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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아주 늦은 밤 평상에 앉아 맥주와 수박을 먹을때, 무릎위엔 모기향과 담배에서 품어져 나오는 독한 냄새를 뚫고 들어온 불굴의 모기가 살포시 앉아있고, 수다를 떠느라 모기가 다리를 무는지 발가락을 무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싶다.

오히려 여름은 쾌적한 계절이다. 몰래 숨겨놓은 추위도 급작스러운 변덕도 없이 그저 내리꽃히는 태양과 쏟아지는 빗줄기만 있다. 본래 여름은 솔직하고 아늑한 계절이다.

한낮 도심 한가운데를 걷다 극심한 불쾌감을 느낀다. 네모난 콘크리트 덩어리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연스럽지 못한 열기와 물기 하나 없어 머릿속 까지 말려버리는 것 같은 인위적인 에어컨 바람과 햇빛 한 모금, 땀 한방울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한 지독한 화장품 냄새와 이 모든 불쾌감을 만들어 놓고도 불쾌하다 짜증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어디론가 숨고 싶을 만큼 불쾌해진다.

아침 일찍 산에 올랐다. 이슬을 가장한 보슬비가 내렸고 나무는 가장 아름다운 푸른색이었고, 골마다 물이 흘렀고 이름 모를 풀들과 꽃과 나무와 땀과 물과 그런 생명, 생명, 생명. 살아 있는 것.

어쩌면 이제 우리 사는 도시 한가운데로 여름은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이 혹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 풍요를 맹세하는 생명의 단련이라기 보단 차라리 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