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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본 영화 몇 편


1. 자객 섭은낭





허우샤오시엔은 친절하지 않다. 굳이 설명하려 들지도 않는다. 다만 보여주고 공감하고 상상하게 만든다. 

서사를 해설하는데 품을 들이는대신 치밀하고 아름다운 미장센이 극을 이끌어간다.

내면을 관조하는 데에는 대사보다는 배우의 치밀한 연기가, 풍광이, 영화 속의 장치들이 작용한다. 

느린 호흡과 진행, 순차적이지 않은 시퀀스의 배열 같은 걸 두고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일종의 여백의 미 같은 것. 상상력으로 채워넣으면 될 일.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의 영상미란 이런 것이다 라고 단정하는 듯한 그림들 앞에 지루할 틈이나 있을까.


2. 검은 사제들





호러 영화를 한국에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가장 명확히 보여준 영화가 아닐까.

엑소시즘 같은 거야 수입된 장르인데, 그게 한국 땅에서 한국인 신부들에게, 그것도 한국사회의 가톨릭 교회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조율될 수 있는가를 매우 적절한 균형감각으로 진행하고 있다. 쓸데없이 거창한 이야기들을 하지 않아서 좋았고 디테일한 부분들 (일테면 사제와 부제들의 일상적인 모습들, 꼰대스런 군상들)까지 명민하게 잡아내서 더욱 흥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동원. "사제복은 그런 핏이 날 수 있는 옷이 아니"라는 어느 신부님의 절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강동원은 반칙이긴 하다 좀. 돼지를 안고 있어도 케미가 쩔어.


아무튼 섹시하고 연기잘하는 중년배우.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강참치가 이 영화의 미덕 1등.


3. 내부자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오락영화로서 다가서고자 했다면 재미가 없고 흥미진진하지도 않으니 실패.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면 얄팍하니 실패. 배우들의 간지로 승부하고 싶었다면 캐릭터를 더 섹시하게 만들었어야지. 그것도 실패. 대 망작.


이병헌의 사투리 연기가 재미있었다. 만 네이티브 호남인이 사투리 너무 어색해서 확 깼다.고하니 수긍해야지. 하여 미덕없는 대 망작 확정.


4. 혼자





머릿속에 남아있는 잔여물들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들을 직시할 수 있다면.

하지만 그것보다 좋은 건 잔여물을 남기지 않을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 

있지도 않은 위협들. 사실은 내가 쳐 죽인 자아.

 

우리가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는 없으니 꿈에 의존하거나 아니라면, 영화를 만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