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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선거 단상

1.

영화 '잼 다큐 강정'에서 송강호 박사는 인도네시아의 한 해변에 떠내려온 번개표 형광들을 발견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계는 멀리 있는 듯, 떨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분절되지 않고 연결돼 있다.


2.

세월호 참사이후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다. 청해진 해운은 물론 해경을 비롯한 관료사회, 나아가 정권까지 그 분노의 화살이 몰아친다. 잊지않겠다고,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당연한 일이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하고, 사회와 세상을 이렇게 방치한 책임을 우리도 나눠가져야 한다. 그러나.


3. 

가끔 무엇을 잊지 않고 무엇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조금은 뜨듯미지근한 내 마음이나 행동들도 그래서다. 세월호 참사의 주범은 고작 박근혜정권이나 관료주의 따위가 아니다. 그보다는 박근혜정권을 만들어낸 힘, 관료주의를 유지시켜주는 힘. 생명보단 이윤을 더 중히 여기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그 힘에 대한 근원적 질문 없이 이어지는 애도와 분노, 슬픔은 그저 알리바이를 만들고 오늘의 무력함과 상실감을 외면하려는 노력에 불과하다.


4.

다시 세월호 참사를 맞지 않으려면 우리는 우리의 언어를 먼저 바꿔야 한다. 그리고 그 언어로 주조한 미래에 우리의 아이들이 살 수 있게 해야한다. 경쟁보단 우정, 이윤보단 생명, 체념보단 저항, 걸스데이보단 그래도 소녀시대 같은 언어들.


5.



인터넷을 기웃거리다가 저 짤방을 보고 식겁했다. 고승덕이 알려주는 공부법이란 제목으로 떠돌던데,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가 반찬먹는 시간도 아까워 비빔밥을 만들어먹고 하루 17시간을 공부만 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니까. 그 고승덕은 현재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해 꽤나 선전하고 있다.


6.

고승덕이 선전하는 이유는 아마 하버드니 최연소 3시 패스니 하는 그의 쟁쟁한 스펙들 때문이겠다. 교육을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한국사회에서 어쩌면 그야말로 교육의 승리자. (같은 보수 후보인 문용린 현 교육감은 지난 선거 유세에서 서한샘, 강성태 같은 사교육 업자들을 불러놓고 "조용히 공부 잘 시켜 서울대 보내는게 교육의 본령"이라는 발언도 했다.)


7.

그러나 경쟁자를 떠올리며 잠을 줄이고 고통을 이겨내 공부하는 세상을 방관하는 것은 세월호의 아이들을 잊지 않는 것도 가만히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도 한참 동떨어진 이야기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아마 규제를 줄여서라도 화물을 더 싣고, 책임감을 줄여서라도 비정규직 선원들을 뽑고, 업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구조를 조금 늦출 수도 있는 어른이 될 것이다. 지금의 우리들처럼.


8.

고작 대통령 따위, 도지사, 시장 따위 누가되든 상관할바 없다. (사실 정몽즙이 시장이 되는게 좀 끔찍해서 투표를 할 생각이지만) 그러나 교육감에게 주어진 권한은 이 사회 교육정책의 기조를 좌우지 할 수 있는 어마무시한 것이다. 전북과 경기같은 지역에서 (미약하고 성에차진 않지만) 교육개혁의 발화점들이 보이는 것이 그 증거겠다.

굳이 그람시를 들먹이지 않더라고 교육에서부터 시작하지 않고서는 세계의 헤게모니를 어찌할 방법은 없어보인다. 더구나 멀끔하고 간지나는 진보교육감이 들어선다면 그곳을 진지삼아 영역을 확장시켜 나갈 수도 있겠고.


9.

그러니까 원순이형한테서만 희망을 찾지 말고(사실 그 형님은 거의 당선느낌이던데.. 과연 몽즙이 아들 ㅎㄷㄷ) 교육감 선거에서도 좀 희망을 찾아보자는 얘기. 조희연 검색 ㄱㄱ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