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선생은 안그래도 괜찮아요'에 해당되는 글 1건

단상


1.
이제 일한다. 뭐 잘.. 될거다. 응?

2.
그래서 당분간 조리사 자격증은 안녕. 계속 모래알로 밥해야겠다.

3.
이번주 한겨레21 커버스토리는 '진(중권)의 전쟁'. 재밌다. 근래 본 한겨레21중 제일 재밌는 듯.
진중권이 말을 밉게해서 문제지만, 딱히 틀린 말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 (공식입장은)사민주의자를 자처하는 그이지만, 사실 본질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미국식 자유주의자.라는 이택광 교수의 평에 고개를 끄덕끄덕. 하지만 한국사회처럼 상식도 합리도 없는 사회에서는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박노자, 김규항보다 더 급진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말엔 더 크게 끄덕끄덕.
단기필마로 이 무식한 사회에서 먹물의 소임을 다하는, 정치력따위 전혀없는 그는 어쩌면 무사. 그 중에서도 문파와 계보를 갖지 않고 홀로 정처없이 싸움터를 찾아다니는, 혹은 싸움터를 만들고 다니는 강호의 외로운 낭인무사. 그를 딱히 응원하지는 않는다. 원래 외로운 낭인무사는 응원하는게 아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강호를 유랑하다 어느 객잔에서 우연히 만나면 잘담근 죽엽청이나 한 주전자 배달해줘야지.ㅋ

4,
공감에 강허달림 공연을 보러갔는데, 어느 블로그에서 봤다는 2집음반 평을 얘기하더라. 듣으면서 '나랑 비슷한 평을 하는 사람이 많구나' 싶었는데.. 계속 듣자니, 아무래도 여기 들어왔다 간 것 같다.
깨달음은 앞으로 꼬박꼬박 김수현이나 유아인, 박민영, 신세경, 송중기 따위의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이 잔뜩 들어가는 글을 써서 그네들이 내 블로그에 들오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겠다는 것 쯤.
하지만 그동안 이 블로그에 제일 많이 등장한 이름이 김어준, 정봉주, 나꼼수라는게 함정.ㅋ

5.
한동안 '대화의 즐거움'이란 말을 생각했다. 대화가 즐거운 상대가 마땅치 않으니까.
그러니까 일테면 원피스를 얘기하면 나루토로 받아주고, 들국화를 떠올리면 김현식으로 이어주는 대화.
개떡같이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주는 호사를 바라지도 않는다. 개떡같이 얘기하면 못해도 개떡은 받아주는 대화.
찰떡같이 얘기했는데, '찰떡 맛있으니까 두번머거'이러고 앉아 있으면 귓방맹이 날아가는게 인지상정 아닌가.
뭐 여튼, 얼마전엔 대화가 즐거운 어느 후배랑 술을 마시다 비슷한 얘기를 했다.
난 그냥 대화가 즐거운 말벗 몇몇 외엔 다 싫다고 했더니, 이 친구는 끝까지 사람들에게 말을 걸겠다고 한다.
오호, 인격자다. 사실 삶이고, 영화고, 운동이고, 뭐시깽이고 본질은 그것인데 말이다. 끊임없이 말을 거는 것.
근데, 알면서 왜 이러니.

6.
프로야구 승부조작에 엘지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하여튼 안좋은 일에는 결코 빠지는 법이 없다. 일본 고교야구 만화 에이스 투수 간지를 뽐내던 박현준이 지목됐다. 본인은 아니라고 극구부인하고 있다니까 지켜봐야겠지만, 슬픈 예감은 틀린 법이 없으니까 왠지 불안하다. 이 기회에 야구와 엘지에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면 좋겠지만, 아마 안될거야. 젝일.

7.
저번에 충동적으로(!) 시작한 술집유랑기의 2편과 3편을 각각 반절 정도씩 써놓고 더이상 쓰지 못하고 있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냐. 그냥 쓸 말도 없고 귀찮은거지..ㅋ 자꾸 쓰다보니 한남동 시절 개골목 생각만 난다. 술집에 대한 얘기가 뭐 별다를게 있겠나. 결국 공간을 빌은 시간들에 대한 기억 얘기. 그렇다면 이렇게 저렇게 말도 일도많았던 그 할머니집 닭도리탕과 서비스 계란말이와 소주들이 가장 절절할밖에. 아, 개골목 가고싶다. 이젠 무슨 엄청 비싸보이는 수입 오도바이 가게가 된것 같던데.

8.
우리동네 편의점에서 주말 낮시간에 일하는 알바생은 참 친절하다. 이제 대학 2학년쯤 돼보이는 어린 여성.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명랑 쾌활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듯이 인사를 하고, 나갈때도 고개 숙여 인사한다. 덩달아 나도 반갑게 인사하게되는. 하지만 인사말고 그 외의 모든 부분에서 너무 서비스 정신에 입각해있는 모습은 보기에 마뜩찮다. 나도 편의점 알바 해봐서 알지만 그렇게 교육하니까 이 착하고 긍정적인(멋대로 성격파악 완료했음) 친구가 배운대로 일하는 것이겠지만. 편의점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서도 무릎꿇고 주문받는 알바생들 난 부담스럽고 민망하다. 그러니까 내 말은 114에 전화했을때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9.
휘트니 휴스턴은 죽었고 패티김은 떠났다(지만 1년동안 장기 투어 한다고) .
하지만 강허달림은 2집을 냈고 아이유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응?
늘 새로운 것은 있게 마련이고 다한 것은 떠나게 마련이다.
정해진 시각을 어김없이 지는 석양은  그래서 아름다운 것. 다시 또 떠오를 것을 아니까.
그런 의미에서 아이유 노래나. 슬픈인연. 이게 슬픈 노래의 거의 최고봉이다.
나는 가수다에서 장혜진이 부른 것보다 이게 훨씬 좋다. 이건 주관이라곤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올곧은 팩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