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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올 해의 음반



올 해도 어김없이 세금결산 대신 음반 결산.

돌이켜보니 작년에 비해서 기억하고 싶은 음반이 많지않다.

그건 아무래도 작년에 비해 음악듣고 흥아흥아 놀아재낄 시간이 적었던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작년에 비해 좋은 음반이 상대적으로 좀 적었던 탓인 것 같기도. 여튼.

언제나 그랬듯 내맘대로. 순위도, 근거도, 독자도, 상관도 없는 음반 결산 시작.



# 강허달림 - 넌 나의 바다





아마 지금 한국에서 한국말로 노래하는 여성보컬 중에는 이 언니가 1등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매끄러운 은쟁반에 굴러가는 옥구슬만 먹고사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 같은 게 좋을 때도 가끔 있지만,

이렇게 묵직한 소리가 날아와 박히는 순간이 '진짜'다. 그걸 진심이니 하는 조악한 단어로밖에 표현하지 못해서 무척 안타깝다. 그 눈물나게 위로되고 아프고 씩씩한 소리들에 어울리는 더욱 좋은 말들이 있을텐데.


이 2집앨범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인 1집앨범과 '독백'Ep만큼 달고 살지는 않았다. 예전에도 한 번 했던 말이지만, 같이 찌질거려주던 누이에서 이제 궁둥이 툭툭 두들겨주는 막내이모로 포지션을 바꾼 것 같아서. 아직 찌질한 누나가 더 고픈가보다. 여전히 전작들이 더 좋긴하다는 말이다. 신보보다 과거의 작품이 좋다는 말만큼 예술가에게 실례되는 말이 또 있겠냐만, 그건 전적으로 내 취향의, 마음의 문제. 


'꼭 안아 주세요', '아무도 모르고', '그리되기를' 같은 트랙은 강허달림이 얼마나 좋은 보컬이며 창작자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넘버라고 생각한다.  '멈춰버린 세상'은 용산참사를 노래한 트랙이다. 본인에게 사회적인 메시지를 노래하는 가수라거나 페미니스트 가수라는 수식이 붙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반기지 않는 것 같지만, 난 좋은 노래는 좋은 눈과 마음. 그리고 그렇게 살아온 삶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러모로 강허달림이 짱이란 뜻이다.ㅋ 


여름, 두 개의 문이 개봉하고 다시 열린 용산참사 추모집회에서 조용히 뒷켠에 섰다 인터뷰도 발언도 없이 가버린 그녀를 목격한 건 내 자랑.ㅋ



# 강아솔 - 당신이 놓고왔던 짧은 기억




기타치면서 고운 목소리로 노래부르는 (좀 흔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일 것 같았다.

이름도 그렇잖아, 아솔. 적당히 곱고 예쁜 목소리로 샤랄라한 멜로디를 부르다 외모가 화제가 돼서 여신으로 불리게 될. 그런. 뭐 그러다 어느 밴드의 누구랑 연애한다더라. 그러다 라디오에도 출연한다더라. 뭐 그런. 좀 뻔한.


그런 얘기들에 지겨워하고 있었다. 누가 누군지 구분도 안되는 목소리와 멜로디들이 쏟아지는데, 대단한 음악적 성취라도 있는 양 포장'하는' 레이블이나 방송들이. 그래서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소개되는 이들에게 보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사실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또 뭐야)


그런데, 강아솔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건 뭐. 제가 완전히 잘못했습니다.

"4년 전 5월" 하고 부르는 그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 

"이 노래가 그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오"하는 마음 씀씀이.


제 2의 OO 같은 말들이 아까운. 오래동안 노래부르고 듣고싶은 가수의 탄생.


