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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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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병에 걸린것처럼 책을 읽는다. 중간고사를 15분 앞둔 고등학생처럼 허겁지겁 우겨넣는다.
아무것도(어떠한 언어도) 모르는 것이 가장 완벽한 형태일테지만 설피 조금만 아는 것은 가장 공포스런 형태다.
결국 닥치는대로 배우고 읽고 익히는 수밖에.
허기. 알 수 없는 것들로만 가득차 있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알아야 살 수 있다는 허기.
배가 고픈 정준하가 우동 50그릇을 먹는 것처럼 몸으로 이것저것들을 우겨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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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병에 걸린것처럼 사람을 찾는다. 생이 15분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처럼 이 사람 저 사람을 찾는다.
결국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는 말을 마치 지고의 진리인양 떠벌리고 다니지만 결국 사람은, 어쩌면 나는 관게 맺지 않고는 한 순간도 견딜수 없는 종족이다. 퇴근길,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동안 나는 한순간도 전화기를 내려놓지 않는다.
허기. 혼자서 버티기에 세상은 외롭고 괴로워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기대고 의지하고 싶은 허기.
스타킹에 나온 강호동이 짜장면을 1분안에 먹어치우는 것처럼 누구와의 관계도 음미하지 못하고 그저 우겨넣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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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병에 걸린것처럼 음식을 먹는다. 진수성찬을 먹기위해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던 어느 황제처럼.
이건 '마치... 처럼'이 아니라 정말 병일지도 모르겠다. 비어있는 속을 음식으로라도 채우려는 망상증 같은거.
허기. 이건 정말 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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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는 금방 채울 수 있는 일이다. 위장이 비었으면 음식을 넣으면되고 머리가 비었으면 책을 읽으면 되고 마음이 비면 사랑을 하면된다. 다만 어제 배가 불러도 오늘은 다시 배가 고픈 것처럼 허기는 금박 쉬다시 나타나는데 문제가 있다.
그게 무슨 문제냐고? 맞다. 별 문제 아니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헛소리 의미없는 푸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