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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이야기

1. 

부처님의 제자 중에 제바달다라는 남자가 있었다. 본래 부처님의 사촌형제인데 석가집안에서 일종의 에이스였던 거다. 인품좋고 인물좋고 똑똑한. 여시아문을 말하며 부처님의 말씀을 모두 기억해 경전을 작성한 아난존자의 친 형이기도 하다. (불경에 보면 아난존자의 미친 꽃미남 외모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니 제바달다도 엄청 꽃미남이었을 거다)


부처님이 성불이후 고향에 돌아왔을 때 제바달다도 부처님을 따라 출가했는데 출가 이후에도 그 빼어난 재능으로 종단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그러다 어떤 마음을 먹었는지 악행을 저지르다못해 제 스스로 부처를 자처하고 종국에는 부처님을 해하려 하다가 지옥에 떨어졌다. 제바달다가 떨어진 지옥이 유명한 무간지옥이다. 고통만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최악의 지옥.


하지만 중요한 건 악인 제바달다가 지옥에 떨어진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는 거다.

부처님은 후일 제바달다의 이야기를 설법하시며 그 역시 성불할 수 있으며 수행을 쌓아 먼 훗날엔 천왕여래로 성불할 거라고 했다.


악인 제바달다의 이야기는 부처님이 축생 용녀의 성불을 약속한 이야기와 함께 전해지는데, 어떤 악행을 지었더라도, 어떤 존재일지라도, 아무리 어리석더라도 모두의 마음엔 불성이 있으며 수행하고 마음을 닦으면 성불의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을 일러준다.


그래서 절집에선 함부로 사람을 내칠 수 없다. 부처를 해치려하고 오역죄를 저지른 악인에게도 부처님 집은 문을 열어준다. "성불 하세요" 하면서.



2. 

어떤 종교든 마찬가지지만 불교는 기복신앙이 아니다. 돈을 내고 기도하고 절을 한다고 내세의 행복, 현세의 행운을 약속받고 싶은 마음은 종교의 미덕을 갉아먹는 일이다. (기복신앙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또 다음에 할 기회가 있겠다. 기복의 마음과 태도 전반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불교는 차라리 철학에 가깝다. 그래서 불자의 수행은 절집 문을 지키는 게 아니라 절집에 담긴 부처님의 말씀을 이해하는 데 있다


쓰다보니 제바달다와 달리 진짜 종단의 에이스 수제자였던 수보리 존자의 이야기도 생각났다.

부처님이 천계에서 설법을 마치시고 지상으로 귀환하실 때 많은 제자들이 부처님을 마중하러 나갔다. 지금 공항에 마중나가는 거랑 비슷하게ㅋ 하늘에서 오시는 거니만큼 높은 산 꼭대기로 내려오셨는데 제자들의 팬심에 가장 정상에서 가장 먼저 부처님을 맞이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수보리 존자는 1등 경쟁엔 관심 없었지만 그래도 마중은 나가려고 뒤늦게 길을 나섰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내가 맞이하려는 건 무엇인가. 부처님의 몸인가 부처님의 법인가'


이 질문이 '공'사상의 핵심이라고 한다. 이를 깨달은 수보리 존자는 부처님의 제자들 중 해공제일이라고 불리게 된다.

여튼 산꼭대기에서 부처님 맞이 1등 로얄석을 차지한 비구니에게 부처님은 땅에 발을 딛자마자 "나를 제일 처음 만난 건 네가 아니라 수보리다. 그가 오직 나의 실체를 맞이했다"고 말씀하셨단다.

그래도 고생했는데 칭찬이라도 먼저 한마디 해주시지.ㅋ


아무튼 절집을 문간을 지키는 것과 자비와 사랑, 존중을 설하셨던 부처님의 말씀을 보는 것. 어느게 불자의 공부인지는.



3. 

종교계에서 정치적으로 보수의 색채를 띄는 건 공부가 부족해서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수님은 노예노동과 빈부격차를 타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셨고 부처님은 전인도의 평화체제 구축과 신분제 철폐 활동가였다.



우리 공부 열심히 하고 성불합시다 신도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