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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1.
생명의 가치를 지키자던 수녀님은 체포되고, 국가보안법은 애먼 청년을 구속했다. 어떤 노동자는 제 몸에 불을질러 결국 목숨을 잃었고, 며칠 후는 국가권력에 의해 도심 한복판에서 불타죽은 이들의 3주기다. 심지어 그 아들은 살인죄로 수감중이다. 30년 전쯤의 얘기가 아니다. 이게 2012년 대한민국의 살풍경이다.
이런 일들은 고작 대통령 때문에 발생했거나 저 간악한 미제의 간교나 초국적 기업들의 악랄한 신자유주의 수탈 때문이 아니다. 당신과 나의 탓이다. 수전손택은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가난을 부추긴다고 애기했다.
당신과 내가 알게모르게 좇고있는 성장과 성공의 신화, 모르는 척 소비하는 수천억배럴의 시체썩은 기름들, 알량한 연민의 눈길이나 몇 시간의 '봉사'로 만족하는 허위와 허식이 사실은 이 모든 일들을 부추기고 있다.
할 일은 보일러를 끄고 긴팔 내복을 갖춰입는 일, 주식시세표, 부동산 시세표, 뉴타운 예정지, 처세술, 재테크, 알량한 자기계발서를 내던지는 일, 조금 더 가난해질 일.

2.
요즘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사람들이 멍청해'
세상의 온갖 부조리들이나, 맹목적 신앙으로 이성을 잃은 종자들이나, 세상일에 관심이 없다며 자기는 마치 세상밖에서 살아가는 양 히히덕거리는 모질이들이나, 아직도 원더걸스가 소녀시대보다 예쁘다는 미학적 맹인들을, 그러니까 스스로 '대중'이라 부르는 치들을 보면서 늘 '멍충이!!!'라고 말한다. 그걸 지켜보던 어느 후배가 이르길,
"형은 여전히 사람들한테 많은 희망을 갖고있나봐요. 역시 빨갱이."

이거 뭐 이러다 훈민정음이라도 만들 기세.ㅋ

3.
요즘 유행인 인디언식 이름짓기. 내 이름은 '지혜로운 태양의 죽음'
이건 주사파의 몰락을 예언하는 이름 아니냐며.. ㅎㄷㄷ
이름이란건 정체성의 발현이다. 서술형의 이름, 자연에 자신을 투영하여 그 지혜를 빌리려는 자연친화적 사상은 현명하고 아름답다. 지금 이런게 유행인것은 어쩌면 도무지 삶의, 자기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이들의 유희일지도 모른다.

덧붙여, 인디언이라는 말은 틀렸다. 그건 아메리카를 인도로 착각한 어리석은 유럽인들의 언어. 타자화된 언어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정확한 표현.

4.
며칠 전 하이킥에 신세경이 나온 에피가 좋았다. 3시즌의 몇몇 에피에 나타난 지난 시즌의 흔적들을 보면서 김병욱 감독이 결말에 쏟아진 질타에 신경질이 좀 났었겠단 생각을 했었는데, 타히티가 아니라 타이완으로(이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태평양의 작고 낙후된 섬나라가 아니라 최첨단을 달리는 아시아의 중심으로 떠난다는 점.) 무사히 떠나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경이의 편지는 그 질타들에 대한 대답같기도. 아니면 던져주는 떡밥같기도. 옛다 먹고 떨어져라.ㅋ
여하튼 다시 불꺼진 주방에서 곰국을 끓이는 세경이를 보자니 마음이 을지문덕. 저 친구는 어린나이에 어떻게 저런 얼굴을 할 수 있을까. 하긴 TAKE5 뮤비에서도 저런 얼굴이었던거 같다. 눈물나는 얼굴.

5.
요즘은 역시 아이유.
사실 아이유 이번 앨범은 지난 내 멋대로 올 해의 음반 선정에서도 고려했던 수작. 삼촌들이 그저 귀엽고 깜찍하기만해서 예뻐하는게 아니다.ㅋ 그녀는 훌륭한 목소리와 감수성을 가진 흔치않은 보컬이다. 3단고음보단 낮은 음역대의 담담한 노래들이 사실 더 그녀에게 어울리는데. 그나저나, 김광진에 윤상이라니. 이번 앨범은 삼촌들의 그녀에 대한 조공.

난 노래든 연기든 글이든 살아가고 자기안에 쌓여있는 만큼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노인들의 노래와 연기를 더 좋아하는거. 하지만 이렇게 어린 친구가 그걸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모습이, 거기다 자질까지 갖춘 예쁜 소녀의 모습이 좋은건 당연한 일이다. 굳이 최고로 잘나가는 가수가 아니어도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가 되고싶다는 말이나, 공부를 못해서 대학엔 못가지만 대신 작곡 공부 열심히 하겠단 다짐, 이 당연한 얘기들을 칭찬해 주는게 더 부담스럽단 말. 그건 삶의 태도다. 삶을 건강하게 바라보는 태도. 그리고 덧붙여 열심히 책을 읽고, 알랭 드 보통을 읽는 중이라는 인터뷰 기사를 봤을 때 더더욱 호감. (소시의 서현이도 처세술책 말고 이런걸 읽으렴)


IU - Last Fantasy

5.
컴퓨터를 너무 함부로 썼더니 버벅거리는데다, 결정적으로 키보드의 스페이스바와 엔터키가 이빨 빠지듯 빠져버렸고, 이물질이 많이 들어갔는지 잘 안눌리는 키도 있고, 시프트키도 말썽이다. 덕분에 오타작렬.
교훈은 컴퓨터 앞에서 담배도 피우지 말고  뭐 먹지도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