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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1.
온몸이 꼬이고 꼬인 뒤에 제 집 처마에다 등꽃을 내다 거는 등나무를 보며, 그대와 나의 관계도 꼬이고 꼬인 뒤에라야 저렇듯 차랑차랑하게 꽃을 피울 수 있겠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것. - 안도현, 삶의 비밀

안도현은 좀 오글거리는 것 같아서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 아침 귀갓길에 갑자기 '삶의비밀'이란 말이 번뜩 떠올랐다. 뭐 이유가 있나, 갑자기 떠오른 말에. 도대체 이게 무슨말이냐 생각하다가 난 검색이 생활화된 N세대(?)이므로 구글링, 안도현의 글줄을 발견했다. 뭐 그냥 그렇다고. 난 술은 마셨지만 취하지 않았으므로, 그러니까 이건 헛소리인것.
2.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08년의 촛불에서 사람들은 거대한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었다. 물론 나도. 다중지성과 창의적인 실천력, 저항의 기억들이 합쳐져서 '대중'들이 계급적, 정치적 각성에 한발 다가설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촛불은 패배하고 아무것도 바꾸지도 바뀌지도 못했다. 그리고 3년, 사람들은 그때와 혹은 그 이전과 똑같아 보인다. 여전히 노빠로 대변되는 깡패들이 설친다. 이제는 박원순.안철수빠로 바뀌었지만. 그들의 광기를 호출해내는 주술사들도 있다. 김어준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주문은 반지성이다. 이 소모적인 놀이의 유행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한다. 대중은 절실한 계급적 각성도 정교한 정치적 각성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못하는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놀이의 기억에 존재하는 틈새에 스미는 희망을 믿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희망을 믿으려는 노력이다. 냉소와 절망으로는 아무런 것도 해낼 수 없는건 명확한 일이니까. 오늘의 놀이와 내일의 놀이 사이에 존재하는 그 아주 작은 차이와 틈새. 그것이 우리가 얘기하는 느리고 확실한 작은 걸음. 그 희망에 걸어야한다. 노력해야겠다.

3.


자기회사의 문제도 1면에 실어버리는 이 패기. 이것이 언론이다.

4.
어제 마신 술이 문제인가, 배탈이 났지만
또 생각나는 술술술. 이거 이제 좀 무섭다.

5.
녹색평론이 20주년을 맞았다. 기념으로 학교후배들 보라고 학생회실에 정기구독을 시켜.......주고싶지만 난 담뱃값 마련도 잘 못하는 백수 날거지. 이런 책이 있다며 슬적 추천해줘야지. 나꼼수 같은거 듣고 낄낄거리거나 학생회실에서 여자연예인들 시스루룩에 하악거리는 일 말고도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 얼마든지 있단다.

6.




조동희 언니의 1집 앨범.
올해는 정말 기다렸던 음반들이. 조동희라니.
이 언니 도대체 몇 년만이야.

소리 지르지거나 울지않고,
일부러 행복하라거나 슬프라고 강요하지도,
자기가 제일 불행하다고 징징거리지도 않는 노래.

++
누구든 내게 다가와 내얘길 들어줘
휘청이는 이세상속에 혼자하던 노래
지친 나의 맘에 귀를 기울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