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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1.
난생처음으로 당원가입을 했다. 녹색당원이다.
난 정당정치에 회의적이지만 그것은 오직 권력획득만을 지상의 목적으로 하여 개개의 정치주체를 타자화 시키는 기성의 정당들. 나아가 스스로 진보정당, 좌파정당이라 칭하면서도 그들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정당들과 '그들의 정치'에 대한 환멸이고 회의다.
권력보단 가치와 진보에 방점을 찍는 정당에 대한 기대는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반정당적 정당'에 대한 김종철 선생님의 고민에 동의한다.

여하튼 이번에야 알았는데 5개도시에서 각 1000명 이상씩, 5000명의 당원을 갖추지 못하면 정당으로 발기하지 못한다고 한다. 부랴부랴 고정수입도 없는 주제에 가입한 이유다. 딱히 지지 정당이 없다면 당 가입을 고민해주시라. 우리 사회도 변변한 녹색당을 가져볼 때가 이미 지났다.

2.
한겨레21 ; 19세 미만 청소년들은 보지 마시오

'폭력을 가르치는 만화'라는 말에 헛웃음을 짓지만 사실 씁쓸한 일이다.
폭력을 가르치는 것은 교실 안과 밖에 존재하는 모든 폭력들이다. 그 폭력을 받아들이는 일과 행사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또 그 폭력 자체가 다시 폭력을 잉태하고 대물림한다.
만화가 폭력을 가르친다는 말은 틀렸다. 다만 이것은 폭력을 가리킬 뿐이다. 가르치는 것과 가리키는 것의 차이도 모르다니, 학교에서 폭력말곤 배운게 없나보다.

3.
가슴응원 운운해서 뭔가 봤더니 또 나꼼수고 정봉주다.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통해 성적 환상을 유도함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은 여성을 오직 성적 대상으로만 삼는 일이다. 그것은 여성을 엄연한 정치주체로서 인식하지 않고 타자화하는 것이다. 맘에 안드는 것은 이런 마초이즘이 남한사회에서 진보를 자처한다는 것이고, 분노하는 지점은 그것에 대한 문제제기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똥멍충이들이 스스로를 영웅시하는 것이다. 진지함을 혐오하고 낄낄거리면서 즐겁지 않으면 혁명이 아니네를 운운하면서 이번엔 표현의 자유니 하는 뜬구름 잡는 얘기를 들고나오는 짓거리라니.

링크의 글이 이 사건에 대한 분노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듯.

4.
결국 엠피쓰리를 샀다. Cowon S9.

중고라 이렇게 으리번쩍하진 않다.


G마켓에서 싸구려 중국산을 사려고 했으나, 중고나라에서라면 같은 가격에 좋은 메이커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조언에 광클질. 2천만 스마트폰 유저들의 과거 엠피쓰리는 어디로 간 것이냐는 나의 한탄에 대한 대답은 중고나라가 갖고 있었다. 무려 3만원에 저 좋은 엠피삼을 겟하여 이제 나도 다시 귀가 풍족한 남자가 됐다. 얼마전에 나온 달림언니 음악을 계속 못듣고 있었는데, 어제 오늘 온종일 강허달림을 들을 수 있었다.ㅋ


5.

어제 술자리에서 온갖 말들이 오갔지만 가장 피치가 올랐던건 역시 드라마 얘기.

하이킥의 결말에 대한 예상을 쏟아냈는데, 납득을 얻어냈다. 그건 90회쯤 되면 구체적으로 설을 풀어보기로 하고. 어쨌든 가장 초미의 관심사인 이적의 아내에 대해 난 크리스탈을 예상한다. 이건 맑스주의적 문화분석과 라캉적 정신분석학에 의거한 데카당스적이고 다다이즘에 닿은 에솔로지 연구의 일환이다. 그러니까 헛소리란 얘기.ㅋ


6.

늦은 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다가 두 무리의 남자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첫번째 무리는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은 소년들이었다. 주제는 당연히 여자였고, 그 중의 한 명이 꽤나 진지하게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듯 했다. 그 또래의 언어라는 것이 얼마나 욕설일색인지 알고있기에 단 한마디의 욕설도 뱉지 않는 그들의 대화에서 그 순수함과 진지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런거지않나, 그녀를 상대로 음란한 상상을 하거나 거친 표현을 하는 일 자체가 죄스러운 마음이 드는거.

갈아탄 버스에서 만난 두번째 무리는 서른을 갓 넘긴 듯 보이는 직장인들이었다. 지들끼리 속닥거리며 성매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내가 비록 한쪽 귀가 안들리지만, 이런 얘기는 엄청 잘 잡아냄) 갖은 음담패설과 어디 여자가 예쁘고 어디가 비싸다는 얘기를 하면서 낄낄거리는 이들을 보다 문득 아까 봤던 소년들이 생각났다. 그 소년들은 나중에 저런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사랑의 대상과 욕구의 대상, 결국 여성을 대상으로서만 바라보는 시시껍절한 멍충이 마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7.



Travis - Driftwood

어제 술자리의 잡설들 중 또 하나.
"오아시스도 없으니 이젠 트래비스가 1등인가?"
"아직 보노 영감님도 계심.ㅋ"

뭐 어쨌든 트래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