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해당되는 글 2건

'밥은 쌀로 짓는다' 수준의 당연한 이야기지만

1.

2002년에 노무현 당시 대선후보가 우리동네에 유세를 왔을 때 난 맨 앞에 앉아있었다. 거기서 그는 "반미면 어떻고 친북이면 어떻냐 노동자 농민, 서민들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농민의 아들이다"라는 말도.


어린 나이였지만 그 말이 그렇게 인상적이었다. 난 희망돼지도 보냈고, 지지의 편지도 썼고, 노사모도 가입했다.


2.

다음 해, 수시시험을 보려고 갔던 어느대학에서 칸쿤에서 돌아가신 이경해 열사의 분향소를 봤다. 조금 어리둥절했다. 그는 '농민의 삶'을 위해서 목숨을 끊어야 했다.


3.

대학 새내기 시절에 했던 세미나 중 가장 격렬했던 토론은 이라크 파병에 관한 토론이었다. 이후 노무현 정부는 남의나라 침략전쟁에 군대를 파병했고, 부안에 핵폐기장을 지으려고 했다. 부평에서, 포항에서, 여의도에서는 노동자와 농민들이 죽어갔다. 노동자와 농민을 위해서라는 말을 하던 이가 대통령인 정부에서 노동자와 농민을 차례로 죽였다. MB정권을 살인정권이라 부르지만, 사실 노무현 정권에 죽은 노동자가 훨씬 많다. 노동자 농민이 잘사는 세상을 약속했던 그는 어느날 "더이상 죽음으로 항거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얼마전부터 지금까지 떠들썩했던 한-미 FTA도 노무현의 작품이다. 4대 선결조건에 스크린쿼터가 포함됐을 때 "영화인 여러분 자신없습니까?"라고 말했었던가.


4.

그리고 그는 대추리에 군대를 파병했다. 대추리에 모여있던 주민들과 신부님들과 평화활동가들과 농민들과 학생들은 '적군'이 됐다. 전장에서 적군을 포박하는 것처럼 사람들을 포박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도해야했다. 그 날 여러사람이 광주를 떠올렸다.


5.

노무현에게 다시 편지를 썼다. 희망돼지를 돌려달라고. 당신에게 걸었던게 희망이 아니었음을 알았다고.


6.

대학도 나오지 않은 시골 촌부의 아들이 대통령이 되면 세상이 조금은 평등해질거라고 생각했었다. 그건 대기업 사장 출신의 경제인이 대통령이 되면 경제가 나아질거라고 생각했던 일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7.

청렴하고 깨끗해 '보이는' 기업인이 대통령이 되거나 '가장 훌륭했던 것으로 생각되는 대통령'의 유산을 물려받은 이가 대통령이 된다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거나 '변절한 노동운동가'가 대통령이 된다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도 아니다. 


8.

주체의 문제다. 더 행복하고 싶고 '잘' 살고 싶다고 여기는 주체 개개인의 문제다. 모든 이가 정치주체가 되고 경제주체가 돼야하는 일이다. 대통령 한 명 잘 뽑아서 세상이 나아질거라는 믿음은 어느 으슥한 골짜기에서 무림기서를 얻어 천하제일 내공의 검객이 되겠다는 심보와 다르지 않다. 사실 이건 그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9.

잘되도 니 탓, 안되도 니 탓이라는 태도는 아주 편하지만 비겁하다. 민주주의란 원래 귀찮고 어렵고 성가신 일이다. 엄청 훌륭한 제왕이 다스리는 나라가 어쩌면 가장 태평성대를 이룰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하겠다고 그 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다면, 그 민주주의 하겠다고 이토록 치열하게 떠드는 것이라면, 그 성가심과 귀찮음 정도는 감내해야한다. 


10.

그리고 공부하고 읽고 생각해야한다. 끊임없이 죽을 때까지. (너는 그러고 있냐.란 비난은 듣지 않는걸로.ㅋ) 보다 실체에 가까운, 보다 정의에 가까운, 보다 행복에 가까운 선택을 위해서는 말이다. 여기서 선택은 투표, 선거에만 국한하는 말이 아니다. 선거는 어디까지나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


11.

여튼 쓸데없고 안어울리게 긴 글의 요지는 '안철수의 생각' 살 돈 있으면 참세상을 후원하라는 것 입니다. 아니면 여기저기 엄청 많은 장투사업장에 연대기금을, 그도 아니라면 희망식당에서 나한테 밥 사달라는, 30일부터 시작하는 제주 평화 대행진에 단돈 2만원 내고 참가하라는.


덧,

이걸 페이스북에 먼저 올렸었는데 선배가 댓글로 좋은 구호를 하나 달아줬다.

"우리의 지도자를 바꾸지 말고 우리의 삶을 바꾸자"

 

괜히 선거평가

괜히 동해서 선거평가.

1. 설레발치던 야권연대는 참패. 정권심판은커녕 지들이 심판당했.. 결국 정책적 차별성을 보여주지도, 인적 쇄신을 해내지도 못한 채 무조건 '우리도 나쁘지만 쟤들이 엄청나빠' 프레임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증명 한 선거. 대선때 뭐라도 하고 싶다면 분노나 원망보다 일단 반성을. 하지만 그거 절대 못할거라는 걸 알기때문에 기대도 하지 않는다. 이대로면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맞이 할 수도 있을 듯?ㅋ

2. 통합진보당은 민노당 시절부터 지켜오던 동남권 라인을 상실. 울산에서도 창원에서도 거제에서도. 남은건 관악, 노원 같은 민주당이 던져준 떡밥. 이제 확실한 민주당 2중대로 자리잡았다. 예전엔 노동당 2중대, 지금은 민주당 2중대. 2중대 밖에 할게없는 당인가보다. 이로서 한국엔 노동자 정당이 사라졌다.

3. 진보정당의 개박살. 진보신당은 1%, 녹색당은 0.4% 정확히 92년으로 회귀했다. 백기완선생이 92년 대선에서 1.5%받았다고 했었나.

4. 하지만 괜찮다. 진보신당은 21만명이 넘는 이들에게, 녹색당도 10만에 가까운 이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비정규직 철폐와 탈핵과 생태주의와 인간적 삶의 복원에 동의해주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언제 한번이라도 쉬운적 있었나. 김순자 아줌마가 더욱 힘을 불끈내주길, 김종철 선생님이 더 중요한 얘기를 좀만 더 쉽게 써주시길, 언젠간 그 문건에서나 보던 적녹동맹이 이루어지길 기대할 힘이 생겼다.

5. 오타까지 배낀 문대성과, 제수를 성폭행하려던 개새끼까지 당선됐다. 뭐 그렇다는거다. 이 정도로는 멘붕따위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을 6명이나 죽인 김석기가 출마 할 수 있는 사회에서 저정도 쯤이야 뭐.

6. 그래도 이게 사는건가

7. 선거운동한답시고 쌍차 분향소에 조문도 안간 자칭 진보정당이지만, 한일병원 노조와 쌍차, 홍대, 재능, 강정, KEC 그밖의 모든 폭력에 저항하고 있는 곳에 힘이 될 수 있길 바란다.

8. 정진'후'는 어떻게든 당선이 되는구나. 정진'우'를 바랐지만.

9. 난 처음으로 대한민국 0.5%가 됐다. 뭐 나름 뿌듯해.

10. 자세한건 내일 기사에서....물론 선배들이 쓸거다.ㅋ

11. 이 사진은 마음이 짠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