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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택근을 버려라


LG빠 17년만에 늘어가는 건 인내력과 이해심뿐이다. 김재현 이상훈 유지현을 차갑게 버리는걸 이해해야 했고, 7년동안의 꼴찌다툼을 견뎌야 했다. 그래도 거기까진 견딜만 했다. 기다리다 보면 94년의 영광이 다시 올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버뜨. 가끔 이 부자구단의 이해 할 수 없는 돈지랄은 도저히 사람을 견딜 수 없게 만든다. FA대어들이 오는 족족 먹튀가 되는건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건 구단의 잘못일테다. FA는 역량이 검증된 선수란 뜻이다. 검증된 선수가 줄줄이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탓은 구단의 관리문제다. 적재적소에 선수를 사용하지 못한 문제, 부상을 캐어하지 못한 문제, 멘탈에 도움을 주지 못한 문제 등등등. 그리고 이제 또 같은 짓을 벌인다.
올 스토브 리그 최대의 화제, '이택근'을 말하고자 함이다.

이택근은 타율 3할1푼에 4할 출루율, 4할6푼의 장타율 그리고 무엇보다 43개의 도루를 해낸 멋진 외야수다. 국대의 외야수이기도 하고 얼굴도 잘생긴데다 미녀 여친까지 있어서 스타성으로는 현재 KBO에서 손가락에 꼽힌다고 볼 수도 있다. 거기다 심지어 우타자. 좌타 일색의 LG가 탐낼만한 자원임을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과연 LG는 이택근을 탐내야 할 것인가?



## 외야진

LG의 주전 외야진은 국대 외야진과 바꾸자해도 바꾸지 않을만큼(아, 쓰다보니 솔직히 현수는 탐난다...;; 현수라면 전력분석이고 나발이고 닥치고 영입...;;) 엄청나다. 왕년의 도루왕 출신 타격왕과 3년연속 도루왕, 국민우익수까지. 거기에 적토마 이병규의 복귀가 거의 확실하고 안치용까지 대기중인 LG의 외야진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미어터지고 있다. 거기에 이택근까지 가세하게 된다면 그건 타팀에게도 LG에게도 공포다.

지명타자와 1루수 겸업의 대안을 제시하겠지만 지명타자와 1루수는 그렇게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까치 혜성이가 1루보던 시절에야 1루라면 수비 못하는 슬러거들의 휴게실쯤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오른쪽 타구에 대한 수비 비중이 증가해가는 현대야구에 있어서 1루 수비는 내야 수비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포수 출신 외야수 이택근에게 걸출한 1루 수비를 기대하는건 욕심이다. 실제로 이택근의 1루수비는 그닥 좋은 성적이 아니다. 그는 데뷔이후 112경기에 1루수로 출전해서 8개의 에러를 했다. LG의 수비시프트를 적응 해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포지션의 변경은 그렇게 쉽게 말할 부분이 아닌것이다. 그건 다른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외야진중에 1루수비가 가능한건 그나마 이진영정도지만 국민우익수를 1루에 가져다 놓는 전력낭비를 용납할 만큼 KBO 나머지 7개구단은 만만치 않다.

지명타자로의 활용도 마찬가지다. 일본에 진출했던 이승엽이 지명타자로 기용되자 굳이 나서서 수비를 해야겠다던 땡깡은 괜한게 아니었다. 공격에만 가담하고 수비땐 벤치에서 파이팅만 해야하는 지명타자는 공격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타격을 잘하니까 타격만 해라라는 발상은 안이함을 넘어서 무식하다. 거기에 내년이면 FA자격을 얻는 박용택의 경우 자신을 어필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그만큼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 불만은 그대로 성적으로 연결될테다. 심지어 그는 2010년 LG선수단을 이끄는 주장이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 누구하나 지명타자로 기용되는 것을 꺼릴만큼 발군의 외야수비 실력을 갖고 있다. 여담이지만 이병규는 시드니 올림픽 일본전에서 한국 야구사상 가장 멋진 장면중 하나로 기억될 수비를 보여준바 있다.



