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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더마인호프 - 폭력, 혁명, 모순과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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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적군파

호치민과 체 게바라를 연호하는 그들의 이상은 간단하다. 자본에 의한 착취, 성에 의한 수탈, 국가에 의한 폭력등등. 모든 파쇼적이고 악랄한 행위들. 인민, 즉 나와 너 내 친구들의 행복한 삶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항의와 저항. 고래로 '운동'이나 '혁명'이라고 불리운 것들은 모두 같은 범주에 있었다. 60년대 후반과 70년대를 관통하는 적군파의 성립배경에 조금 다른점을 찾자면 그 이름만으로도 후덜거리는 '68'.에 있달까.
해서 망이 망소이의 난과, 독일적군파와, 2008년 여름의 촛불은 그 본질에서 대동소이하니 독일 적군파를 공포의 대상, 테러리스트, 악마집단으로 이해해선 안된다는 말이다.

본래 혁명은 폭력적인 법이다.
마오가 이르길 "혁명은 결코 고상하거나 아름다울 수 없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계급을 뒤엎는 폭력적인 행위다.”
혁명은 그렇다. 혁명은. 혁명을 꿈꾸는 이들만을 탓할 순 없다. '혁명'을 꿈꾸지 않으면 '개혁'도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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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의 발단

영화는 67년 가두시위중 사망한 오네조르크를 조명하며 시작한다. 시위도중 경찰에 의해 사망한 대학생,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언론,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정부. 80년의 광주와 87년의 이한열을 닮은 그 장면들은 가끔 눈물이 흐를만큼 뜨겁다.

마인호프의 성명서에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자초한 일'이다. 은행에 대한 테러는 금융독점에의해 인민들을 수탈하는 행위이므로,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외면한채 권력에 굴종한 판사에게, 경찰에게, 기업에게, 국가에게.
애초에 근원을 따져보자면 이 모든 폭력과 테러의 발단의 고리는 '저들'에게 있음은 분명한 일이다. 더욱 슬픈건 그 고리가 무엇인지, 무엇을 끊어내야 하는지 저들은 정말로 모르고 있다는 사실쯤.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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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 모순, 붕괴

호쾌하고 뜨거운 영화의 전반부를 지나 본격적인 적군파 활동이 시작되면서부터 갈등은 생겨난다.
모든 일과 사상엔 모순이 존재하는 법이고 모순을 극복해 내는 과정을 겪으며 숙성되는 법이다. 거기에 혁명이라고 예외일까.

혁명은 자기에 대한 확고함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혁명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모순을 인정하는 것은 곧 자기 전체를 부정하는 것. 때문에 모순도 자기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 그렇게 썩어간다.
인간은 '자기'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 자기를 부정하느니 현실을 부정하는 일이 더 쉽다.

신화란 그렇게 만들어진다. 관념으로 만들어진 혁명은 교조적이다. 결코 현실일 수 없는.
어느 순간엔가 잘못임을 알게되겠지만 잘못을 인정하기란 목숨을 끊는 일보다도 어렵다. 마침내는 아주 슬픈 눈을 하고 죽어갈 밖에. 저 사진속의 눈처럼. 저런 눈을하고도 '난 민중을 위해 살았고 죽을거야'란 자기도 안믿는 얘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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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할것이냐

테러리즘이 무조건 나쁘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옳다고 말하기도 마찬가지지만. 정답은 없는거니까.
다만, 시골 마을에서 호미를 잡고 노동자 농민들과 혁명을 토론하던 남미횽아들과 쏘고 찌르고 태우고 부숴서 혁명을 이끌려던 유럽횽아들중에 누가 지금 우리 곁에 남았는지를 돌이켜 볼일이다.


## 사실 남일이 아니다

영화가 얘기하자는건 적군파의 과격한 테러가 불러온 참상과 몰락도, 그렇다고 그시절로의 향수를 자극하는 저열한 프로파간다도 아니다. 다만.

똑바로 보고 살 수 있어야 한다. 전자 신분증을 도입해 시민들을 통제하는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국가와 자기만족과 기만으로 가득찬 혁명으로 모두를 속이는 오만, 빼앗기고도 빼앗긴줄 모르는 무지와, 빼앗지 않기 위해 빼앗는 허세, 허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너무 많이 비슷한것들.

폭력은 그렇게 지금도 우리안에, 우리 사회안에 버젓이 기생하고 있다.


++덧

영화를 보다 며칠전에 케이블티비에서 본 '쏜다'와 장면이 겹치는 황당함을 겪었는데,
그 황당함이란 전혀 매치 되지 않을 것같은 영화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함이 첫번째였고, 상황이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이 다시 상황을 만들어 종래엔 허무해져 버리는 이 웃기지도 않는 매치가 갖는 설득력이 두번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