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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 - 그래도 Let's Rock'n Roll

 

 

 

영화는 나른하고 통속적이고 신파적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좋게 얘기해줘도 좋은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그렇지만.

 

언제부턴가 영화의 이야기가 삶을 괴롭히지 않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그건 현실의 삶이란 언제나 고단하고 비관적이며 (적어도 오늘 날의 세상에는) 희망같은 것을 말하기에 너무 가혹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겠다. 그래서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통속신파극을 보고나서 늘 하는 말은 "결국 해결된 것은 없잖아"

 

사실 이경규 아저씨와 배우들(특히 류현경과 유연석)에 대한 팬심만으로 본 이 영화도 그랬다. 그래서 보는내내 투덜투덜. 마찬가지로 삶의 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 영화는 그저 해피엔딩으로 달려가고.

 

하지만 아무 개연성 없이 무능한데다 무책임하기까지한 남편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장면에서 문득.

 

삶이란 복잡다난하지만 또 동시에 다분히 통속적이며 신파적이기도 하다. 개연성 없이 누군가를 증오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용서하기도 한다. 하물며 반려자 혹은 가족이라면. (난 아직도 우리 부모님의 감정과 관계를 적절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삶의 문제란 종종 그렇게 미숙하게 봉합되고 사소한 계기로 해소된다. 거기다 그 해소란 것이 진짜 정답인지는 언제까지고 알 수 없다. 해결하지 못해 곪아터지기도 하지만 섣불리 해결하려 들다가 어긋나고 덧나 다치기도 한다. 그럼 어쩌면.

 

노래자랑에서 불러재낀 카스바의 여인 한자락이 지난한 삶의 고민들을 모두 해소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건 상관 없다는 뜻이거나 모든 영화가 거기에 가닿을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는 뜻이다. 다만 이 영화의 바람처럼 "이게 당신의 문제를 해소해주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쩌면 사소한 희망일 수도 있길 바라요"하는 마음.

 

 

고다르는 "영화는 현실의 반영보다는 반영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영화란 현실을 똑 떼어내 필름안에 박아넣는 것이 아니라 만든 이의 의식을 현실화 시켜내는 것.

 

요즘 무언가를 볼 때마다 극중 인물들의 고통을 대상화하며 즐거워했다. 좋아하는 어느 영화 감독의 "근래에 나오는 단편영화들이나 시나리오들에 대해 타자의 고통을 내면화하고 사유하는 과정없이 그저 소비, 전시하는 장르적 착취만을 가하고 있다"는 충고를 보고선 아 그렇구나. 싶었다. 그간 내 태도는 마치 삶의 정체를 응시하는 냉소적 관찰자 코스프레. 그리고 말한 것처럼 영화를 바라보는 태도는 곧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다.

 

타자의 고통을 소비하고 착취하면서 희망을 부정하는 것. 얼마전 예상치 못하게 갑작스레 끼적인 글쪼가리에서도 그랬다. 그저 괴롭히는데만 급급해서는.

 

더 폭넓게 사유하고 이해하고 응시하는. 그리하여 마침내 그럼에도 부여잡는 희망의 부스러기마저 포착해내는.

 

전국노래자랑이 그렇게 고단한 삶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그럼에도 한 줄기 희망을 부녀잡는 좋은 극본의 영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삶이란 그럼에도" 같은 건강한 마음의 미덕을 돌아보게 됐다는 것.

 

 

그러니까 말인즉슨, 나도 류현경 같은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