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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느와르 - 할 말이 많아서 결국 하나도 하지 못한




## 구원. 여러 이름의

"하느님 아버지 제발 저를 구원해 주세요."

결국엔 머리에 권총을 당겨 뇌수가 흘러나와 손 발이 마비됐지만 맥은 여전히 뛰고 있어 방혈도 소용없었던 베르테르와 매일매일 내일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마리아를 닮은 소녀 모두 구원을 받았다.
다만 그 구원이 자포자기일지 희망일지는 바라보는 이의 손에 고스란히 남겨졌다. 십자가에 매달린채로 막을 내린 정원이의 연극처럼.

하지만 발신인 모를 편지를 전해받은 영수는 어쩌면 사랑을 잃지 않았을지도 몰라. 같은 희망.
그러니까 어쩌면 난 믿는 자일지도 몰라. 같은 희망.
나도 내일을 기다리며 살아 갈 수 있을지도 몰라. 뱃속에 예수를 품고. 같은 희망.


## 롱테이크, 문학, 구어체, 낭만

서울 시내를 관통할 듯이 달려가는 롱테이크,
잠시의 쉼도 없이 사랑얘기를 뱉어내는 선화,
쾨테와 도스토옙스키와 모차르트와 브레히트와 라캉의 언어,

불타버린 남대문과 수돗물이 흐르는 청계천과 폐허가 된 한옥집과 동방박사들이 사는 여인숙.
낭만을 잃어버린 낭만의 도시, 서울.


## 오마쥬

수원에서 멀지않아 오산 못가 있는 도시가 고향인 남자,
복수의 도구로 망치를 준비하는 남자,
꽃병이 도무지 맞지 않아 조카를 빼앗아간 괴물을 잡지 못해 서러운 남자.
그이 기타등등등. 

이 영화광의 못말릴 오마쥬와 패러디들.


## 정성일

러닝타임이 3시간 20분이라는 얘기를 듣고 친구와 
"다신 영화 안만드려고 한 편에 다 때려 넣었나보다"라며 낄낄거렸는데
아직 정성일 아저씨는 자기 얘기를 시작도 하지 않은 느낌이다.

카페 느와르는 영화광 중년의 영화와 문학 편력기.쯤일까.
지난 시간을 모두 돌이켜 자기를 만들어준 영화와 이야기와 이데올로기들에 대한 커밍아웃 같은거.


## 정유미

늘 그렇듯이 영화 선택의 가장 큰 이유는 여배우. 정성일이나 신하균 보다는 정유미가 가장 끌리는 이름이다.
5분정도 쉬지 않고 한 컷으로 서술(그렇다 그건 서술이다)하는 사랑이야기는 마치 곡예를 보는 듯, 눈 앞에 앉아 같이 수다를 떠는 듯. 눈물 닦아 주려고 손 내밀뻔 했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