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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1. 나는 원래 자타가 공인하는 효리빠인데(나 무려 핑클 전집을 테잎으로 소장하고 있는 남자임) 요즘 효리누나가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다. 정치적 발언이나 소신행보 때문인거 맞다. 사실 돌이켜보면 그녀의 발언이 대단히 좌파간지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녀의 행보가 문소리나 김여진처럼 이 현장과 저 현장을 오가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뭣이 그녀에게 더 하악거리게 만드는 것이냐 묻는다면 그녀의 '태도'다. 일전에 동물보호활동을 하는 그녀가 가죽의상을 입고나와서 뭇매(이런 식상한 표현이 좋겠다. 그건 식상한 반응이었으니까)를 맞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녀는 변명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고. 배우고있고 더 많이 배우고싶다고. 이제야 관심이 생겼으니 조언해주고 격려해주면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이 솔직하고 단순한 얘기는 사실 쉽지 않다. 이런경우에 사람들은 일단 변명하거나 화내기 일쑤다. 정말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싶어하는 마음이, 그리고 그걸 솔직하게 드러내는 당당함이 이 누나에게 더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누나가 서른을 넘길즈음부터 보여오던 모습들이 워낙에 신뢰를 갖게하는 모습들이었지만 요즘 완전 하악모드랄까. 예전엔 '효리꿈'이라고하면 '효리랑 연애하는 꿈'이었는데, 얼마전에 꾼 '효리꿈'은 무려 이 누나한테 상담받는 꿈이었...ㅡㅡ;;;

2. 모든 엘지팬들의 습성은 일단 7월쯤되면 의기소침해지다가 9월쯤엔 야구를 끊고 11월부턴 댓글도 안다는 은둔형열독자로 스토브리그 소식을 접하다 거물 FA나 용병을 건지면 엘레발을 쳐주다 시범경기와 시즌초반까지 돌풍의 핵으로 사는 것의 반복이다. 한 10년간 그래왔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20년차 엘지팬인데내 팬생활의 절반을 그렇게 보내다니.. 다만 올 해는 뭔가 다르다. 일단 FA를 안데려오고 전력 보강이 없다. 누수 또 누수만 있을뿐. 하지만 예년과 다르다는 이유로 뭔가 될 것 같단 마음이 들다니 이젠 나를 포함한 엘지빠들은 단체로 정신감정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것 같다. 엉엉엉

3. 요즘 탕수육들은 찹쌀이니 소고기니 사천이니 하는 말들을 앞에 붙이고 뭔가 특색을 시도하는데, 가끔 동네 중국집, 그러니까 일품향이나 북경반점따위의 이름을 달고있는 중국집의 고기와 튀김옷이 정확히 5:5비율을 이루는 탕수육이 땡길때가 있다. 그런 탕수육은 이사하는 날 바닥에 신문지 깔고 목장갑끼고 짜장면이랑 같이 먹어주는게 간진데. 아님 학생회실 바닥에서 이과두주 안주로 아껴 호호 불어먹거나. 어쨌든 이시간에 배고파서 갑자기 탕수육 생각이 났다고.

4.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다 '완경'이란말을 했더니 전혀 알아먹지를 못하더라. '폐경'이라고 말해줘야 알아먹는. 일상의 언어들이 갖는 폭력성을 경계해야 한다. 폐경은 여성의 월경이 끝나는 일을 상실의 의미로 표현하는 언어다. 완경은 월경이 끝나고 여성으로서의 삶의 전반기를 완성하고 또 다른 삶으로 나아가는 의미를 지닌다. 이것 뿐 아니라 일상의 언어에서 인식하지도 못하는 폭력성(젠더의 문제인 경우가 가장 많지만 그 외에도 무수하다)을 예민하게 인지하고 고쳐가야한다. 사실 그것이 진보의 알파고 오메가다.

5. 술이 세지는 느낌이다. 어느 날 갑자기. 마치 임독양맥과 생사현관을 타통해 반로환동 환골탈태하는 느낌이랄까. 이제 다 덤벼라. 내가 제일 잘먹어.

6.


돌아다니다 발견한 짤방.
에휴 말을 말자.

요즘 가끔 이런 심정일때가 많아. 라고하면 엄청 건방져 보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