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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18







크라잉 넛 -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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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서류전형에 낙방했다.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없자, 사실 꽤나 낙심했다. 아닌 척 했지만 내심 기대했었나보다.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 한참을 멍하니 누워있다 일어났다.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일이다. 별다른 준비도 마음가짐도 갖지 않고 덜컥 응시한 시험에 합격했다면 그것도 도둑질. 오랜동안 성심을 다해 준비해온 사람들에게 미안할 일이다. 겸손한 척 얄팍한 재주나 있다고 여겨온 내 오만에 날개를 달아줄 뻔.

어쩐일인지 마음이 좋다.
아쉬움이나 실망이 없는건 아니지만 오히려 이 아쉬움과 실망이 에너지가 되는 기분이다.
찾던 느낌, 그러니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두리번 거리게 되는 느낌. 이 돌아온 듯하다.

연필을 깎고 방을 청소하고 책상서랍과 책장을 정리했다.
웃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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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있다 생각해보니 엄마랑 술마신지도 오래다.
"골뱅이 무쳐서 맥주 한 잔 할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끔 이렇게 집에서 별 것 아닌 안주를 성의껏 만들어 엄마와 수다떨며 술마시는 일이 좋다.
내 제일 좋은 술친구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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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마시며 보던 슈퍼스타K에서 한 도전자가 노래한다.
"내 노래가 따뜻했으면 좋겠어"

그 냥반에게 투표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