(와우북페에 강아솔이 출연해서 꾸역꾸역 보러갔는데, 장래희망은 래퍼라고했다. 헐 대박. 근데 랩도 잘해. 이건 뭐. 못하는게 뭐임. 근데 얼굴도 예뻐. 엉엉엉)



# 정태춘 박은옥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선언의 결기나 혁명에의 꿈. 같은 것들이 민중가요라면 정태춘의 노래는 민중가요가 아니다.

다만 나약한 삶에 대한 위무, 미욱한 인간에 대한 응시와 절망. 역시 민중가요라고 부를 수 있다면 정태춘이야말로 민중가수다. 그런데 사실 이런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팔뚝질과 격렬한 언어만이 시대를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시내버스와 고속전철, 서울역 이 씨에 대한 회한은 그대로 시대다. 마찬가지로 하룻밤 사랑이나 의미를 알 수 없는 주문같은 노래들도 시대의 반영이다. 민중가요라는 말 자체는 얼마나 어이없고 부질없는가.


정태춘과 박은옥의 노래들은 관조하고 위무하며 동시에 절망하거나 연민한다. 이건 어느 날들처럼 노래를 불러 분노하고 선동하고 다짐하는 대신 차라리 증언하고 있다. 시대를, 세상을, 사람을. 그래서 그들의 노래는 위로고 응원이다. 절망해주기 때문에 함게 희망일 수 있다는 메시지기 때문이다. 어설픈 낙관이 아니라 함께 절망해주는. 그걸 그대로 지켜보고있다고 증언해주는. 정태춘의 목소리는 외롭지만 감사하다.


이런 노래가 다시 불리워지지 않을까 무섭다.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면, "아무도 손 흔들지 않는 등대 아래, 하얀 돛배 닻을 올리고 있을까"



# 여러 명 - Reborn 산울림




2011년의 들국화 트리뷰트에 이어, 2012년에는 산울림.

(2013년에는 어떤 전설에 대한 트리뷰트가 이어질 것인가ㅋ)


들국화가 놓쳐버린 시기에 존재했던 전설.의 위용이라면,(재결성해 더욱 위대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지만 그것과 이건 또 다른 문제고 음악) 산울림은 꾸준히 지금껏 오래도록 이어오는 전설. 그러니까 들국화가 비틀즈 같았다면 산울림은 롤링스톤즈 같았달까.ㅋ (김창익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산울림이라는 이름의 밴드는 없어졌지만, 김창완밴드는 그대로 산울림의 궤를 이어가는 또 다른)


여하간, 산울림의 노래는 그대로 '한 마디 말이 노래가되고 시가되는'.


NY물고기가 부른 '독백'이 가장먼저 귀에 들어오는 트랙. 장기하와 얼굴들이 부르는 '조금만 기다려요'는 그대로 너무 산울림스러워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무지개'나 킹스턴 루디스카의 '가지마오'는 그대로 자기들의 오리지널 넘버라고 해도 믿을만큼 신선하고 재미있는 헌정. 이진욱의 '나 어떡해'도 마찬가지. '나 어떡해'는 이렇게 변할 수 있을 줄 정말 몰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창완밴드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산울림의 노래 중에 가장 애정하는 이 노래를 김창완밴드가이렇게 기깔나게 연주하는 것은 이 앨범이 지난 시대에 대한 존경심 따위가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위대한 음악인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한다. 그렇게 산울림은 지속된다. 그래서 차라리 Reborn은 적당한 이름이 아닐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태어나기는. 아직 그들은 죽지 않았다.



# 3호선 버터플라이 - Dreamtalk




3호선 버터플라이를 처음들은 건 2003년, <네 멋대로 해라>에 삽입된 '나비의 꿈'.


남상아의 보컬이나 성기완의 곡은 이미 그 자체로 완성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실 남상아같은 목소리를 갖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전생에 나라를 한 100번 쯤은 구했었나봐. 허클 팬들이 괜히 이소영이랑 비교를 하면서 찌질거렸던게 아닌거다. (음.. 작년 이맘때 허클 앨범 얘길 하면서 다시는 비교를 안하겠다느니 하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여하간 더욱 좋아진 것을 보면 아마 그게 완성은 아니었나보다. 멜로디는 더욱 정겹고 남상아의 보컬은 더 적절하다. '달이 뜨지않고 니가 뜨는 밤'처럼 더 슬프거나 '헤어지는 바로 오늘'처럼 더 묵직하다.


