는거지.

4.

일이 바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니까 능력이 부족해 한가해졌다.

무척 기분 나쁜 일이다.
잘난척은 아니지만, 살면서 한번도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아, 나는 얼마나 좁은 세상에 살고 있었던가.

5.

여하튼 내일은 영화나 봐야겠다.

6.



Red Hot Chili Peppers - Give It Away

오늘의 노래는 윤영배였는다. 날씨 좋은 봄날에. 그러다 시청광장앞을 지나는데 와이낫이 이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는.
그냥 입에, 귀에 계속 맴돌아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