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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는 어느 토크쇼에 나와서 이미지를 위해 수업에 지각을 해도 뛰지 않고, 사발째로 국물을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은 모두 빵터지고야 말았다. 웃음 포인트는 '실제와는 너무 다른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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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본주의는 사용가치보다는 이미지를 소비하는데 주력한다. BMW 롤렉스 루이비똥. 결국 사용가치보단 그들이 내포한 이미지를 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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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애초에는 실제에서 파생되어 고착됐겠지만, 그 자체로 실체일 수는 없다.
이는 곧 이미지와 실제를 혼돈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양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파는 가게는 고사에만 나오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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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BBK를 국밥으로 막았다. 그리고 오늘의 위기를 서민중도정책과 오뎅으로 막으려 하고 있다. 결국 이미지다.
서민 중도 정책이란 양머리는 먹음직스럽다. 양머리를 내거는 것만으로도 학을떼는 노친네들도 있으나 차치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뭐라 시비 걸 수 없는 말이다.
시장바닥에서 오뎅을 먹는 대통령도 친근하다(물론 외모때문에 비호감을 불러일으키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재계인사들과 값비싼 호텔오찬회동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 할건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여지는 것이다. 실제로 오뎅을 먹으며 대형마트규제는 법적으로 불가하다는 말을 내뱉는 그의 내용물은 개고기다. 최저임금이 깍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전기세 수도세는 빠싹오르는데 무상급식을 위한 예산은 삭감됐다. 도대체 어디서 서민정책을 찾고 어디서 중도를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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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의 이미지 관리담을 보며 모두가 웃을 수 있는건 이미지일뿐 실제와는 다르다는 것을 모두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를 희화시킬정도로 그의 실제가 끔찍하지는 않기때문이다. 더구나 그의 실제가 끔찍한들 나랑은 별 상관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의 되도 않는 이미지 관리담을 보면서도 웃어 줄순 있겠지만, 마음이 씁쓸한건 어쩔 수 없다. 더구나 그의 실제를 생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끔찍하다. 그의 실제는 곧 내 삶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다시, 바람이 불까?


이런저런 헤프닝속에 노무현 추모 공연이 열렸다.

원래 예정됐던 연세대에서의 공연이 취소되고 결국 성공회대로 공연장소가 옮겨지는 과정을 두고서도 탄압이니 책동이니 하는 쌍팔년도식 수사들이 주구장창 등장하더니만 무대에 오른 신해철은 삭발과 문신, 눈물로 이어지는 우미관식 신파로 화룡점정했다.

먼저 떠난 좋아하는 사람을 추모하고 그를 기리며 노래부르고 눈물흘리는 일을 비난할 수는 없다. 오히려 노래와 춤, 웃음의 형태로 고인을 기억하고 떠나보내는건 매우 건강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염려하는건 과연 오늘 그니들의 추모가 그를 떠나보내기 위한 것인지 소환하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설의 고향에서 굳이 망자를 소환하는 이유는 보통 두가지였다. 망자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한을 풀어주기 위함이거나, 산 자의 입신양명을 위해 거짓된 소환으로 망자를 욕보이거나. 오늘 노무현을 다시 여의도 한복판으로 불러들이는 이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조금씩 식어가는 것 같던 추모 정국은 어제의 추모공연으로 다시금 타오를지도 모른다. 어차피 MB와 딴나라당의 캐삽질퍼레이드야 여름 지나면 가을 오는 것처럼 약속받은 것이니까 퍼레이드에 발맞춰 이 정국을 잘 끌고 가면서 조금씩 인기몰이만 해 나간다면 10월 재보선은 물론 내년 지자체 선거와 초큼 오바하면 다음 정권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테다. 감사하게도 노무현은 5월말 6월초, 민주주의든 뭐든 그저 상징화하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 가장 감정적이 되는 때에 돌아가셔 주셨으니 이마저 금상첨화라. 그러나 그건 바람일까. 그건 노빠들을 다시 여의도로 실어다 줄 정치적 바람을 수는 있겠으나 우리의 바람(want)일 순 없다.

세칭 386, 노무현이란 알리바이를 내세우고 유시민이란 얼굴마담을 내세운 그들은 이미 '우리'에서 멀어진 존재다. 주식과 부동산과 룸살롱과 권위주의로 무장한 그들은 이미 그들의 혁명을 종결한 87년부터  이명박을 위시한 저들과 다르지 않다. 가장 뜨악한건 저들 스스로도 그걸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괴리. 그들은 스스로의 정치적 입장과 계급이 자신들의 이상적 말과 얼마나 괴리 되어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민주화의 투사 혁명전사인 줄로 믿고 있겠지만 이미 그들의 혁명은 끝났고 그들은 편입'했다'. 지난 영결식과 노제에서 다시 노무현을 광장으로 소환하던 장면은 실은 경악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이는 마치 현 시국의 모든 책임을 이명박 '개인'에게 지우고 다시 그를 처단할 수호령으로 노무현을 소환하는 샤머니즘처럼 보였다. 이미 신화가 되어버린 유령은 산 채로 유령이 되어버린 이들에게 다시 숨을 불어 넣어줄 바람으로 이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명박 개인도 노무현 개인도 아니다.

우리의 바람이 뭔지 살펴야 한다. 우리가 타고 날아야 할 바람이 뭔지도 알아야 한다. 권위주의의 해체는 국가 기관내에서의 텃세 해산이 아니라 국가 권위라는 몽롱하고 조악한 모든 권위의 해체임을 알아야 한다. 권력의 이양은 그곳에서 저곳으로의 이동이 아니라 저들에게서 우리로의 이동임을 알아야 한다. 결국 '나'를 위한게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다시 불어온 노풍이 호기라는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반 MB전선 같은 유치하고 의미없는 것을 짜낼 호기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더 나은 삶이 무언지 돌아볼 호기라는 말이다.

북서풍을 등에지고 대선단을 이끌던 조조의 대군은 정체를 드러낸 동남풍에 홀라당 다 타버렸다. 우리의 바람인 줄 알고 잘못 탔다간 언젠가 드러난 저들의 바람의 정체에 홀라당 타 버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