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안주는 골뱅이가 최고. 나초 보고있나?'에 해당되는 글 1건

단상


1.
새 해다. 멋있는 척하려고 날짜를 만들어 따지는일 따위 모두 인간들의 언어이지, 시간은 그저 도도히 흐를뿐 특별하지 않은 날도, 특별한 날도 없다는 말을 뱉은 적도 많지만. 새 해가 설레는건 마찬가지고 당연하다. 하루하루가 새롭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니 이렇게 특별한 날의 힘을 빌어서라도 새로워져야지.
한 살 더 병신이 됐다는 자학도 하지만, 사실 병신이고 싶지는 않다. 올 해엔 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2.
더 예쁘고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 그 말이 모두 진심인 사람, 아는 것이 많지만 알고싶은 것이 더 많은 사람, 세상에 겸손하지만 또 세상에 주눅들지 않는 사람, 허세도 자학도 하지 않는 사람, 자기를 팔 만큼 가난하지도, 남을 살 만큼 부유하지도 않은 사람, 노래를 부르고 시를 읽는 사람, 낙관하지 않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 폭력을 거부하는 사람, 남을 향한것도 나를 향한 것도 폭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 관찰력이 좋아 머리모양의 변화를 금세 알아맞히는 사람, 길을 걷다 발 밑의 꽃을 밟지 않는 사람,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 눈이 쉬운 글을 마음에 어렵게 써내리는 사람, 늘 냉장고에 음식을 남겨놓는 사람,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

3.


새해맞이 연회 With 모친.
삼겹살과 소주 만찬에 이은 골뱅이무침과 맥주.
삽겹살 먹고 남은 쌈 채소를 몽창 때려넣어 부족한 섬유질을 충당하고, 떨어진지 몰라서 미처 준비 못한 소면은 라면사리로 대체. 충분히 맛있었다. 역시 요리는 도전, 쏘울, 인간미, 융통성.

4.
"마무리에 재미있으면 올 해도 재밌었던거야"
"새 해맞이가 재미있으면 내년도 재밌겠네?"
"당연하지, 술잔 비었어"
 
엄마는 늘 지혜롭다.

5.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 행복한 2012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 사실 2012년에 지구가 정말로 멸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더이상 삶의 이유를 찾는 일, 사실 귀찮았거든요. 다만 나 혼자 죽으면 주변에 대한 민폐일지도 모른다는 시덥지않는 그런 생각을 했으니, 차라리 지구가 멸망한다면... 같은 그런 마음이었어요.

술이 조금 올라서 그런건지 다만 더 살면서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겠단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 모두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행복하고 싶습니다.ㅎ

6.


올 해의 첫 곡은 내가 찾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