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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에, 2009년 올해의 음반

1.

세밑의 즐거움 중 하나는 여러부류의 술자리에서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이다. 물론 다음날의 숙취와 가벼워지는 지갑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긴 하지만.
주말, 용감하게도 두 군데의 송년회를 마치고 떡실신 직전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 길가에 앉아서 한참을 피식거렸다.

교육이니 정치니 경제니 하는 말들의 홍수를 만들어내던건 세상이 말하는 소위 명문대에 다니는 친구들이었다. 그들이 무장한 저마다의 논리와 학식은 거창했고 대단했다. 이상이니 현실이니하는 말들. 노동이니 소외니 가치니 맑스니 케인즈니. 옆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까지 힐끔거리게 만들 화려한 말들의 향연.

그러나 정작 고개가 떨궈진 곳은 휴일인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 친구들의 어쩌면 소소한 이야기들. 생의 최전선에서 손에 기름을 묻히며 일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의 언어들. 논리니 이론이니 다위 하나도 모르지만 정작 굳세게 현실에 발을 박고 내일을 또렷하게 응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었다. 
 
그것은 그런것이겠다. 노동의 가치니 평등이니 이상이니 하는 것들은 책속이나 말들에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 그런 것들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니까.

삶을 살고 있는 위대함.


2.

세밑이라면 역시 결산.
온갖 곳들에서 다들 결산을 해대는데 난 딱히 없으니, 올해의 영화 / 음반이나 결산해볼까.
올해는 딱히 영화도 음반도 소원해서 많이는 안되고 한 다섯 개씩만.

당연히 순위따위는 없지만 먼저 생각나는대로 썼으니 깊은 인상 순이라고 볼수도.

음반.


브로큰 어스 블루스 밴드 - Blues Of My Soul



버클리에서 공부한 수재라고 해서 재미없고 공감안될 얘기들이 지루한 노래를 생각했는데, 웬걸.
적당할 만치 우울하고 적당할 만치 재미있다. 부담스럽고 억지스럽게 희망을 말하지 않아서 더 좋은.


장기하와 얼굴들 - 별일 없이 산다



작년 쌈싸페에서 처음 보고선 찜뽕해뒀었는데, 어느새 완전 아이돌이 됐더라능.
생활의 언어를 그대로 가져와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가사는 그들의 가장 큰 매력.
왠지 이런밴드는 독점하고 싶은데. 심지어 장기하는 잘생겼잖아.


김창완 밴드 - Bus



산울림과 세상에 동접한 시기가 분명히 있었는데도 그들을 놓치고야 말았다는건 아주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김창완 아저씨가 계속계속 노래를 불러주면서 놀아주는건 그 자체만으로도 신나는 일인데, 이런 앨범까지 내주시니 그저 감읍할 따름.

신곡이 5곡밖에 없어서 초큼 아쉽지만, 그래도 김창완.


오소영 - A Tempo



기억상실 이후로 한참이나 소식없이 지내던 언니의 조용한, 그러나 분명한 복귀.
담담하지만 인상적인 목소리, 거창하지 않지만 깊은 이야기들.
악악악.
ps. 공감에서 무려 공연에 당첨됐지만 가지 못했다. 악악악.


서울 전자 음악단 - Life Is Strange



신중현의 아들들.로만 생각하고 있었음이 미안해지는 앨범.
'서울의 봄'같은 경우는 왠지 '완성'이라는 느낌마저도.
이렇게 본좌는 탄생해가는구나.


루시드 폴 - 레미제라블



마치려다가 며칠전에 나온 이 앨범이 눈에 밟혀서.
좋은 것과 재미있는 것은 분명히 다르니까.
분명 루시드 폴의 좋은 노래와 좋은 메시지는 재미없다.
'사람이었네'같은 오글거림이 이젠 여기저기 도처에 도사리고.
착하고 똑똑한 형의 좋은 노래에 심술이 돋는건 답답하기 때문일까.
사이좋은 사람들에게 부러 브로큰 어스 블루스 밴드의 노래와 붙여 들려주는건 같은 마음.


영화.


도 쓰려다가 시간이 벌써 어익후. 영화는 다음에 해야지.
이게 무슨 짓이람. 돈주는 것도 아닌데.

3.

날씨가 춥고 눈이 내린다. 감기 조심하라고 사람들 걱정해주다 정작 나는 된통 감기에 걸렸다.
글루 와인이니 유자차니 병원안가고 감기약 안먹겠다고 쌩쑈중이지만 내일까지 이러면 약 먹는 수밖에.
감기조심합시다.




브로콜리 너마저 - 유자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