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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취향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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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네 일이고 네 취향이고 네 문제이므로 내가 사사건건 시시콜콜 일일이 간섭할 이윤 없지.
라는 말은 사실 반만 맞는 얘기다.

난 사실 상대성이나 다원주의 같은 말에 절대적인 동의를 표하지 않는다. 그건 사실 다양성이라는 핑계로 상대에 대한 무관심을 합리화시키는 무책임이다. 분명 절대적이고 명확한 것들은 있다.

재작년 여름, 디워 논쟁이 한창일때 '그건 그들의 취향'이라는 보도를 휘두르며 디워를 비판 하는 사람들을 다양성도 인정하지 못하는 몰지각한 모리배로 치부하던 사람들이 있었다.(일테면 김규항같은. 쿨게이라는 '부정적인' 수사를 들었을때 제일 먼저 김규항을 떠올렸었다. 변희재 같은 듣보잡은 제외하자.) 모든걸 취향의 문제로 뭉뚱그리는건 판단을 둔하게 하기 십상이다.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전가의 보도는 기준을 짓이겨 모두를 게으른 소경으로 만들곤 한다. 분명히 디워는 손발이 오글거리는 졸작이었고 디워에의 열광은 싸구려 애국심 이상은 아니었다.

분명하고 명백한 것은 있게 마련이다. 디워가 싸구려 애국심에 기인한 C급 아리랑 뮤직비디오였다는 사실과 자본가들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현실과 소녀시대가 원더걸스보다 예쁘다는 사실은 절대적이고 명확한 것이다.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판단의 영역이란 얘기. 짜장이냐 짬뽕이냐를 두고 고민할때처럼 취향을 운운할 영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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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교육을 받아와서인지 21세기의 현대사회는 다원성의 사회임을 지나치게 인식하는 실수가 잦다.
다원주의에의 지나친 집착, 그러니까 취향이라는 말에 대한 지나친 맹신은 본질을 호도하게 만들곤 한다.
사람들이 취향에 의한 선택을 하는 동안그 선택의 과정에 있었던 수많은 사실들은 잊혀진다. 알량한 취향의 자유로 본질은 은폐되는셈. 취향껏 커피를 고르는 동안에도 남미의 커피농장 노동자들은 착취당하고 있지만,스타벅스 컵홀더는 컵뿐 아니라 자유로운 소비자의 눈까지 가린다. 그건 명백히 가짜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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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취향에 대한 얘기를 하냐면,
그건 네 문제야. 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기 싫었기 때문이다. 무책임하다.

소통이 될리 없다. 모든것을 서로의 취향의 문제로 돌려버리면. 싸움은 없겠지만 동시에 감응과 발전도 없어진다.
싫거나 좋거나를 분명히 하는 일은 귀찮고 피곤하고 에너지 소비도 많은 일이지만 동시에 건강한 일이다. 네 말도 네말도 맞다를 강조하던 황희정승은 사실 게으름뱅이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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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세상을 유지하는데 가장 우선되어야 할 덕목이겠지만
내것을 명확히 갖는 것은 세상을 나아가게 하는데 가장 필요한 덕목이겠다.
내것을 갖는 일은 곧 무지에서 벗어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