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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통의 전화




늦잠에서 깬 주말 오후, 세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저마다 외출을 요구했고 모두 똑같이 대답했다.
'피곤해, 쉬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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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815축전 안올거야? 빨리나와."
"피곤해, 쉬고싶어요"
"이제 아예 이런건 안나오기로 한거야?"
"그냥요, 피곤해서 쉬고싶어요"

그가 말하는 이런게 뭔지는 명확히 모르겠지만, 글쎄.

매번 똑같을걸 알면서도 또 매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리저리 휘둘리며 심력을 소비하고 싶지 않아서.
이젠 피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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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시자, 애들 다 모였어"
"피곤해 쉬고싶어"
"자꾸 너만 빠질거야? 너빼고 다 모였단 말이야"
"미안해, 그래도 피곤하다."

그가 말하는 '모두'의 범주가 무엇인지 알고싶지 않지만.

굳이 '우리'라는 굴레를 만들고 그 안에 이것저것 엮어넣어 피곤한 의무감을 만드는 일따위 지나치게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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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훈씨, 인터넷 요금 연체가..."
"아, 죄송해요. 언제까지 넣어드려야 하죠?"
"blablabla"
"blablabla"

돈 버는 일에 매몰되어 사는 것처럼 재미없고 멍청한 짓도 없다며 유유자적 안빈낙도 가난한 삶을 살겠다며 큰소리만 빵빵. 정작 조금의 것도 놓지 못하고 가난한 삶따위 한순간도 견뎌내지 못할거면서.
돈을 벌어야지. 아,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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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모두 피곤하단 말로 전화기를 놓았지만, 어쩌면 저 피곤해의 의미는 다를수도 같을수도.
데모를하고 사람을 만나고 돈을 버는 일. 살아가는 모든 일은 피곤한 일.

관계 맺고 소통하고(그 대상이 무엇이든) 다시 헤어지고 후회하고 또 다시.
아,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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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경우, 사는 일이 힘들다는 말은 엄살이다. 어차피 그럼에도 살아갈 거잖아.
그래도 쉽게 넘길 수만은 없는 얘기들.

하지만 어차피 그럼에도 살아갈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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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da weatherman. 피곤한 주말에 주구장창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