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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1.

영화를 보고나와 에어컨 나오는 다방에 앉았다. 머리도 몸도 차갑게.
정직 1일차의 실감 같은 없다. 이미 23일째 제작거부 중이다. 그렇다고 마음의 동요가 없는 아니다.

이제 새로운 국면이 열릴 것이고, 아마 많이들 다치고 많이들 힘들어질 거다. 나와 동료들만이 아니다. 저쪽의 사람들에게 상처주는 말을 뱉어내게 거고, 그렇게 모두가 쏟아내는 말의 홍수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지치고 힘들어질 거다. 모두 어쩌면 만신창이가 돼서 끝끝내 허물어질 수도 있을거고, 그래도 남은 한줄기를 미련스레 부여잡고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나 좋은 결말은 아니다.

'국민TV 사태'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는 일이지만 사실 알고보면 매우 단순한 문제다.

'제작 시스템을 비롯한 조직전반에서 소통구조가 망가졌고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망가진 소통구조에 의해 묵살됐다. 조직전반 소통구조의 문제는 보도기능 폐기라는 형태로 돌출됐고 노조는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이거다.

징계, 노조인정, 중재, 대화, 재정악화, 경영권, 시민사회, 협동조합, 대안언론, 보도가치..
많은 말들이 오갔지만 우리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저,

'그래도 이건 아니죠'

2.
고백하건대 국민TV 출범할 코웃음을 쳤다.
"
노빠들, 깨시민들 모여서 자기들끼리 쿵짝쿵짝한다고 뭐가 되겠어?"
작년 7, 국민TV 입사할 때의 마음가짐도 그정도였다.

적당한 타협.
그래도 대안과 진보의 가치를 견지하겠다니까, 그러면서도 생활을 보장해 수도 있다니까.

언제나 운동이 후퇴했다고 생각했다. 활동가로 살겠다는 입바른 허세야 스물살 시절의 객기고 치기였지만, 그래도. 타협은 조금씩 현실에 가까운 쪽에서 이뤄졌고, 타협을 '성숙'이나 '철들었다' 같은 말로 꾸몄다.

가끔씩은 일종의 자조나 자학으로 나를 방어했다. '운동의 후퇴'같은 말은 진심이기도 하지만 그런 '방어용 수사'기도 했다. 여튼, 국민TV 입사는 그랬다. 번의 후퇴, 적당한 타협, 조금 세상에 익숙해지는 .

혼란이 입사 얼마지나지 않아서부터였다. 국민TV에서 뉴스를 만드는 동료들은 생각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었다. 한참을 고민했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외엔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은 능력의 이야기기도 하고, 사람 자체의 이야기기도 하고, 하여튼.

자체 주민투표를 개최한 삼척으로 취재를 갔을 , '직접 민주주의의 현장을 맘껏 누리고 오라' 문자 메시지를 받았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하고 싶은 얘기를 알아주는 뿌듯함, 가르쳐주고 꾸짖어주는 고마움. 그러고보니 아마 순간이었나보다. 조직에 대한 '애정'이라는 생긴 .

어느날 일기장에 후퇴를 아니었나보다.라고 썼다.
그보다는 후퇴를 후퇴가 아니게 만들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었던 같기도 하고.

3.
많은 말을 들었다. 걱정도 조언도 격려도.
(
우리에게 가장 많은 '조언' '' 주신 사측 노무담당자라는 이번 투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다)

출구전략이니 전술이니 하는 말을 했고,
이번에도 후퇴를 성숙이나 어른스러움으로 포장하려고 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동료들은 이번에도.

그래서 적어도,
단지 돌아가기 위해 돌아가진 않겠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살진 않겠다.

아주 단순한 것을 바로잡고 지키고 싶었을 따름이다.
아닌 아니라고 하는 .

각자 속에서
아닌 아니라 하고
지킬 지키며 사는 삶에 대한 아주 당연한 바람.

'그래도 이건 아니죠'

4.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

5.
성명서를 써보려는데 이제는 말이 더 없어서 이런 글이나 끼적거리고 있다. 한시간이나.. 먹으러 가야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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