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룸펜 2012. 9. 25. 23:46


1.

가끔 멀쩡한 문장을 편집실에서 비문으로 만들어 놓는다. 뭘 수정하고 싶었는지 알겠으니 차라리 그냥 나한테 수정하라고 말해주는게 더 좋겠다. 그래도 도움 받은 일이 더 많으니 패스....같은 쿨한 척은 도저히 못하겠다. 좀 짜증난다.


2.

이정희의 대선출마가 올 해 본 뉴스 중에서 가장 웃기다. 사람이 아니므니다.

사실 어차피 기성정치판에서 대의니 정당성이니 하는 말들을 찾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차라리 이건 정치적 감각의 문제다. 이정희와 경기동부는 요단강을 건넜다. 


3.

쌍용차 사태해결을 바라는 삼천배를 지켜봤다.

어릴적 엄마따라 간 절에서 받은 내 수계명은 '반야'다. 반야는 불교적 지혜를 의미한다.

속세의 지식과는 다른, 모든 사물에 대한 무분별의 지혜. 성불의 시작.

정말 내가 조금 더 지혜로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한문 분향소에선 백일간 매일 천배씩 10만배 기도가 진행중이다.

하루쯤, 나도 할 수 있는 만큼, 힘을 다해 빌어야겠다. 


4.

응답하라의 영향인가 곳곳에서 90년대 노래들이 들린다. 저번 놀러와에는 공일오비가 나와서 이젠안녕을 부르더라.

왜 지금은 그런 문화적 풍요가 없을까.라고 안타까워 하려다가, 이십년쯤 지나면 다시 지금을 그리워 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리운건 그 노래가 아니라 그 시절이었다.


5.

그래도 내 청소년기를 가장 많이 함께 해준 노래는 아무래도 김장훈이다.

얼마전 다녀온 클럽공연에서 들은 그의 노래가 좋았다. "이번 생은 이렇게 가기로했다"던 그의 말이 참 좋았다.

"오빠 앨범자켓을 디자인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다"던 소녀에게 "오빠는 이제 디지털만 낼거"라고 대꾸하는 그도 참 좋았다. 무엇보다 그의 노래가 무척 좋았다. 그의 노래가 좋으니 그의 노래를 듣고 있는 이 시절도 그대로 좋은거다.


6.

들국화 아저씨들이 나온 놀러와를 봤다. 쌈싸페 티켓을 미리 질러놓길 잘했던거다. 흥, GMF 따위.


7.

별로 예뻐하지 않는 수습 후배가 "언제까지나 여기 계실건 아니잖아요"라고 물었을 때 뭐라 답하지 못했다. 

내가 그래서 널 별로 예뻐하지 않는거란다.


8.

더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 


9.



김장훈 - 그대로 있어주면 돼


아무것도 하지마 눈 뜨고 있으면

여전히 우린 다시 살아갈거야.