## 내야진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넘치는 외야진이 영향을 미치는 곳은 외야뿐이 아니다. 화려한 외야수들의 1루와 지명타자 겸업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1루와 지명타자를 맡아 오던 최동수와 박병호도 긴장의 나날이다. 94년에 입단해 LG의 굴곡과 영광을 모조리 지켜봐온 최동수는 오늘 LG의 역사다. 그야말로 화려하지 않은 프랜차이즈 스타. 최병살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기도 했지만 불혹의 나이에 포텐셜을 터뜨리는(?) 대기만성의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지난시즌 규정타석엔 못미쳤지만 시즌 막판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3할 가까운 타율과 65타점 이상의 타점으로 LG상위타선의 한축을 담당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1루 수비 또한 여느 구단 1루수에 못지 않는 실력을 보여준다.

최동수가 LG의 역사라면 박병호는 LG의 꿈이다. 그는 아마시절, 동대문에서 4연타석 홈런을 날려 아마야구의 알미늄배트를 나무배트로 바꿔버린 장본인이다. 그는 창단이래 한번도 존재한 적 없는 LG의 빅배트, 슬러거이다. 그가 아마시절이나 2군에서 보여줬던 능력은 그가 충분히 빅뱃으로 자라나고 있음을 제시하고 있고 실제 그는 올시즌 1군 경기에서 수차례 아치를 그려내며 자신의 성장을 증명했다. 물론 그는 아직도 피래미다. 그를 김별명이나 꽃범호 하물며 양신이나 헐크에게 갖다대기는 본인을 넘어 갖다대는 사람마저도 부끄럽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어린선수다. 어떻게 커나갈지 모르는. LG의 미래는 박병호가 쥐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 유망주의 성장에 있어 가장 필요한건 경험과 조언이다.
존재하지 않았던 LG의 슬러거라지만 그나마 그에 가장 가까운곳에 있었던건 최동수다. 박병호가 성장 할 수 있으려면 옆에서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조언을 해줄 선배가 필요하다. 그리고 배우고 익힌 것을 시험하고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실전경험이 필요하다. 결국 답은 1루 수비와 지명타자로 박병호와 최동수를 기용하는 것이다. 그간 LG에 없었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은 다름아닌 1루다.



## 마운드, 키스톤 콤비 - 문제는 바로 여기다

공격력에 있어 '우리에게 부럼 없어라'를 외치던 LG가 올시즌 꼴찌보다 못한 수모를 당한 이유는 누구나 알듯 마운드다. 봉미미에서 봉타나로 격상된 봉중근은 올시즌 봉크라이가 됐다. 7이닝 2실점의 봉리티스타트로 에이스의 책임감을 짊어지고 3.29에 11승이라는 성적으로 그걸 증명해냈지만 그 외엔 투수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올시즌 비담과 함께 꽃미남계의 양대산맥으로 자리잡은 심수창역시 시즌 중반까지 안정된 마운드 운영으로 반짝거렸지만 투수는 무엇보다 예민한 생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멘탈에 약점을 드러내며 연패의 수렁에서 허덕이다 끝내 인성이형한테 대드는 폭발을 보여줬고, 우규민은...우규민은...우규민은.... 그만하자. ㅠㅠ 김상현을 내주고 받아온 강철민은 마운드 근처에도 못가봤고, 릭바우어나 존슨은 기대도 안했건만 기대에 못미치는 실력을 보여줬다. 돌아온 이동현이나 박명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아직 전성기의 구위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이범준이나 한희, 최동환같은 유망주들의 가능성이랄까.

야구는 결국 투수놀음이다. 10점을 따내도 11점을 내주면 지는게임인 것이다. 올시즌 기아의 우승은 CK포의 엄청난 활약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구톰슨 로페즈 윤석민 서재응 양현종 유동훈까지 보유한 철벽마운드의 승리인 것이다.

