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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1.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 이성복

나는 왜 40대 농부의 처가 허리를 구부리고 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젖가슴은 예나 지금이나 따스한데.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브레히트)

전에 고등학교 때 한참 정치에 꿈이 부풀어 있을 때,
국회의원 딸에게 편지를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대학 갓 들어가 예술이니 사상이니 미쳐 있을 때,
유명 화가의 전시회에서 심오한 질문을 해댔다. 화가는 한참 쳐다 보더니 쌩까버렸다.
다시는 글 안 쓴다고 군대에 가서는 한참 뜨고 있던 여류시인에게 오밤중에 전화를 했다.
그녀가 정중히 전화를 끊었을 때, 그때도 참 부끄러웠다.
그러나 두고두고 창피한 것은 회사 들어가 처음 만난 여자 앞에서
노동자들이 불쌍하다고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그렇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지금 이렇게 끼적거리는 잘난척도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2.
타임라인에 공지영이 우수수하기에 무언지 찾아봤더니,

"나꼼수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엄청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내 딸과 또래 친구들이 정치에 관심 가지고 참여하게 되는 데에 나꼼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을 확인했다. 단식이니 길거리 농성이니 투신이니 삼보일배니 하는 식의 자학적인 운동은 죄송하지만 그만하고 시위 자체가 축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나꼼수와 내 생각이 맞아떨어졌다. 또 언론사가 이토록 비열하고 이토록 무기력한 꼴은 유신 때 사춘기를 보냈지만 그때도 보지 못했다. 이 절망적인 시대에 나꼼수가 언론의 역할을 대신 한다고 보기 때문에 돕기로 한 것이다." - 한겨레인터뷰 中

하지만 오늘 현대차의 노동자는 분신을 시도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자학적 운동이다.
나도 자학같은 운동이 달갑지않다. 누구라서 그러지 않을까. 누구라서 축제와 같은 운동이 반갑지 않을까. 하지만 몸뚱아리, 목숨밖엔 내놓을 것이 없는 이들에게 그것마저 하지 말라고하면 그들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치면 사실 김진숙의 고공농성이 가장 대표적인 자학적 운동방식 아닌가.
자학적 운동이 없어도 되는 세상을 바란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특히 남한사회는 자학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이,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
살겠다고 올라선 곳에서 불에 타죽은 이들의 3주기가 다가온다.

공지영이 깊은 사유를 통해 뱉은 말이라고 생각치 않는다.(사실 그녀가 깊은 사유라는걸 하긴 할까 하는 생각을 요즘은 자주 한다.) 그저 나꼼수 열풍에 무엇이든 끼워 맞추는 말들이었을테다. 이건 나꼼수의 결정적 폐해들 중 하나다. 모든것을 즐거움의 영역으로만 소환하려 한다. 조금 진지하면 몹쓸 것인양. 그렇다면 스스로 쇼고, 코미디임을 인정하면 괜찮을텐데. 웃고 떠드는 긍정의 힘은 먼저 절망을 고스란히 긍정하는 일부터 시작이다. 외면은 긍정과 엄연히 다르다.

3.
어제, 오늘 블로그 방문자 수가 갑자기 늘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며칠 전에 쓴 영광의재인 리뷰가 디씨인사이드 박민영 갤러리에 옮겨져 있더라. 역시 박민영 오덕인증글 다운 위용.ㅋ 앞으로도 이렇게 종종 (어느 갤러리나 팬카페에 옮겨질) 연예인 덕질 인증글을 포스팅해서 방문자를 늘려야겠다는 생각이.ㅎㅎ 나 요즘 방문자와 댓글에 목마른 블로거임. 주변의 충고대로 네이버로 이사갈까 하는 생각도 진지하게 고려중인.
(하지만 냉혹한 갤러들, 댓글 하나 남겨주지 않다니. 그 갤러리는 차가운 도시남자들만 모여있는 것이냐.ㅋ)

4.
긴 세월을 변하지 않을 그런 사랑은 없겠지만
그 사랑을 기다려 줄 그런 사람을 찾는거야.

기다리느라, 굳이 찾아나서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