연주력이 어쩌고 하는 말은 내가 할 수 있을만한 얘기가 아니니 차치하고 다만 이런저런 노이즈를 가장한 사운드들이 매우 흥미롭게 반복돼 더 좋았다는 말 정도만. 사운드와 소음을 가르는 기준, 그게 연주력이겠지. 아마. 이런저런 의미부여 없이 가장 좋은 음악을 가장 적절히 해내는 밴드.라고 하면 올해는 단연 아마 이 밴드가 아닐까.



# 박지윤 - 나무가 되는 꿈





박지윤의 음악을 이야기함에 있어 늘 언급되는 JYP나 성인식의 이미지들은 이제 그녀에 대한 무례일 것이다. (아마)

그 시절의 아픔을 딛고 이제는 성숙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난. 같은 표현들로 치부하기에 박지윤은 훌륭한 보컬이고 이 앨범은 그 훌륭한 뮤지션의 수작이다.


거의 가성을 사용하지만 그 소리가 결코 부담스럽지 않다. (난 가성을 쓰는 노래들이 대부분 버겁다. 그래서 조관우를 높이 평가하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잘) 그녀의 음색은 기타뜯는 소리, 올갠소리와 무척 잘 어울린다. 특별한 고조 없이 무난하고 평이하게 이어지는 멜로디도 좋다. 


'좋은 친구들'의 도움이 컸을 것으로 보인 지난 앨범과 달리 이번 앨범은 그녀의 심지에 좋은 친구들이 얹어진 듯한 느낌이다. 마치 이상은이 담다디를 부르고 춤을 추던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다 이제는 그 시절을 말하며 탬버린 들고 담다디를 불러주는 것 처럼, 그녀도 어느 날인가 기타치며 성인식을 불러줄 수 있을 것 같다.



#  여러 명 - 블루스, The 블루스

 



블루스 앨범. 같은게 있을리 없다. 블루스라고 말하면 R&B를 떠올리는 이 땅에 말이다.

기껏해야 신촌블루스 정도가 대중들이 기억하는 블루스일까.


블루스는 재즈와 로큰롤의 기반이 되는 음악이고 좋은 로큰롤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습 공부해야 하는 음악. 이라고 음악 교과서 같은데 보면 나온다. 지난 시즌 탑밴드에서 신대철은 자기 제자들에게 블루스를 연주하게하는 과제를 주기도 했었다. 거기서 애들한테 근본없다고 쿠사리 엄청 주더라만. (그 신대철의 아버지 신중현이 한국 블루스 음악의 거두.라고 볼 수 있겠다. 미군부대에서 기타를 연주하던 신중현의 음악은 블루스 기반이다)


여하간 이 블루스 컴필레이션은 그런면에서 신기하기도 소중하기도 한 음반이다. 강허달림이나 로다운, 림지훈 같이 꾸준히 블루스 연주를 지속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한번에 듣기가 어디 쉬운가. 거기에 조이엄이나 강산에, 깜악귀 같은 이들까지도. 


더 블루스엔 갖가지 블루스가 다 들었다. 엄인호의 신촌블루스와 채수영의 저스트블루스에서 노래부르던 강허달림의 '그러면 돼'는 그야말로 한국의 블루스다. (강허달림의 1집 앨범엔 엄인호와 채수영의 연주가 몽창 들어있다. 그야말로 한국의 블루스 디바) 제일 좋아하는 곡은 김대중의 '300/30'과 림지훈의 '좋아서 우는 겁니다'.


'300/30'은 300에 30짜리 월세를 구하러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는 청년빈곤층의 이야기. 옥탑방에 앉아 비행기 바퀴가 잡힐 것 같다고 얼버무리는 해학이 좋다. 사실 블루스야말로 흑인들의 애환을 노래하던 음악 아닌가.ㅋ

'좋아서 우는 겁니다'는 마치 60년대 대포집에 젓가락 두들기는 취객의 연주같다. 블루스가 부루스로 발음되며 불리던 노래처럼. 


