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유리의 개념발언이라기에 뭔가 봤더니, 성상납하는 여성들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탓이라고. 말이냐 방구냐.
권력과 구조에 의한 착취, 폭력을 그렇게 개인의 이기심, 욕심으로 치부해 버리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그건 어쩌면 직접 폭력을 가하고 성적 착취를 일삼는 것 만큼이나 나쁘다. 비뚤어진 구조를 납득하게 하며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일. 그건 마치 성폭력을 당한건 네가 행실을 조심하지 않아서야.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말이 나왔으니, 고은태의 성추행이 밝혀져 트위터가 시끄러운데 고종석이 피해 여성이 과거에 포스팅한 일명 '섹드립'을 알티하면서 피해여성의 책임으로 사태를 몰아가고 있다. 평소에 짧은치마 입고 다니면 "니 엉덩이를 만지고 싶어"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는 의미일까. 인권이니 진보니 하는 말을 쉽사리 뱉어내던 식자들의 태도가 이렇다. 고종석은 무려 소설가.
당신의 글줄에서는 똥냄새가 날 것 같다. (뭐 이것도 고종석과 비슷한 논리다. 당신이 평소에 뱉어내는 트윗에서 똥냄새가 나니 당신 소설에서 똥냄새가 날 것 같다는. 물론 이 논리가 성립하기 위해선 난 고종석의 글을 하나도 읽지 않았어야 한다.)
2.
잉여생활은 충분히 즐겁다. 내일은 인디다큐 페스티벌을 가야겠다.
'왕자가 된 소녀들', '닭의 마을', '차르 - 국경위의 섬', '이빨- 다리- 깃발- 폭탄'.
3.
잉여생활의 활력소는 만화방. 어젠 제목만 듣고 보지 못하고 있던 '은수저'를 보았다.
강철의 연금술사를 그린 아라카와 히로무의 신작이다. 어쩐지 이 책을 사서 누군가에게든 꼭 선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4.
제주도엘 다녀오는 것으로 모든 업무를 종료했다. "원래 예정된 일정이었으니 부담 없이 다녀오라"는 말이 사실 더 부담이었지만, 다행히 개념을 챙겨가지 않아서 부담없이 3일간 잘 놀다왔다.
하지만 제주에는 이제 오분자기가 '거의' 없고(제주에서파는 오분자기는 자잘한 전복이라고 하더라), 유채도 별로 없다. 돈이 안되기 때문에 농민들이 유채를 거의 심지 않고, 지자체에서 지정한 관광지에만 지원을 받아 조금 심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남쪽부터 스물스물 올라오는 봄바람과 꽃봉오리.
동문시장에서 고사리와 감귤초콜릿을 좀 사왔다.
5.
토익책을 꺼내봤는데 먼지가 뽀얗더라.
6.
탑밴드 시즌 1 준우승에 빛나는 포의 물령곈이 신보를. 내가 이리 좋을 것을 진즉부터 알아봤다.
물렁곈 - 이상한 토끼를 위한 왈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