애초에 마운드의 보강이 전력보강의 알파이고 오메가인것을 안 LG프론트는 처음부터 마운드 보강을 핵심과제로 삼았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눈물을 머금은 것이 팬들만인지 프론트도 함께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페타신도 버린채 용병 투수를 물색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세이부에서 세이브좀 한다던 오카모토 신야를 영입해 왔지만 그의 구위는 전성기를 8번쯤 지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대로라면 작년과 마찬가지로 '배추가, 동현이가, 철민이가 돌아와 줄거야'라는 막연한 기대로 마운드 보강을 끝내게 될 상황이다. 차라리 드래곤 볼을 모으시지.

뿐만 아니다. 화끈한 LG공격진의 구멍은 박경수 권용관의 키스톤 콤비다. 역대 최강의 유망주, 진정한 5툴 플레이어라던 박경수는 입단과 동시에 유지현 코치의 등번호를 물려받을 만큼 기대를 받고 있다. 무려 7년째. 권용관 또한 발군의 유격수로 엘지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하지만 그의 빈타는 어쩌면 5백원짜리 야구연습장의 공마저도 못치는건 아닐까라는 의심마저 들게한다. 그들은 발전하지 않고 있다. 오래도록.

그들의 포텐셜은 누구라도 인정하는 바이다. 팬심으로 거짓말을 쪼끔 더해 말하자면 권용관의 수비는 박진만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박경수는 빠른발에 클러치 능력까지 겸비한 그야말로 5툴 플레이어다. 그러나 그들이 정체하는 이유는 견제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오지환이나 박용근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분명 그 사이엔 넘사벽이 있다. 플래툰 시스템을 도입하여 경쟁시킬 곳은 바로 여기다. 욕먹더라도 히어로즈에서 선수 사오기를 결심했으면 차라리 강정호같은 유망한 내야수를 사오는게 나았을거란 생각은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 강정호와 오지환, 박경수, 권용관이 끊임없이 경쟁하는 키스톤 콤비. 생각만해도 설레지 않느냐 말이다.



## 그래서 이제 어쩔거임?

나라고 이택근의 가세가 반갑지 않겠는가. 이대형과 이택근이 테이블 세터로 나서서 줄창 뛰어주고 박용택 이진영 이병규가 불러들이는 시나리오에 왜 히죽대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건 불균형이다. 야구의 매력이란 것이 스타플레이어, 슈퍼 플레이어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스포츠에 비해 작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혼자서 여러명의 수비를 재끼고 골을 넣어버리는 마라도나나 호나우도의 플레이는 야구에선 나올 수 없다. 가장 철저한 팀플레이의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이택근이 4할을 치고 도루를 90개쯤해도 혼자선 점수를 낼 수 없다. 야구팀을 만드는 과정은 무엇보다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다.

이대로라면 LG의 외야진은 포화를 넘어 과부하 상태다. 아깝지만 이택근은 계륵인 것이다. 버려야 할테다. 가능하다면 이번 거래를 물렀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하니 이택근을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하고 쓸만한 좌완 유망주 하나 받아오는게 좋다. 그래 권혁 정도라면 좋겠다.(아. 욕심인가)

박종훈 감독에게 5년이나 되는 계약기간을 제시한 이유는 당장의 우승이 아니라 팀의 재건이다. 팀의 재건이라 함은 팀의 기본을 제대로 닦게 하는 것이다. 팀의 기본이란 성장하는 유망주, 정점에 선 스타플레이어, 팀의 균형, 팬들의 애정을 두루 갖추는 것이다. 이택근은 엄청난 플레이어임엔 틀림 없지만 오늘 LG에서 탐낼 선수는 아닌 것이다.

## 추가, 재미로 짜본 2009 선발 오더

공격

1. 이대형 (CF)
2. 정성훈 (3B)
3. 박용택 (LF)
4. 이병규 (DH)
5. 박병호 (1B) - 최동수
6. 이진영 (RF)
7. 박경수 (2B) - 박용근
8. 조인성 (C) -  김태군
9. 권용관 (SS) - 오지환

선발

1. 봉중근
2. 용병투수 (큰 기대는 안하니까 기대한 만큼이라도 해주는)
3. 심수창
4. 한희 - 이형종 - 이범준

불펜

이동현, 오상민, 최동환, 류택현, 등등등

마무리

이재영, 오카모토 신야

##

아 내년엔 가을에도 야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