여튼, 이런 음반이 발매되는 것은 이제 좀 더 많은 노래들이 더 쉽게 나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한다. 소모는 소리 정말이지 너무 지겹잖아.


# 김장훈 - Adieu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가수는 김장훈이다. 

난 정말로 김장훈이 한국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보컬 3위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지난가을, 싸이와의 시덥잖은 소동과 SNS를 통해 보여지는 그의 창피한 모습에 이 앨범이 가려지는게 좀 안타깝다.

실제로 그의 노래는 한동안 별로였다. 8단고음이니 하는 웃기지도 않는 말을 하고 자기변명적 스토리만 주구장창 늘어놓는 태도나 별로 아름다워보이지 않는 기부와 선행, 독도. 그놈의 독도. 그런 것들이 그의노래에 전부 반영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앨범을 내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상치 못하게(?) 좋았던 그의 이번 앨범이 안타깝다. (물론 몇몇 트랙은 그 맘에 안드는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아니꼽다) 어느 시점부터 히트곡도 딱히 없고, 공연은 볼거리 이벤트용으로 취급받았던 그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독도니 기부천사니 하는 말로 칭찬이나 받는 것이 만족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노래가 슬프지 않아 떠난다던 그 절박함은 어디로 갔나. 싶었던.


이번 앨범에 실린 곡들은 대부분 좋다. '그림자'나 '너를 모른다'같은 곡들은 그의 슬픈 목소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좋은 노래다. 이름이 아직 생소한 작곡가들의 곡이지만 좋은 곡들을 만들어낼 줄 아는 이들인 듯 했다. 'Someday'나 'Way You Are'같은 빠른 곡들도. 적절한 연출로 공연에서 좋은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그 사랑이 뭔데'같은 곡은 대중적인 히트를 노릴만한 곡이라는 생각도. 어느 히트한 드라마의 OST같은 느낌도 나면서 말이다. 아.. 말 할 수록 아깝고 안타까워.


결국 지금 김장훈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형. 김장훈에게 스마트폰을 뺐고 다시 '노래만불렀지'하게 할 수 있는 그런 형님. 인권이 형은 요즘 바쁘신가.(말이 나와서 말인데, 랩버전으로 다시 실린 노래만 불렀지는 그게 뭔가. 그 구구절절한 자기변명과 느끼한 자기연민. 내 노래만 불렀지를 돌려줘)



#  No Control - No Control




인디 펑크 락밴드란 이런 것이다.

그들은 자립음악생산가협동조합의 멤버인데, 이 조합의 대표로 회기동단편선과 무키무키만만수가 거론되는 것에 반대한다. 최고는 단연 이들이다. 


'사장님 개새끼'같은 넘버가 비교적 가장 유명한데, 이들의 음악은 이 곡으로 대표되는 역동성이 있다. 장르의 경계나 연주의 숙련도 같은거야 내가 말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 넘어가고 시원하고 통쾌한 거칠고 날것같은 소리. 조선펑크를 부르짖던 노브레인이 돌아온 것 같았다.(지금의 그 완전 별로 노브레인을 말하는게 아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게 바로 '인디(펜던트)'다.



+

그 밖에도 윤영배나 로다운, 9와 숫자들, (외국인으로는 유일한)글렌 한사드 같은 앨범들이 좋았지만 지쳐서 더 못쓰겠다. 패스. 


++

콜드플레이, 킨, 시규어 로스 심지어 스매싱펌킨스까지 엄청난 팀들이 앨범을 냈지만 패스. 위대한 밴드는 언제나 기대를 넘어야 하니까요. 시규어로스는 애매하고 아깝고 좋았지만.. 음 좋아하니까 탈락. 같은애정어린 마음이라능..엉엉엉







강아솔 - 그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