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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1.

강정 평화 대행진에 참가중이다. 하필이면 오늘 제주는 10년만의 무더위. 

발바닥과 사타구니가 난리도 아니다. 어그적 어그적. 누가보면 똥 싼 줄 알겠다.


2.



이 아름다운 소녀 덕분에 더 힘들었다.

생태와 평화와 아빠와 무엇보다 '걷기'를 사랑하는 이 소녀는 이 불볕더위에도 칭얼거림 한 번 없이 웃는 얼굴로 행진을 했다. 덕분에 나도 힘들다는 말 한마디 못했....ㅠㅠ

하지만 아름다우니까 용서, 패스.


3.

올레길의 성공 탓으로 제주 어디를 가나 관광객을 만난다.

오늘 숙영지였던 표선 같은 해수욕장은 더욱 그렇다.

망중한을 즐기던 그들은 행진단이 나타나자 깜짝 놀랐고, 이내 조금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해할 수 있다. 소중한 여름휴가지의 호젓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해친것만은 분명하다. 시큼한 땀냄새와 저녁식사가 풍긴 음식냄새도 반갑진 않았을테다. 그들을 탓하지 않는다. 


다만 느껴지는 것은 허무함이다. 이런 허무함은 오랜 감정인데,

치열한 투쟁의 현장에 있다가 고개만 조금 돌렸을 뿐인데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마치 세상이 끝날 것처럼 싸우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혹은 집에 돌아가는 버스를 탔을 뿐인데 라디오에선 연애상담과 우스개와 오늘도 또 뉴스들이. 무한도전이. 1박2일이.


그 치열함과 평화로움 어느 쪽도 탓할 수 없고 마음의 무게를 실을 수 없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건 그런 허무한 우울감 뿐이다. 그래서 그토록 애타게 뒷풀이를 주창하는지도. 


사타구니와 발바닥의 통증에 어그적 어그적 마을회관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괜시리 우울해져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낄낄거렸다. 나도 낄낄거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옆자리에 앉은 여고생은 내 몸에서 냄새가 나는지 얼굴을 찌푸렸고, 앞자리에 앉은 올레꾼 커플은 소근소근 사랑의 밀어를 나눴다.


기사도 다 썼고. 혼자 뒤풀이하러 가야겠다.


4.

복학했다. 이게 몇번째냐.

일은 계속한다. 아마 출석부에 이름만 올려놓고 학교는 안나가서 선배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는 '소문의 그 선배'가 될 것 같다. 

그래도 우리엄마 머리에 학사모는 꼭 씌워줄거다. 내 대학졸업의 유일한 목표는 그거다.


5.

새로생긴 스마트콘을 쪼물딱 거리다가 무료 타로카드 어플을 하나 받았는데, 이게 신기하다.ㅎㄷㄷ

신나서 이것 저것 막 해보려니 그때부터 유료. 역시 점괘는 복채가 있어야 성립하는 법. 걍 지웠다.ㅋ


6.

서울로 돌아가면 바로 휴가다. 가까운데로 바람이나 쐬러가야지.


7.


강릉으로 가는 차표 한 장을 살께 - 창고


난 김창기 아저씨의 동물원보다 창고가 더 좋다.

동물원은 너무 예쁘기만 하잖아.


가벼운 여행 생각을 하니까 이 노래가 가장 먼저 생각났지만,

사실 난 요즘 동물원이 더 좋아지고 있기도 하다. 우훗.


8.



중화항공이 팬더에게 자리를 제공했다. 

팬더는 기저귀를 차고 14시간동안 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