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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폭력


"상습 아동성폭력범 화학적 거세 필요"

나영이 어머니 “관심도 후원도 사양할래요”


분노 할 일이다.
성범죄의 대상이 점차 어린, 약한 여성에게로 집중되는 일과 사회적 공분과 슬픔에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범죄 예방에 대해서 분노 할 일이다. 그러나 분노하는 일이 양형을 늘리고 처벌을 가혹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서는 안된다. 그건 분노가 아니라 분출에 가깝다.

성범죄가 일어난 후에 가장 중요시 해야 할 일은 피해자가 다시금 건강을 되찾아 피해를 극복하고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피해자의 상황과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분노를 분출하는 일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사태에 과연 어떤 도움일까 고민해 봐야한다. 오히려 2차 피해로 번질 우려가 더 크다. 생각해보면 이후를 살아가며 받을 부담스런 사회적 관심(이라고 쓰고 낙인이라고 읽는다)이  범행당시의 충격보다 덜하다고는 결코 말 할 수 없다.

사형이니 거세니 하며 떠들어대는 일도 마찬가지다. 고결하게 가해자의 인권을 운운할 만큼의 깜냥은 아니지만 그것이 과연 무슨 의미일까 정도는 의심해 볼 일이다. 범죄는 양형이 가벼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툭하면 사람을 죽여 없애는 중동이나 가까이는 북쪽나라에서도 성범죄는 빈번하다. 아동 성범죄에 가장 민감하다는 미쿡에서도 아동 성범죄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인민재판 하듯이 모여다니며 죽여라를 외쳐대는 군중들의 폭력성이 더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건 차라리 광기(狂氣)다. 자신의 정의감을 과시하며 만만한(?) 가해자를 향해 던지는 돌은 평소 발로하지 못한 자신의 폭력성을 공인된 대상에게로 향하는 광기와 다를 것이 무엇이겠나. 그들의 폭력적 분노는 '가해자'란 이름을 갖게되며 동시에 더할나위 없는 약자가 되어버린(이래서 무조건 약자가 옳다고 얘기하긴 어려운 것)이에게로 쏟아진다. 약하고 어린 여성에서 행하는 폭력과 사뭇 닮지 않았나. 라는 불온한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분노하여 사태를 올바르게 다잡는 일과 다만 현상에 천착해 욕구를 분출하는 일은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다른 일인걸 명심해야 한다.

병을 치료하는 일은 통증과 원인을 동시에 제거해 나가야 옳다. 통증을 줄인다며 진통제만 고집하다간 병을 키우기 십상이고 병의 원인을 고친다며 통증을 무시하다간 병보다 고통에 먼저 상할 수 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부당하고 끔찍한 일에 분노하고 소리치며 같이 울고 흥분하는 일은 표면을 달래는 진통제 같은 것이다. 분노할 일에도 분노하지 않고 눈물 흘리지 않는 사회와 사람은 죽은것과 진배 없기 때문이다.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는 일은 병의 원인을 찾는 것이다. 분노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폭력을 처벌하는 일보다 애초에 폭력을 없애는 일이 더욱 현명하고 근원적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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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사족을 덧붙이자면, 나는 사형이니 거세니 하는 방법들이 과연 가당키나한 얘기들인가 의심한다.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일]이 논리적으로 함당한가하는 의문도 의문이지만, 과연 그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집행하는 이들 또한 사람이 아닌가말이다. 무엇이 있어 누구에게 사람을 죽일 권리를 주었을까. 법전 몇쪽 외웠다고, 고작 몇 표 받아 선거에서 당선됐다고 사람이 사람을 죽일 권리를 부여받는건 아니다. 처벌은 징벌보다 교화에 더 큰 목적을 두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