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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은밀하게 위대하게. 

1.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때부터 그랬지만 장철수 감독은 영화를 잘 찍는다. 말인즉슨 김봉남도 은밀하게도 모두 이 영화가 내보여야 할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있다. 는 것.

2. 은밀하게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김수현이다. 김수현은 또래의 남자배우들 중 특출날 정도로 영민한 연기를 해내고 마찬가지로 특출나게 아름답다.

3. 지난 해 늑대소년 개봉당시 이후 영화관에 가장 많은 여성관객이 몰려드는 것을 봤고 몇년만에 처음으로 멀티플렉스에서 영화가 매진돼 두시간 이상을 기다려봤으며 늑대의 유혹 이후 처음으로 영화관 안에서 비명소리를 들었다. (괜찮다. 나도 비명 지를 뻔 했다. 어후. 그리고 같이 본 우리 엄마는 비명을 질렀다. )

3. 간첩, 바보, 꽃미남, 야오이, 슬랩스틱, 가족애. 까지. 오락영화의 흥행요소들을 전부 버무려놓은 영화는 그럭저럭 볼만한 수준에서 흘러가고 다시 강조하지만 그건 김수현의 압도적인 매력과 그를 표현해 낼 줄아는 감독의 역량 때문이겠다. 

4. 다행인지 나는 이 영화의 원작 웹툰을 보지 않았다. 

5. 두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하다. 제 멋대로 반전이라고 우겨넣은 장치들은 유치하다못해 조악하고 지루하다. 개연성 없는 줄거리도 흥미로웠던 것은 캐릭터들의 매력 때문이었으나 김수현과 이현우가 억지부리고 납득도 안되는 인물로 돌변하자 영화 전체가 힘을 잃는다. 감정은 과잉하고 더불어 연기도 과잉한다. 한 씬을 십분가까이 끌어버리는 그 아연실색할 편집은 또. 난 무슨 타르코프스키인줄 알았다. 

6. 감독이 영화의 장르가 무엇인지 순간 착각한 듯한 후반부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럭저럭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미친듯한 흥행돌풍의 이유도 납득할 수 있을만큼, 오락영화의 미덕은 충분하다. 

7. 손현주, 고창석, 주현, 홍경인 같은 좋아하는 배우들이 잔뜩이지만 이네들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주지 '않은' 것은 또 서운함. 그렇다 그건 살려주지 않은 것. 사실 씬 스틸러가 많을수록 영화는 산으로 가는 법이니까. 

8. 다 해야 예닐곱 씬밖에 안나온 박은빈은 엄청 아름답다. 내가 박은빈이 만 15세일 때부터 알아보고 찜해놓은 매의 눈. 근데 왜 구암허준 같은걸 찍고있냐 말이지. 

9. 영화에 나오는 동네를 보면서 엄마랑 저 동네 엄청 좋다고 얘기했다. 동네사람들이 같이 삼계탕을 끓여먹고, 어른들 심부름으로 멸치똥도 따고, 밤중에 애가 없어지면 온동네 사람들이 찾으러 다니고, 외상으로 산 담배를 슈퍼앞 평상에 앉아 피우는. 그런 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